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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울증14

아내가 바람이 났단다 깨달음 회사는 창립 때부터 대학 후배들과 함께 일을 해 왔다. 사무실을 요코하마에서 시부야로 옮겨 오면서 후배들을 고문으로 남기도하고 모두가 독립을 했다. 그들중에 깨달음과 가장 오랜 시간 함께 일을 해 온 마쯔다 상이 요즘 많이 힘들다. 나와 동갑인 마쯔다 상이 올 초에 이혼을 하고 시골에서 요양 같은 걸 한다고 그랬는데 지난달부터 부쩍 깨달음 회사에 나타나 멍하니 시간을 보내고 가곤 했단다. 딸 두명도 일찍 시집을 가서 혼자 남아도는 시간을 어찌해야 할지 모르겠다며 사무실에서 직원들 일을 같이 하기도 하고 맛집에서 피자를 서너 판씩 사 와서 먹기도 했단다. 그런 후배 모습이 안쓰러워서 두어 번 술자리를 가졌다는데 깨달음 말에 의하면 이혼 후 극심한 우울증이 생긴 것 같았다며 불면증에 시달려 수면제 없.. 2023. 12. 7.
친구가 없는 사람들의 특징 더 이상 거절할 수 없었다. 코로나 핑계로 돌리는 것도 우스웠다. 약속날짜도 내가, 약속장소도 내가 결정해 주길 원해서 예약을 하고 좀 이른 저녁에 그녀를 만났다. 꼭 필요할 때만 연락을 하는 그녀를 보는 날도 오늘이 마지막이라 생각했다. 보자마자 호들갑을 떨며 내 팔을 잡아 끄는 것도, 앉자마자 자기 얘길 하며 감정이 격해 눈물을 글썽이며 말하는 것도 웃을 때 손뼉을 치는 것도 내가 깨달음과 어떻게 만났는지 토씨하나 틀리지 않고 똑같이 묻는 거마저도 변함이 없었다. 지난번 만났을 때 했던 말들은 기억하지 못한 채 자기 말만 하는 그녀는 그대로였다. [ 케이야, 너 다리는 다 나았어? ] [ 다리? 골절상 입은 거 벌써 2년전이야..] [ 아,,그랬지..내가 깜빡했다 ] [ 뭘 깜빡이야, 6개월전에 만나.. 2023. 9. 5.
일본 주부들 사이에 인기 있는 이 소스 코리아타운에 잠깐 들려 사고 싶은 게 있다는 메이짱은 사람들이 줄이 서 있는 가게마다 기웃거리며 사진을 찍었다. 새로 생긴 카페가 완전 한국식 인테리어라며 케이크랑 빵도 지금 한국에서 인기 있는 것들이라고 약간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나보다 훨씬 한국소식이 빠른 메이짱은 내 블로그에서도 두어번 소개된 친구이다. 한국 음식 만들기를 취미로 삼고 김치는 물론 잡채며 각종 전까지 손이 가는 음식들도 직접 만들어 먹는 걸 좋아한다. 코로나로 3년이상 만나지 못했는데 오늘은 내가 시간을 그녀에게 맞췄다. 내게 미술치료를 받았던 그녀는 내성적이며 소극적이였다. 이혼 후, 한국 드라마를 접하면서 한국요리에 흥미를 갖게 되고 하나씩 만들어보기 시작하면서 재미가 붙어 우울했던 시간을 떨쳐버릴 수 있었다는 그녀. 우리 집.. 2023. 2. 3.
그녀는 살고 싶어했다. [ 깨달음, 저녁은 뭐 먹을 거야? ] [ 당신 몇 시에 약속이라고 했지? ] [ 5시, 4시 반에는 나가야 돼 ] 뭘 먹을지 약간 고민을 하는 것 같더니 라면을 먹겠다고 했다. [ 라면만 있으면 돼? ] [ 응, 근데 그 냄비에 끓여줘 ] [ 알았어 ] 예전부터 깨달음이 사고 싶어 했던 라면 전용? 양은냄비를 블로그 이웃님이 보내주셨다. 집에 냄비가 많은 것도 있고 양은냄비에 약간의 거부감이 있어 사지 않았는데 깨달음이 한국 식당에 가면 양은냄비에 나오는 음식이 얼마나 많은 줄 아냐면서 항변을 하길래 라면 전용 냄비로 사용하기로 했다. 냉장고에 있는 재료들을 모아 김밥도 한 줄 말아 라면정식을 차려주고 미안하다는 말을 다시 하고 집을 나섰다. 오늘은 문화의 날로 공휴일이어서 깨달음과 영화를 한 편 볼 .. 2021. 11. 4.
너무 솔직했던 후배와의 통화 [ 누나, 뭐 해? 요즘? ] [ 응, 뭐 똑같지.. 아 지난주부터 패럴림픽 보란티어 지금 하고 있어 ] [ 기어코하네,,하여튼 그 고집 누가 말려..] 대학원 후배인 민우가 언제나처럼 불쑥 전화를 해왔다. [ 넌 잊을만 하면 꼭 전화하더라 ] [ 응, 일본 뉴스가 많이 나올 때마다 누나 생각나서..] 버릇처럼 우린 서로의 일상들을 묻고 대답했다. 민우는 여행을 자유롭게 못 떠나 몸이 근질거리고 하는 일도 많이 줄어서 모두 접어버릴까라는 생각을 하루에도 열두 번 하고 있는 중이라 했다. 그리고 최근에 썸 타고 있는 여자가 생겼다고 했다. 썸을 탄다는 뜻을 어렴풋이 알고 있던 터라 썸이라 말하는 구체적인 예를 들어달라고 했더니 민우는 설레고 있는 상태와 긴가민가하면서 애매모호한 분위기의 몇 가지 예를 들어.. 2021. 8. 30.
모두가 조금씩은 아프며 살아간다 참 오랜만에 통화를 했다. 근 3년이 넘은 것 같은데 후배의 목소리, 느릿한 말투가 하나도 변하지 않았다. 그간 어떻게 살았는지 얘기하지 전에 코로나 시대에 어찌 지내는지가 서로 궁금해 한참을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 현황을 얘기했다. 올해 마흔 중반에 들어 든 그는 대학원 후배로 말 수가 없지만 항상 유머가 많았고 키도 크고 남성미가 가득하면서도 디자인적인 발상을 하는 것보다 일러스트를 훨씬 잘 그리는 섬세함을 겸비하고 있는 인물이다. [ 민우(가명)가 나한테 전화한 이유가 있을 텐데, 지난번처럼 일본 출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왜 전화했을까? ] [ 일본도 코로나가 심각한 것 같아서 문득 누나는 잘 있는지.. 너무 궁금한 거야, 그래서 전화했지....] [ 또 있는 것 같은데...] [ 근데 누나,,.. 2021. 1. 14.
일본인들도 많이 우울하다 긴쟈에서 깨달음이 기다리겠다고 했다.언제나처럼 밝은 목소리였는데 밖에서 보자는 이유가 짐작가지 않는다.카운터석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깨달음이입구쪽에 날 보고 가볍게 손을 든다.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는데 메뉴를 내밀며먹고 싶은 거 시키라며 자기는 술 잔을 들었다.적당히 주문을 하고 건배를 하는데깨달음은 계속해서 침묵을 지킨다.나도 그냥 음식평을 하다가 변해버린 긴쟈거리, 예전에 우리가 즐겨 다녔던 야키도리(닭꼬치)집의 근황을 나누다 물었다. [ 오늘 여기서 미팅 있었어?][ 응 ][ 근데,,,왜 술 마시고 싶은 거야? ] [ 그냥,,,,,,]깨달음 회사에 옛직원인 니시무라 상이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시도를 했단다. 내가 석사과정일 때 디자인 의례를 받고 깨달음 회사를 처음 찾아갔던 날, 내게 녹차를준비해.. 2019. 10. 3.
그녀가 덜 아팠으면 한다 그녀의 집 근처로 내가 움직였다.그래야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았다.집을 나서면서도 그녀를 만나면 무슨 말을 해야할지 머릿속이 정리가 되지 않았다.미술치료를 하다가 중단하기를 반복하며몇 달 간 연락이 없다가 불쑥 아무일 없던 것처럼 연락을 해오는 그녀.자신은 집을 좋아할 뿐 히키코모리가 아니라는말을 매번 만날 때마다 각인시키고 싶어했다.커피숍 앞 신호등에서 마주친 그녀는 염려했던 것 보다 밝아 보였다. 언제나 자신이 느닷없이 전화를 해도항상 밝게 받아주고 만나고 싶다고 해도 꼭 자기 만남에 응해주는 내가 좋다며 오늘도 고맙다는 인사로 고개를 조아린다.[ 좋은 일 있었어요? 얼굴이 좋아보이는데요? ]대답은 없고 피식피식 웃는다.30대 후반인 그녀는 대학을 졸업과 동시, 작은 제조회사에 취직을 하고 5년쯤 다.. 2019. 9. 16.
일본에서 증가하고 있는 새로운 자살형태 요즘 일본에서는 연을 끊는 죽음이라는 뜻의 엔키리시(縁切り死)가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 엔키리시는 자살을 하면서 자신의 신분, 즉 신원파악이 되지 않도록 죽는 새로운 자살 형태이다. 출생및 가족관계는 물론, 친구, 동료 등 자신이 살아오면서 소속되고 관계를 맺였던 인간관계를 전혀 알지 못하게 일부러 모든 걸 정리하고 스스로가 신원미상자를 만들어놓고 죽는다는 소리이다. 그렇게 떠나버린 신원미상의 자살자가 한 해 2만 건을 넘어가고 있는 실태이다. 그들이 그런 자살을 택한 이유는 자신의 자살로 인해 주변의 사람들에게 민폐를 끼치지 않고 싶어서이며 자살이라는 선택으로 인해 색안경으로 보여질 가족들을 위한 마지막 배려라고도 해석하고 있다. 그들은 자신을 신원미상으로 만들기 위해서 고향, 살던 집, 직장 등 자신.. 2018. 11. 10.
반려견을 찾아 한국에 간다는 남편 지난달부터 우리는 시간이 날 때마다 애완견숍을 다니고 있다.실은 결혼초부터 한마리 키우자는얘기가 자주 나와 유기견센터도 몇 군데가봤지만 우리가 찾는 강아지는 없었다.깨달음은 한국의 진돗개나 일본의 시바견(일본 토종견) 중에 마메시바(시바견의 변종으로 아주 작게 개량된 품종)를 키우고 싶어한다.[ 반려동물은 사람과의 교감을 통해서정신적 안정과 스트레스 감소를 도와주고우울증, 스트레스, 대인기피증, 치매 등정신질환을 예방하는데 도움을 준대 ][ 알아,,근데 돈 주고 사는 건 좀 아니잖아,,][ 이왕에 키울거면 마음에 드는 얘로 키우고 싶어서 그러지, 당신도 어릴적에 키웠다며,나는 개와 고양이 다 키웠어. 반려동물과 어렸을 때부터 함께 자란 아이들의 경우, 심리적 안정과 감정발달이그렇지 않은 아이에 비해 사회.. 2018. 4. 8.
해외생활 중에 마음의 치료가 필요할 때 지난번 제가 올린 글을 보시고 많은 분들이우울증 치료에 관한 궁금증과 관련 병원상담센터에 관해 문의를 하시거나제게 상담을 원하고 있습니다.( 마음이 아픈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http://keijapan.tistory.com/934하지만, 제가 하는 일은 임상미술치료이기에전화나 메일로는 별다른 도움을 드리지 못하고 있어 안타까운 마음이 드는 것도 사실입니다. 그리고 임상미술치료에 관심을 갖고치료 받고 싶다는 분들이 많으신데 조금은 알고 계셔야할 것 같아 글을 올립니다. 임상미술치료는 정서적,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인 부분을 함께한 통합의학의 한 분야로써 비언어적인 표현을 통하여 감정 표출을 돕고, 정서적 안정과 심리 이완을 유도하며스트레스를 낯추고 성취감과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일을 돕습니다.그 외에.. 2017. 5. 24.
해외생활에서 향수병을 이기는 방법 한달 전 오스트리아에 사시는 지니님이소포를 보내주셨다.뚜껑을 열어보기도 전에 상큼한 민트 냄새가풍겼고 열어보려고 테이프 끝을 찾는데세관에서 열어봤다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왜 열어 봤을까? ]내 말에 상자를 들어 끙끙 냄새를 맡아본 깨달음이한번도 맡아보지 못한 고급 민트향이 나서궁금해서 열어봤을 거라고 했다. 참,,너무 많이도 보내셨다.집에서 직접 말린 허브와 꽃차까지..무엇보다 놀랜 건, 내용물에 상세한 설명이예쁘게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이 분 당신보다 더 세밀하신 분이시네~]깨달음이 옆에서 연속해서 감탄을 했다.[ 역시 한국사람들은 대단해,이렇게 착실하고 꼼꼼하신 분이 있네..진짜 대단하신 분이다,유럽의 작은 슈퍼를 옮겨 온 것 같애..뭘 이렇게 많이 보내신거야? ] 하나하나 꺼내 내가 설.. 2017. 3. 16.
가족을 죽음으로 모는 일본의 간병살인 지난달, NHK에서는 [간병살인] [간병자살] 문제를 다룬[나는 가족을 죽였다]라는 타이틀의 특집방송을 다루었다. 최근 일본은 [간병살인]이 늘어가고 있어 일본 노인복지계에 대두되고 있는 간병으로 인한 사회적 문제가 아주 심각한 사태를 초래하고 있다. [간병살인]이란 오랜 간병 생활의 피로에 지쳐 부모나 배우자를 살해한다는 말이다. [간병살인]은 전체 인구 네명 가운데 한 명이 65세 이상인 초고령사회 일본의 현실을 드러내는 안타까운 비극이다. 간병에 지쳐 가족을 살해하는 사건이 매년 50건 가량 이어지고 있다고 한다. [간병살인]이라 불리는 사건 가해자의 공통점은 배우자등 가족 간병이 자신만의 일이라고 생각하는 책임감이 강한 은퇴한 노년남성이 가장 많다고 한다. 이번 특집 방송에서는 가족 간병경험자 6.. 2016. 7. 30.
실은 중년도 많이 아프다.. [ 메일 내용이 왜 그래?, 도대체 뭔 일이야?] [완전 자포자기던데,,,,뭐가 문제인 거야?] 중학 동창에게 보냈던 내 메일 내용이 너무 어두웠던 탓인지 전화가 걸려왔다. 그냥,,,사는 것도 귀찮고, 인간들도 귀찮고, 모든 게 싫어서... [좀 구체적으로 얘길 해 봐, 그래야 알지, 뭐가 뭔지 모르겠어, 부부문제? 돈 문제? 아님 뭐가 문제인지 자세히 좀 얘길 해 봐~] 아니,, 그냥 사는 게 재미가 없어서,,,,사람들도 싫고,,,, 요즘 같아선 머리 빡빡 밀고 절에 들어가고 싶어진다.. [ 너처럼 사람 좋아하는 애가 어딨냐? 니가 좋아하는 사람만 좋아해서 탈이지만.... 맨날 휴먼드라마나 다큐만 보고, 눈물 질질 짜면서 저런 거야말로 진정한 삶의 참 모습이라고, 인간은 저래야 하네마네, 맨날 그런 얘.. 2014. 4. 2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