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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221

모든 건 기브엔테이크였다 택시 안에서도 줄곧 깨달음은 전화기를 붙잡고 있었다. 직원이 또 문제를 일으켜 그것을 수습하느라 이번 주는 현장과 미팅을 거듭하느라 바빴다. 그것을 알기에 오늘도 난 혼자 가겠다고 했는데 자기가 의사에게 직접 물어보고 싶은 게 있다며 꼭 같이 가겠다며 동행을 했다. 입구에 들어서서도 통화가 이어져서 난 먼저 접수를 하고 진찰실로 향했다. 간호사가 내 이름을 불러서는 혈압을 재라길래 오늘은 검사결과를 듣는 날이라고 했더니 그래도 혈압을 재란다. 진찰실 근처에서 나를 힐끔 거리며 통화를 하던 깨달음이 보였다가 사라지길 반복하다 한참만에 내 옆자리에 앉았다. [ 깨달음, 바쁘니까 가도 돼 ] [ 아니야, 전화로 다 해결했고 그쪽에서 서류보완을 좀 하라니까 그것만 맞춰주면 돼 ] [ 잘 처리된 거야? ] [ 응.. 2021. 3. 20.
시아버님이 전화를 하셨다. 퇴근하고 온 깨달음이 오전에 아버님과 통화를 했는데 내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하셨단다. [ 무슨 일 있어? ] [ 아니, 별 건 아니고 당신이 보낸 소포가 잘 도착했다는 거였어 ] 일주일에 3번씩 아버님이 좋아하시는 과자나 과일을 챙겨 보내드린지 꽤 오래됐다. 자주 찾아뵙지 못하니 그거라도 해야지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해오고 있다. 요양원 저녁식사가 끝날 무렵에 맞춰 전화를 드릴 요량으로 저녁을 준비하고 있는데 깨달음 전화벨이 울렸다. 아버님이셨다. 날씨 얘기를 하는 소리가 들리는가 싶었는데 내게 깨달음이 전화기를 건넸다. [ 케이 짱, 고맙다. 늘 챙겨줘서..] [ 아니에요. 아버님, 별 일 없으시죠? ] [ 응, 나야 너네들 덕분에 잘 있단다 ] [ 아버님,,외롭지는 않으세요? ] [ 응,,나는.. 2021. 3. 3.
생각이 많았던 남편의 주말 3월 7일이면 긴급사태 선언이 풀린다고 한다. 첫 번째 발령되던 때와는 달리 두 번째였던 이번 긴급사태는 모두가 코로나에 익숙해져서인지 외출과 외식을 자숙해 달라는 도쿄도지사의 당부 캠페인이 광고와 섞여 매시간마다 나오고 있지만 모두가 많이 지친 것도 있고 더 이상 참는데도 한계가 온 듯 주말이면 온 거리에 나들이 인파들이 넘쳐나고 있다. 코로나 백신이 의료진에게 먼저 접종되면서 왠지모를 안도감에 지난 2주 연속 주말까지 외출을 했었는데 충분한 분량의 백신이 확보되지 않았고 주사기까지 말썽을 피우는 바람에 접종시기가 점점 늦춰질 거라는 뉴스를 듣고 우린 다시 느슨해진 정신을 다잡고 착실히 스테이홈을 하기로 했다. 깨달음은 코로나가 종식되어도 지금처럼 주 3일 근무를 할 생각이라고 했다. 매일 회사에 출근.. 2021. 2. 28.
요즘 우리 부부가 자주 찾는 곳 어제는 봄처럼 따뜻하다가 오늘은 또다시 맹추위가 찾아오는 이상기온이 며칠째 계속되는 이곳. 다운재킷을 넣었다가 꺼내기를 반복해야만 했다. 오늘은 겨울 찬바람이 어찌나 세게 불던지 날아갈 것 같은 날씨였지만 깨달음과 외출을 했다. 엄마 생신선물로 뭘 보내드릴까 싶어 긴자(銀座)로 나가 유락쵸(有楽町) 사이에 있는 안테나숍들을 찾았다. 안테나숍은 전국 각 지역의 공예품, 식자재, 쥬류, 채소, 생선, 액세서리 등 그 지역에서만 나는 특산품을 판매하는 곳이다. 홋카이도(北海道)에서 오키나와(沖縄)까지 그 지역 대표음식들과 명물들이 준비되어 있어 요즘처럼 코로나로 여행을 못하게 되면서 이 안테나숍이 인기가 많아졌고 우리도 자주 찾고 있다. 특히 냉동된 식재료이 다양해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는 분들은 자신의 고향의.. 2021. 2. 25.
9월엔 한국에 갈 수 있을까.. 밸런타인데이였던 지난 14일, 초콜릿도 선물도 없이 그냥 지나쳤다. 매년 작은 초롤릿이나 초코케이크로 기념했던 것 같은데 해가 갈수록, 아니 나이를 먹을수록 이젠 우리처럼 노년을 향해가는 부부들에겐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기념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깨달음이 출근을 하려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왜 올 해는 초콜릿을 안 주냐고 그래서 젊은 층에는 의미 있는 날이겠지만 우리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아서라고 했더니 자기는 받아야겠단다. [ 알았어. 무슨 맛 초콜릿으로 사줄까? 위스키가 들어있는 거? 아님 블랙 초코? ] [ 아니, 그냥 나 밥 사 줘..] 초코에서 밥으로 왜 넘어갔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밥을 사달라는 깨달음의 말투에 나도 모르게 알겠다고 했다. 4시에 조기 퇴근을 할 예정이니.. 2021. 2. 19.
나 몰래 남편이 주문한 것 한국의 구정이었지만 우리는, 아니 나는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매년, 구정이 되면 되도록 한국식으로 쇠려고 떡국이며 갈비, 전 등 명절 음식을 장만하곤 했지만 올 해는 할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깨달음은 예전처럼 구정날 아침, 떡국을 먹을 거라 생각했는지 내가 누룽지를 끓여 아침을 준비하자 멀뚱멀뚱 쳐다보다가 한국은 설날이 아니지 않냐고 확인차 물었다. 설날인데 신정때 떡국도 먹었고, 구정을 굳이 쇨 필요가 없을 것 같아서라고 하자 더 이상 묻지도 궁금해하지도 않았다. 코로나 생활이 1년을 넘어가면서 매 끼니마다 다른 메뉴들을 만들어 먹다보니 특별함을 잊은 지 오래고 솔직히 지겹웠던 게 사실이다. [ 우리 쇼핑 할까? ] 깨달음이 물었다. [ 살 거 없는데...] [ 그냥 나가보면 쇼핑할 게 생기지 않을.. 2021. 2. 15.
일본판 주민등록증을 받던 날 2020년 8월 28일, 깨달음과 함께 마이넘버 카드를 신청했다.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같은 이 카드는 모든 행정업무가 아주 간단히 처리된다는 장점이 있어 신청하게 됐는데 5개월이 지나서야 교부 통지서가 도착했다. 작년 연말쯤 깨달음이 구약소에 전화를 해 언제쯤 받을 수 있는지 확인했을 때 언제라는 답변을 못 드리겠다고 해서 그냥 잊고 있었는데 통지가 왔다. 한국의 주민등록증과 다른 점은 지문을 등록하지 않기 때문에 신원확인을 할 수 없어 어찌 보면 단순히 말 그대로 개인 식별번호가 주어지는 카드이다. 이 카드엔 전자증명서(인증서)가 탑재되어 있어 전자서명이나 증명, 즉 인감도장 역할을 병행하고 있지만, 운전면허증과 여권으로도 충분히 증명이 되므로 굳이 만들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일본인이 전체의 60%를.. 2021. 2. 6.
자꾸만 한국으로 나를 보낸다 깨달음은 잠깐 회사를 다녀와야 해서 난 혼자 우체국을 찾았다. 오늘은 동생과 지인에게 보내고 싶은 것들이 있어 박스를 챙겨 나왔다. 내게 한국의 가족, 친구, 지인, 블로그 이웃님께 소포를 보내는 일이 이젠 하나의 취미생활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같은 곳에 살고 있다면 만나서 차라도 한 잔 할 텐데 그러지 못하니 그냥 잠시나마 무언의 대화를 나눈다 생각하고 싶어 보낸다. 짤막하게 소포 내용을 적어 넣을 때도 있고 아예 아무것도 적지 않은 상태로 보낼 때도 있다. 이것은 어디에 쓰는 물건일까? 먹는 걸까? 바르는 걸까? 골똘히 생각하는 모습을 떠올리는 게 즐겁고 일본 여행을 자주 오거나 일본에서 유학 경험이 있는 친구들은 보내 준 물건을 써 보고 사용후기를 상세히 알려줘서 그 또한 재미가 있다. [ 이번.. 2021. 1. 26.
광고 수익금을 남편에게 줬다 날씨가 좋다는 이유로 우린 밖으로 나갔다. 긴급사태 선언이 재발령 되고 처음으로 하는 외출이었다. 둘이서 여행 다니는 걸 상당한 즐겼고 주말이나 휴일이면 영화를 보거나 콘서트, 박물관, 전시관을 찾아가며 문화생활을 했는데 이젠 그러지 못한다. 그렇게 집에 있는 시간보다 세상을 구석구석 돌아다니길 좋아해서인지 이렇게 날이 좋은 날이면 집에 가만히 있지 못하고 바람 쐬러 나가야한다. [ 깨달음, 그래도 긴급사태 중인데 나오는 게 좀 꺼림칙하다 ] [ 괜찮아,, 저기 공원에 사람 없는 곳에서 그냥 산책만 할 거니까 ] 늘 오는 곳이어서 감흥은 없지만 공원을 돌다 보면 기분이 전환되는 느낌이다 . 자유여신상 주변을 한 바퀴 돌고 근처 벤치에서 휴식을 취하려 앉는데 깨달음이 자기 가방에서 주섬주섬 뭔가를 조심스럽.. 2021. 1. 19.
남편은 병이 나기 시작했다 [ 오머니, 한국에 눈이 많이 와요? 많이 추워요? 밖에 나가지 마세요. 위험해요] 오늘 깨달음이 엄마에게 하고 싶은 말은 이게 전부였다. 추우니까 밖에 나가지 마시라는 말을 하고 싶어 전화를 드렸다. 눈이 많이 오는 것도 힘들지만, 너무 추워서 밖에 나갈 엄두가 나질 않는다는 엄마에게 다시 다짐 시키 듯이 [ 밖에 나가지 마세요. 절대로 안돼요 ]를 강조했다. 나랑 엄마랑 통화를 하고 있는데도 옆에서 외출하면 큰 일 나니까 절대로 어디 못 나가시게 또 말하라고 꾹꾹 찔렀다. [ 일본도 지금 코로나로 난리가 아니라드만 깨서방은 괜찮냐? 회사는? ] [ 응,, 주 2회로 출근을 줄이고 있어 ] [ 직원들은 안 나오고? ] [ 응, 재택근무한 지 꽤 오래됐어..] [ 세상이.. 어찌 돌아갈랑가,,올 해는 코.. 2021. 1. 11.
2021년, 새해에 남편과 나눈 대화 크리스마스날부터 오늘까지 9일간,,우린 집 밖을 나가지 않았다.지금까지는 그래도 잠깐씩 집 앞 마트에 다녀오곤 했는데 이번 신정 연휴동안은아예 한 번을 밖에 나가지 않았다. 코로나가 시작되던 작년부터 자연스럽게 깨달음과 24시간을 한 공간에 있게 되는데가끔은 답답함에 숨이 막힐 때가 있지만 그럭저럭 잘 지내고 있다.9일간, 난 식사시간 외엔 거의 내 방에서 보낸 것 같다. 늘 그렇듯 깨달음은 거실에서 하루종일 한국 드라마를 보고 있어 거실에 나갈 일이 별로 없었다.오늘은 아침식사를 하기도 전에 깨달음이미뤘던 베란다 청소하겠다며 나갔다.새해를 맞이하기 전에 해야하는 창닦기를 하기 싫어서 미루고 미루다 연휴 마지막 날에 시작한 것이다. 청소가 끝날 즈음에 맞춰 남은 오세치요리와 떡국으로 아침을 준비했다.[ .. 2021. 1. 4.
남편은 날 미안하게 만든다 월급날이 꽤 지났지만 언제나처럼 깨달음에게 한 달간 수고했다는 의미로 저녁을 샀다. 25일은 서로 여러가지 일들이 있어 한 달간의 시간을 돌이켜볼 정신적인 여유가 없어 그냥 잊고 지나가 버렸다. 그런데 오늘 오후, 티브이를 보다가 문뜩 생각이 났는지 깨달음이 저녁을 먹자고 했다. [ 깨달음,한 달간 수고 했어. 많이 늦였지만] [ 당신도 수고 했어 ] [ 이 날은 내가 한 달간 열심히 살아온 것에 대한 보상을 받는 것 같아서 기분이 좋아 ] [ 당신 기분이 좋아진다면 언제든지 살 게] [ 아니야, 자주 하면 의미가 엷어지니까 지금이 딱 좋아 ] 10월은 계약취소가 많았던 잔인한 한 달이였다며 정말 위기감이 느껴져 세무사와 상담을 세 번이나 했다고 한다. [ 그래서 내가 지난번에 얘기했잖아, 혹 회사가 힘.. 2020. 11. 9.
우리 부부의 연말 준비 온라인 예배를 마치고 우리 서로를 멀뚱멀뚱 쳐다봤다.그 다음은 뭘 할까...어제도 그냥 집에서 티브이를 보고 빈둥거렸는데 오늘도그렇게 보내야하는 건지 서로 말은 뱉지않은 채 눈으로 충분히 대화를 나눴다.[ 오늘은 나가자 ]깨달음이 먼저 입을 열었다.[ 어디? ][ 집 근처,,][ ................................ ] 깨달음은 점퍼를 입고 머리를 세팅한 다음턱으로 내게 옷 입으라는 신호를 보냈다.[ 어디 가려고? ][ 몸이 근질근질해서 안 되겠어. 날씨도 좋고,당신은 안 심심해? ][ 심심해..근데 갈 때가 마땅히 없잖아 ] 코로나로 외출을 마음 편하게 못하게 되면서 영화관을 대신해 지금은 유넥스트에서마음껏 영화를 볼 수 있게 되었고먹고 싶은 음식은 어플로 주문만 하면 바로 가지고.. 2020. 11. 2.
남편이 털어놓은 결혼생활 10년 호텔로비에 들어서면서부터 깨달음은 사진을 찍었다. 화장실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고 있는동안 난 로비에 앉아 사람들을 관찰했다. 10월 1일부터 Go to Travel캠페인 대상을 도쿄까지 포함해서인지 호텔 로비엔 의외로 사람들이 붐볐고,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종종걸음을 하며 왔다갔다 분주했다. 맞은편에 피아노가 놓여있는 걸 보니 라이브를 하는 게 분명한데 연주자가 보이질 않았다. 실컷 사진을 찍은 깨달음이 돌아오자 우린 라운지 바로 들어갔다. 디너시간에는 라이브를 하지 않는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런치를 예약했다며 깨달음은 다른 호텔정보와 함께 내게 이것저것 설명 해줬었다. [ 록폰기쪽은 디너에도 하는 것 같은데 거기는 다음에 가고 오늘은 그냥 이곳으로 만족해~] [ 응, 고마워. ] [ 경치는 괜찮지? ].. 2020. 10. 6.
참 고마운 일이다 너무 반가운, 아니 생각지도 못한 분에게서연락이 왔다.우리가 결혼하고 2년쯤 됐을 무렵 엄마와 함께 여수를 갔다왔는데 그때 다음블로그에서 한참 활동하시던 분과우연히 만나게 되었고 함께 식사를 했었다. 깨달음이 너무도 좋아하는 간장게장으로유명한 곳을 데리고 가주셨고, 계산은 물론,선물까지 챙겨주셨 분인데 근 7년만에블로그에 공지된 메일주소를 보고 연락을 주셨다고 한다. 그날, 깨달음은 마치, 간장게장을 처음 먹어본 사람처럼 양손을 걷어붙이고 양념과 간장을 번갈아가며 손에 들고 쪽쪽 빨아먹는 모습을 보고 매울텐데 잘 먹는다며 흐뭇하게 바라보셨는데 이렇게 연락을 주신 것이다.너무 너무 반갑고 감사한 마음에 저희가 신세를많이져서 꼭 갚아드리고 싶다고 또 여수에 갈 생각인데 그 때도 만나주시겠냐고 했더니 흔쾌히 .. 2020. 10.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