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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들도 실은 결혼생활이 힘들다

by 일본의 케이 2018. 3. 22.

친구가 갑자기 놀러를 왔다.

그냥 휴식왔다며 연락을 해왔다.

깨달음에게 레스토랑 위치를 알려주고

우린 먼저 식사를 시작했다.

[ 왜 갑자기 온 거야? 뭔 일 있어? ]

[ 그냥,좀 쉬고 싶어서..아내라는 자리에서...]

[ 왜 그래..싸웠어? ]

[ 아니,,싸운 건 아니고,,그냥 지치고 피곤해서

아무도 없는 곳에서 아무것도 안 하고

잠시 휴식을 취하고 싶어서..]

나처럼 결혼이 늦었던 윤희는 대학동창이다.

6살 연하의 남편과 부산에서 살고 있는 윤희는

가끔 이렇게 불쑥 찾아와서 며칠 있다가 

홀연히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곤 한다.


남편에게서 카톡과 전화가 오는데도 윤희는

모른척 하고 와인을 천천히 음미하며 마셨다. 

[ 좀 심각해? ]

[ 음,,,결혼이 종이장 같으면 쫘악 쫘악

찢어버리고 싶은 심정이야,,요즘.... ]

쫘~악 쫘~악 찢어버린다는 표현이

아주 리얼해서 생각보다 심각하게 느껴졌다.

권태기가 왔는지, 아님,,지쳤는지

확실히 뭐라 딱 꼬집어 얘기 할 수 없지만

그냥 같이 있는 게 짜증스럽고 화가 치밀어

 온다고 했다. 그렇게 되기까지에는 분명 

둘 사이에 문제가 있었을 것이고 그 문제들이 

시간이 지나도 풀리지 않아서였다.


[ 목구멍까지 차고 차서 더이상 수용하기

 힘들어진 것 같애.. 내가,,,]

[ 참지 말고 그 때 그 때 해결하지 그랬어..]

[ 그냥,,또 넘어가고 또 넘어가고,,그러다보니

그대로 쌓인 것같애,,,]

[ 남자들은 다 그런다고 그러러니하라고

니가 나한테 가르쳐줬으면서 힘들다면

난 어떡하냐? ]

내 말에 친구가 피식 웃는다.

[ 그래도 윤희 니 남편은 다시 태어나도

너랑 결혼 꼭 할 거라고 했었잖아...

혹 헤어지는 일이 발생하더라도 다음 생에 너랑

 결혼할 거라고 말했던 멋진 남편이야..

우리 깨달음은 안 한다고 그러더라.]

[ 진짜? ~~]



지난번 아빠 기일에 한국에서 우리 네자매가

 다 모여 식사를 마치고 정종을 한잔씩 하다가

문뜩, 다시 태어나면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을

 하겠냐는 질문이 나왔었다. 

형부랑 제부, 깨달음은 물론 처갓집에 받는 

질문이여서 본심을 제대로 얘기하기 불편한 

상황이였겠지만 다들 성실하게 답을 했었다.

[ 깨달음씨가 정말 안 한다고 그랬어? ]

 [아니, 결혼은 하되, 조건이 있다면서 젊은 나와는

안 할거라고, 어린 나이의 케이랑 결혼을 했다면

 자기가 못 버티고 헤어졌을 거라고 그랬다니깐,,]

[ 어머, 진짜? ]

[ 깨달음이 은근히 하고 싶은 말 하는 사람이야,

그 날, 우리 엄마랑 다 있었는데 그랬다니깐,,]

[ 정말 의외다..깨달음씨..]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전에 무슨 뜻에서

그렇게 대답했는지 재차 물었더니

20대나 30대의 팔팔한 케이랑 결혼했으면

성질을 감당하기 힘들어 이혼했을 거라고 했다.

마흔이 넘어서 조금은 수긍할지 알고,

사회적으로도 타협할 줄 알게 되고,

남자 마음을 이해하려고 하는 모습이

있어서 결혼생활을 유지할 수 있었다고 했다.

윤희는 내 얘기가 흥미진진하다는 듯,

 자꾸만 캐물었다.

[ 난,,깨달음씨가 널 너무 좋아하는 줄 알았는데..

좋아하는 거랑, 사는 거랑은 틀린 거구나..,,]

[ 지금에 나도 감당하기 힘들 때가 많은데

젊은 케이를 생각하면 도저히 자신이 없다더라.

사람 속은 모르는 거야,,정말 안 살아보면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상대에 대해

어떤 생각을 하고 있는지  절대로 모른다니깐,

나도 좀 황당했어..식구들 앞에서 그래서..]

[ 정말 재밌다..깨달음씨.,,]

 우린 격하게 동감을 하며 건배를 했고

마침 그 때 깨달음이 가게 안으로 들어왔다.


깨달음이 오랜만이라고 악수를 청했고

윤희가 약간 어색한 얼굴로 손을 내밀었다.

와인을 또 한 병 주문하고 다시 일상의 얘기들이

오가다 윤희가 한국에서 사온 우리 부부의 책을 

꺼내 깨달음에게 사인을 부탁했다.

[ 뭐라고 써야하지? ]

[ 그냥 당신 사인 하면 되잖아,]

한국어로 쓸지 일본어로 쓸지 고민하다가

일본어로 깨달음이라고 적는다.

[ 둘이서 무슨 얘기 했어? ]

[ 당신 욕 했어...나랑 다시 결혼하는데

조건을 걸었다고 내가 당신 욕했어... ]

깨달음이 실눈으로 가볍게 날 째려봤다.

[ 윤희씨, 남편은 잘 계시죠? 왜 같이 안 왔어요? ]

[ 내가 윤희한테 이혼하라고 했어 ]

이 말에 깨달음이 내 어깨를 뚝 건드렸다.

윤희가 조금씩 자신의 상황을 얘기하자,

깨달음은 결혼상담소 소장처럼 결혼의 장담점 및,

 권태기의 극복방법들을 나름 논리정연하게

말을 이어갔다.


[ 윤희씨,,사는 건 다 똑같습니다..

어느 남자를 만나도 별다를 게 없어요~~

남자들도 실은 엄청 스트레스 많아요,,

말을 안 할 뿐이지...와이프들은 자기들만 

스트레스가 있는 줄 아는데 그렇지 않아요..

그냥,,내가 사랑한 여자이기에 눈 감고 

넘어가는 거에요.불만 없는 사람이 어디있겠어요, 

그냥 그러러니 하는 거에요,싫은 것도 아내의 

한 부분이라 인정을 하니까 말을 안 할 뿐이에요..

좋은 것만 보고, 좋았던 시간들만 기억하려고

하는 겁니다,,남자들은 아내가 실수를 해도

 덮으려고 하고 이해하려고 해요..]

[ 깨달음씨 말씀이 맞는데요,,그건 남녀 모두

마찬가지잖아요..여자들도 참다 참다

안 되니까 이러는 거에요..]

[ 남자는 와이프들이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많이 참고 있다는 것도 알아주셨야해요.

부부간에 작은 불만이라도 오래 방치하면

 돌이키기 힘들만큼 커져요,.불만들을 가슴에 

담아두면 나중에는 작은 일에도 크게 화내고 

폭발하게 되니까 소소한 문제는 되도록 빨리 

해결하는 게 정답입니다. 빨리 한국에 돌아가서

남편분의 얘기를 한 번 들어봐 주세요~]

한국에 빨리 돌아가라는 깨달음 말에 윤희와 나는

대꾸하지 못하고 와인잔만 기울리다

윤희가 다음 생에도 정말 케이랑 

결혼하실 거냐고 또 물었다.


[ 네,,할겁니다. 젊지 않은..노처녀인 케이랑,,

윤희씨,결혼은 노력하지 않으면 

안되는 생활이에요.

부부가 갈등의 골이 깊어지면 가벼운 말다툼에도

마음을 다치기 쉽고 같은 상황에서도

자존심이 상해 우울한 감정에 빠지거든요,

아무리 말해도 저 사람은 안 바뀐다고 포기하면

문제 해결에 도움이 안 되니까 다시 대화를

시도해 보세요..남편분이 기다리실 거에요.

남자는,,의외로 아내에게 제일 약합니다...

내일 바로 한국으로 돌아가세요~ ]

그렇게 깨달음이 마무리를 하고 우린 윤희가

머무는 호텔에서 헤어졌다.

오늘, 여러면으로 깨달음의 속내를 듣고보니

남자들도 결혼생활이 결코 행복하지만은

않는다는 걸, 아내가 참는 만큼 참고있고

 인내하고 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결혼생활은 장기전으로 수행의 시간들이라 했다.

서로가 더 포용하며 인정하면 조금 수월해질텐데 

그러질 못하고 있다. 

남녀 모두에게 쉬운 듯, 결코 쉽지 않은 게 

결혼생활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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