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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생활4

내 삶이 나를 속일지라도... 17년전, 일본어학원을 다닐 적, 알바비가 나오는 날이면 룸메이트와 약속이나 한듯 손을 잡고 규동집(소고기 덮밥)으로 향했다. 한그릇에 280엔(한화 약3천원)밖에 하지 않았지만 요시노야에 가면 된장국(미소시루)를 따로 주문해야했기에 된장국이 딸려 나오는 마쯔야만 골라가며 먹으면서도 행복했다. 공부를 하고 있다는 것과 목표와 꿈을 향해 열심히 사는 내 모습이 대견해서 궁핍하고 초췌한 시간들이 아프게 다가오지 않았다. 이젠 규동에 된장국이며 샐러드, 김치까지 뭐든지 주문해서 먹을만큼 경제적인 여유가 생겼지만 오늘의 난 그때보다 더 초라하고 허해져가는 가슴으로 규동을 먹고 있다. 집에 돌아와 짐 정리를 했다. 마음이 심란해지면 습관처럼 짐을 정리한다. 아까워서 못 버렸던 것들, 버리기엔 왠지 미안한 생각이 .. 2018. 1. 30.
해외생활에서 향수병을 이기는 방법 한달 전 오스트리아에 사시는 지니님이소포를 보내주셨다.뚜껑을 열어보기도 전에 상큼한 민트 냄새가풍겼고 열어보려고 테이프 끝을 찾는데세관에서 열어봤다는 메모가 적혀 있었다.[ 왜 열어 봤을까? ]내 말에 상자를 들어 끙끙 냄새를 맡아본 깨달음이한번도 맡아보지 못한 고급 민트향이 나서궁금해서 열어봤을 거라고 했다. 참,,너무 많이도 보내셨다.집에서 직접 말린 허브와 꽃차까지..무엇보다 놀랜 건, 내용물에 상세한 설명이예쁘게 적힌 포스트잇이 붙어있었다.[ 이 분 당신보다 더 세밀하신 분이시네~]깨달음이 옆에서 연속해서 감탄을 했다.[ 역시 한국사람들은 대단해,이렇게 착실하고 꼼꼼하신 분이 있네..진짜 대단하신 분이다,유럽의 작은 슈퍼를 옮겨 온 것 같애..뭘 이렇게 많이 보내신거야? ] 하나하나 꺼내 내가 설.. 2017. 3. 16.
송년회에서 들은 남편의 참 모습 깨달음 사무실에 도착한 시간은 아침 9시. 먼저 히터를 틀고 의자에 앉아 따끈한 녹차를 마셨다. 멍하니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 앉아 있는데 옆 건물에서 새소리가 들려왔다. 도심 속, 새소리가 낯설게만 느껴지는 건 남의 사무실이라는 것이 더해서였을 것이다. 직원들이 나오려면 아직 1시간이나 남았는데 난 일을 시작해야만했다. 먼저, 책장정리를 해야할 것 같아 샘플 책부터 옮기는데 어마어마할 정도로 무거웠다. 종류별로, 년도별로 나열을 하고 있을 때 남자 직원이 사무실에 들어오면서 날 보더니 살짝 놀래는 기색을 했다. [ .......................... ] 의례적인 인사를 나눈 뒤 다른 직원들의 행방을 물었더니 모두 현장에 나갔고 야마모토상은 호텔 신축건으로 교토에 내려간지 일주일이 되었고 오늘.. 2015. 12. 28.
사람의 아픔을 알아가며 살아가는 것 오키나와 여행을 함께 했던 후배에게서 소포가 도착했다. 깨달음이 부탁한 과자들이 부피가 커서 가져오지 않고 소포로 부치겠다던 것들을 한국에 도착하자 바로 보내 온 것이다. 한국과자랑 라면들, 마른 고추, 고춧가루, 옥수수차, 그리고 호박 고구마.. 바쁜 것 아니니까 천천히, 천천히 보내라고 몇 번을 얘기했건만 그녀답게 역시 바로 보냈다. 난 이 후배에게 늘 머리가 숙여진다. 나하고는 정반대의 성격을 가지고 있는 후배이다. 얌전하고, 신중하고, 차분하고, 여성스럽고, 부드러운 면을 가지고 있는 착실과장이라는 별명이 딱 맞는 후배이다. 우리집에선 이 후배가 홍 회장님으로 통한다. 2년 전, 아빠 장례식 때 카운터에서 조의금을 정리하던 오빠가 형부들에게 홍00란 분을 아시냐고 형님들 거래처 사장님 아니냐고 묻.. 2014.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