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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시부모님, 그리고 남편의 모습

by 일본의 케이 2019. 1.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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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칸센 창가에 후지산이 보인다며

깨달음이 나보고 사진을 찍으란다.

별로 그럴 기분이 아니라고 했더니

새해 처음보는 후지산은 행운을 불러주니까

사진을 찍는 게 좋을거라고 했다.

[ 깨달음,당신이 찍어..난 별로 관심없어 ]

[ 새해에는 뭐든지 처음 먹고, 처음 보고

처음 가는 곳, 1월 1일날 꾼 새해 첫 꿈도

그래서 중요한거야 ]

무슨말을 하고 싶은지 알고 있었지만

귀에 들어오지 않았다.

나고야에 도착, 시댁행 버스에 탔는데

운전수 아저씨가 설연휴여서 예정시간보다

더 걸릴 거라며 양해를 바랬다.


깨달음이 서방님과 명 번의 통화를 하고

어머님이 입원하신 병원에 도착했을 때

병원에는 간호사 몇 명밖에 없었다.


[ 엄마, 나 왔어 ]

깨달음이 옆으로 누워계시는 어머니를 불렀다.

[ 음,,깨달음 왔구나,,미안하구나,, ]

나를 쳐다보시고는 차가 많이 밀리지 않았냐고

또 이렇게 민폐를 끼쳐서 미안하다고 그러신다.

어떻게 넘어졌는지 깨달음이 차근차근 묻고

어디가 아픈지 이불에 손을 넣어 다리쪽을

만져보았다.

어머니는 그날 밤 새벽에 화장실에서 

용무를 마치고 일어서는데 양말에 미끄러져

 변기에서 바닥으로 주저앉고 말았다고

자세히 설명을 하셨다. 그 모습이 어린애가 

부모에게 자기에게 있었던 일을 

하나도 빠짐없이 말하는 것처럼 보였다.  

 고개를 끄덕이며 그랬냐고, 아팠냐고 

대답을 하는 깨달음 모습은 마치 아이의

 얘기를 들어주는 아빠 같았다.

깨달음은 잠시 담당의를 만나기 위해 나갔고

나는 어머님에게 위로의 말씀을 드렸는데

갑자기 2년전에 돌아가신 깨달음 사촌형 

다카시가 사람들한테 빚을 많이 졌는데

그걸 안 갚고 죽는 바람에 그 벌을

내가 받는 거라고 그래서 이렇게 뼈가 

부러진 거라고 하셨다.

그 말씀을 하시는 어머님 눈빛이 예전과는

많이 달랐다.

점심 시간에 맞춰 간호사와 함께 들어온 깨달음이 

어머님 옆에서 식사하는 것을 도와드렸다.

[ 엄마, 맛있어? ]

[ 응, 이 병원은 요양원보다 음식도 맛있고

여러가지 나와서 좋단다 ]

숟가락에 반찬을 몇 번 올려드리고 나서

깨달음은 어머님이 요양원에서 가져온

옷가지를 비닐봉지에서 꺼내 하나씩

펼쳐서 얌전히 개어 서랍에 정리해 넣었다.


그렇게 안정을 시켜 드리고 수술이 어떻게 진행 

될 것인지 설명을 하는데 초점 흐린 눈으로

 두리번 거리시자 깨달음이 귀에 가까이 

다가가서 수술은 담당의가 연휴 끝나고 나서 

결정을 할 거라며 지금은 사타구니쪽에 금이 

 간 것 같은데 수술을 하게 된다면

다음주에나 할 거라고 다시 설명해드렸다.

그리고 도쿄에서 사 온 과자랑 빵, 정관장을

놓아드리고 우리는 아버님이 계시는

 요양원으로 갔다.

아버지께 어머님 상황과 앞으로 수술계획도 말씀 

드렸더니 아버님은 지금껏 어머님이 

치매증상을 보이기 시작하면서 자신을 힘들게 

했던 일들을 깨달음에게 털어 놓으셨다.

 죽은 다카시 얘기를 맨날 하면서

다카시가 이승을 떠돌아 다니는데

절에 봉양를 해야하려면 돈이 필요하다고

안 그러면 자신이 해를 입고 안 좋은 일이

생긴다고 매일 같이 같은 소리를 해서 다카시가 

만약에 이승을 떠돈다해도 왜 당신한테 해를

 입히냐고 다카시 자식들도 있고 부모도 있는데

 왜 고모인 당신한테 불행이 오냐고 괜한

 소리말라고 해도 같은 말만 계속하신단다

깨달음이 누가 그런 소릴 엄마한테 하는 거냐고

물었고 아버님은 잘 모르는 어느 절의 보살님이

한 얘기를 들은 것 같다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래도 많이 화내지 말고 들어주라며

역정을 내면 역효과가 나오니까

그냥 한 귀로 듣고 흘리라고 하는데

아버님은 상당한 스트레스라고 하셨다.

아버님의 스트레스를 듣고 난 다음 필요한 것들을

마트에 사서 다시 하나하나 설명을 해드리고

어머님이 수술을 하게 되면 한달 넘도록 아버지

혼자 있어야 하니까 외로워하지 마시라고 하고

우린 다시 어머님 병원으로 옮겨갔다.


오전에 간호사에게 필요한 게 뭔지 알아두었던 

우린 그것들도 챙겨서 드리며 잘 부탁한다고

 깨달음과 인사를 드리고 어머님께도 다시

 오겠다는 약속을 하고 병원을 빠져나왔다.


병원은 나서서 택시를 기다리는데 

갑자기 무지개가 예쁘게 뜨기 시작했다.

[ 봐 봐,,무지개야, 좋은 일이 있을려나 봐 ]

상기된 목소리로 깨달음이 손가락으로

 무지개를 가리켰다.

좋은 일..그래 좋은 일이 있었으멶 좋겠다.

어머님 수술도 무사했으면 좋겠고

아버님도 스트레스에서 좀 벗어났으면 좋겠다.

[ 깨달음, 아까 병원에서 어머님이랑 아버님한테

하는 모습이 자식이 아닌 부모 같았어..

아이를 대하는 아빠 같은 느낌이였어 ]

[ 자식이였는데 이젠 부모입장이 되는 것 같애..

내가 어렸을 때는 부모가 날 보호하고

부모가 이젠 아이가 되어가니까 내가

자연스럽게 부모가 되는 거 아닐까..]

맞다,,늙으면 아이로 돌아간다는 말이 

이렇게 현실로 다가왔다.

부모는 자식을,,자식은 또 그 부모를,,,

난 무엇보다 어머님의 치매증상이 천천히 

진행되었으면 하는 바람과  다카시형님에 

대한 애착이 집착이 되어 어머님 스스로를

 망상 속에 빠지지 않았으면 하는 기도를 했다.

   덤덤히 택시 안에서 서방님께 전화를 하는

깨달음이 오늘은 더 착해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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