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식8

일본의 장례식, 관 속에 넣은 것들. 주말 아침, 장례식장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노야마 상을 마지막으로 보는 날이 다. 깨달음 회사의 세무 관련 업무를 봐주었던 노야마 상. 난치병을 앓고 있긴 했지만 50대 중반이라는 아직은 젊은 나이에 갑작스러운 죽음은 우리 부부뿐만 아니라 주변 관계자들도 많이 놀라고 안타까워했다. 장례식장엔 노야마가 아닌 한국 이름이 적혀 있었다. [ 저기 사이(崔)라는 성이 한국어로 뭐야? ] [ 최야, 최, 성이 최 씨였네 ] 노야마상이 재일동포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한국 이름은 처음 보는 거라며 깨달음이 왠지 모를 친근감이 간다며 귓속말을 했다. 누님들이 와 계셔서 간단히 인사를 드리고 바로 스님이 오시고 식이 시작됐다. 나는 눈을 감은 채로 시부모님을 보내드린 날을 떠올리며 스님이 읊는 불경 소리를 들었다. .. 2022. 11. 22.
남편에게 미안한 건 나였다. 내가 골절상을 입었던 두 달 전부터 우린 외출을 마음껏 하지 못했다. 자유롭게 움직일 수 없는 것도 있고 코로나 감염자 수가 폭증하고 있어 외출은 물론 외식을 할 염두가 나질 않았다. 테이크 아웃이나 배달도 가끔해서 먹긴 했지만 집밥과 비교할 수 없는 걸 너무 잘 알고 있어서 항상 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주말이면 좀 더 느긋하게 즐긴다. [ 역시,,집밥이 최고야 ] [ 깨달음,,반찬이 많아서 더 좋은 거지? ] [ 물론이지, 이렇게 먹으면 난 너무 행복해, 이 새우젓 무침이 이렇게 맛있는지 몰랐어 ] [ 입맛에 맞는다고 하니 다행이네 ] 반찬이 많은 걸 좋아하는 깨달음을 위해 누룽지에 잘 어울리는 반찬들을 준비한 보람이 느껴졌다. 식사를 마치고 설거지를 하던 깨달음이 병원에 혼자 갈 수 있는지 물었고 난 .. 2021. 9. 6.
아침부터 남편이 기분 좋아진 식단 이곳은 지금 급속히 확산되는 코로나 감염자수로 의료 체계의 붕괴사태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져가고 있다.어제는 2,500명대에 이르렀고 누적 확진자는14만3천여명이 되었다. 오늘 도쿄에서만 418명의 감염자가 발생했다. 우린 느슨해졌던 마음을 다잡고다시 착실히 스테이홈을 하고 있다.출근 이외에 불필요한 외출은 삼가하고급한 전달사항이 아니면 대면하지 않은방식으로 대처해나가고 있다.그렇게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면서아침부터 저녁까지 꼬박 세끼를 챙겨 먹는 게 이젠 당연한 일이 되었다.https://keijapan.tistory.com/1395(삼시세끼, 그래서 열심히 차린다) 늘 밥상에 올라오는 메뉴들이야 그리 많은변화가 있진 않지만 끼니때마다뭐가 좋을지, 뭐가 먹고 싶은지 여전히 신경이 쓰인다.아침은 주로 .. 2020. 11. 30.
한국의 광복절날, 남편과 나눈 대화 8월 15일, 이곳 일본은 추석날이다. 지난 11일부터 연휴가 시작되었지만 우린 그냥 평소와 다름없이 출근을 하고 밀린 일들을 하며 시간을 보내다가 오늘에서야 제대로 된 휴식에 들어갔다. 늘 그렇듯 휴일에 하는 청소를 위해 각자 맡은 곳에서 쓸고 닦고를 하는데 갑자기 청소기 소리가 이상해서 나와보니 거실에 청소로봇을 틀어놓고 로봇이 잘 하는지 지켜보고 있었다. [ 왜 갑자기 청소로봇이야? ] [ 응,,청소하다가 귀찮아서..] [ 근데 그 폼은 뭐야? ] [ 응, 더워서,쉬면서 지금 로봇 감시 중이야 ] 뒤에 청소기는 충전기에 꼽아 놓고 머리는 타월을 감고서는 의자에 앉아 눈을 희번떡 하게 뜨고 날 쳐다본다. [ 왜? 찍지 말라고 쳐다보는 거야? ] [ 너무 많이 보여주는 거 아니야? 런닝차림인데..] [.. 2018. 8. 16.
남편이 생각하는 소중한 한끼 제주도를 다녀온 이후, 우리는 외식이 잦아졌다그곳에서 삼시세끼 거의 외식을 했는데 무조건 끼니 때우기 식이 아닌소중한 한끼를 먹기 위해 몸과 마음, 정신건강까지 채워줄 음식을 찾아 먹었다.되도록이면 유기농으로,남들이 말하는 맛집보다는 우리 몸이원하고 입이 즐거워하는 음식에 분위기까지 함께 즐길 수 있는 곳을 찾아다녔었다. 그렇게 조금 다른 생활패턴을 경험한 우리는좀 더 둘만의 시간을 즐기자는 생각을 같이했고 그래서 외식이 늘어났다.연일 찌는 듯한 더위에 주방에서 음식을 만들 기력도 없고 둘 뿐이다보니 가볍게 식사하면서 와인 한잔씩 하는게 훨씬 경제적이고정신건강에 도움이 된다는 것을 이제서야 알게 되었다.작년까지만 해도 삼복더위에 꼭 집밥을 하려고 고집했는데 좀 지혜롭게 살기로 했다.오늘은 집 근처 레스토.. 2018. 7. 21.
남편을 춤추게 만든 한국식 집밥 [ 모두 좋아지셨네요. 빈혈수치도 정상치에 가깝고,,이젠 예전처럼 활동하셔도 문제 없을 것 같습니다, 그래도 철분제는 당분간 드셔야 해요] [ 네, 감사합니다] 담당의가 다음달 예약표를 작성하는동안 깨달음과 마주보며 무언의 미소를 서로에게 보냈다. 병원을 나와 그길로 바로 초밥집으로 향했다. 집에 가자고 했더니 축하의미로 초밥을 먹어야 한다면서 마냥 들 떠 있었다. 초밥이 나오자 내가 좋아하는 성게말이를 내 접시에 올려주는 깨달음에게 고맙다는 말을 전했다. [ 당신, 고생했어..이제까지..고마워..] [ 아니야,,당신이 빨리 낫는 게 중요했지... 별 문제없이 회복이 됐다고 하니까 참 다행이야,,] [ 응,이제부터 아프지 않고, 당신에게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 줄게..한달가량 외식만 하느라 당신이 애를 .. 2017. 9. 18.
한국음식 궁합까지도 잘 알고 있는 남편 오후 5시인데 초인종이 울렸다. 요즘 퇴근이 빠른 깨달음이 춥다면서 얼른 들어 온다. 왜 빨리 왔냐고 물었더니 현장 조사가 이 근처여서 그냥 사무실 안 들리고 바로 왔단다. 저녁 준비 아직 안 했다고 그랬더니 괜찮다고 하던 일 하란다. 그래서 난 다시 내 일을 하고 깨달음은 자기 책상쪽으로 갔었다. 그렇게 30분쯤 지났을 무렵, 깨달음이 저녁은 배달시켜 먹어 보자고 제안을 했다. 뭘 먹고 싶냐고 물었더니 손에 무슨 종이를 들고 흔들흔들 거리며 한국요리를 도시락으로 배달한다는 찌라시를 발견했다고 찌라시를 내쪽으로 보여줬다. 일반적으로 일식, 초밥집, 피자집, 중화요리집 찌라시는 많이 봤는데 한국요리 도시락전문 찌라시는 처음이였다. 자기 회사 우편함에 들어 있었단다. 그러냐고 적당한 것 있는지 당신이 보라고.. 2015. 1. 24.
역시 한국식 집밥이 최고이다. 요즘 바쁘다는 이유로 외식이 잦았다. 집에와 만들면 금방인데 밖에서 먹는 버릇을 하다보니 주방에 서서 뚝딱거리는 게 귀찮아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역시 집맛이 최고라는 걸 우리 서로 잘 알고 있기에 지난주부터 저녁준비를 다시 시작했다. 깨달음이 좋아해서도 그렇지만 주로 메인은 한식위주다. 청량고추 빼놓고는 왠만한 매운 것도 아주 잘 먹어주는 깨달음 덕분에 메뉴선택에 고민은 별로 하지 않는다. 어젯밤엔 심플한 찜닭을 했더니 당면을 더 넣어 달라고 그래서 추가해서 넣어줬다. 깨달음은 모든 면을 너무 사랑한다. 아니 밀가루 음식을 진짜 좋아한다. 라면, 소면, 소바, 우동, 쫄면, 비빔면, 국수, 짜장면, 냉면, 수제비 등등,,, 당면을 후루룩쩝쩝 맛나게 먹더니 요즘은 날이 더워졌으니, 내일은 삼계탕이나 .. 2014. 5.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