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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일본인들도 많이 우울하다

by 일본의 케이 2019. 10. 3.

긴쟈에서 깨달음이 기다리겠다고 했다.

언제나처럼 밝은 목소리였는데

 밖에서 보자는 이유가 짐작가지 않는다.

카운터석에서 혼자 술을 마시고 있는 깨달음이

입구쪽에 날 보고 가볍게 손을 든다.

무슨 일이냐고 물으려는데 메뉴를 내밀며

먹고 싶은 거 시키라며 자기는 술 잔을 들었다.

적당히 주문을 하고 건배를 하는데

깨달음은 계속해서 침묵을 지킨다.

나도 그냥 음식평을 하다가 변해버린 

긴쟈거리, 예전에 우리가 즐겨 다녔던 

야키도리(닭꼬치)집의 근황을 나누다 물었다.

 [ 오늘 여기서 미팅 있었어?]

[ 응 ]

[ 근데,,,왜 술 마시고 싶은 거야? ]

 [ 그냥,,,,,,]

깨달음 회사에 옛직원인 니시무라 상이 심한

 우울증으로 자살시도를 했단다.


내가 석사과정일 때 디자인 의례를 받고 

깨달음 회사를 처음 찾아갔던 날, 내게 녹차를

준비해 준 그를 나도 아주 잘 알고 있다. 

깨달음에게는 까마득한 대학후배였지만

많이 아끼고 예뻐했던 것도 기억하고 있다. 

[ 참 실력있고, 머리도 영리하고 착한데..2년전

 이혼을 하고나서 우울증이 심해졌대 ]

깨달음 회사에 근무중일 때도 여러곳에서 

스카웃 제의가 있을 정도로 실력이 뛰어났고

 감각적이며 센스가 남다른 직원이였다.  

  오후 늦게 니시무라 상에게서 전화가 와

 1시간 넘게 통화를 했는데 여러 일이 있었던 것

같아서 자기 회사를 떠난 뒤로 그에게

 무관심했던 게 미안해졌단다.


[ 지금도 병원치료는 하고 있어? ]

[ 응, 계속 하고 있대 ]

[ 한번 같이 만날까? ]

[ 그럼 좋지, 그 친구도 당신 좋아했으니까,

회사 다닐 때도 약간 우울증 증상이 있다고 

했었는데 내가 관심을 더 뒀어야했어,,

근데 우울증이 내 주변에 상당히 많은 것 같애,

3년전에 그만 둔 여직원도 우울증으로

치료받은 거 기억 나? 그리고 내 10년후배

스즈끼도 지금 5년이 넘었을 거야,

약 복용하는지...40, 50대가

어른으로서 고민이 많은 가 봐 ]

 [ 불혹의 나이를 넘어 인생의 반을 뒤돌아보면

별 생각이 들 때가 있지..]

이번 니시무라 상의 자살미수 건을 계기로

 주변을 둘러보니 생각보다 우울증을 앓고

있는 지인들이 많다는 생각에 왠지 

울적해지더라며 자기는 항상 좋은 일, 

나쁜 일 그냥 툴툴 털어버리고

잊어버리는 성격인데 은근 남자들도 예민하고

 섬세한 부분이 많은 것 같단다.


긴 통화를 하면서 이혼, 남은 아이들,그리고

 프리랜서로 일을 하면서 겪었던 어려움,

자신이 다시 일을 다시 잘 할 수 있을지

고민하며 자심감을 많이 잃어버린 것 같아서 

언제든지 자기 회사로 돌아오라고,

괜찮으니까 놀러오듯이 출근 하라며

기다리겠다고 했단다.

[ 잘 했어,,]

[ 근데 뭐라 위로하기도 그렇고 그냥

담담했어. 근데 지가 솔직히 얘기 하더라구,

굳이 말 하지 않아도 될 것을,,아무튼, 내가 

잊고 살았다는 생각에 많이 미안했어,

실력이 있어서 주변에서 기대를 많이 했고

그런 것들이 꽤나 부담스러웠나 봐 ]


우울증을 정신의학적으로 말하면

우울한 상태, 즉 일시적인 기분저하가 아닌

생각의 내용, 사고과정, 동기, 의욕, 관심, 행동,

수면, 신체활동 등 전반적인 정신 기능이 

저하되는 상태를 의미한다.

우울증은 누구에게나 찾아 온다. 

특별한 계기가 있어서 발병되는 경우가 많지만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우울감이 쌓이는 케이스가

있는데 그 원인은 아물었다 생각한 

어릴적 상처와 성장과정과 대인관계에서 겪었던

 아픔들이 누적되어 발생하게 된다.

실제로 2018년 일본에서는 20명중에 1명이

우울증이 있다는 통계가 나왔다.

또한 그 우울증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결국에 자살을 택한 경우가 많아 사회적으로 

우울증을 바라보는 시선이 많이 달라졌다.

그래서인지 이곳에서는 자신이 우울증을 앓고

 있음을 굳이 숨기려 하지 않고 처방전후의

변화를 자연스럽게 얘기하곤 한다.


작년 일본의 자살인수는 20,840명으로 남성이

14,290명인 68.6%, 여성이 6,550명이였다.

자살 이유는 우울증이 가장 많고

우울증이 생기게 된 동기는 경제적 빈곤, 

가정문제, 질병 등으로 나타났다.

40대 50대의 자살자가 많은 이유로는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 관리가 적절히 

되지 않아서 생기는 우울증에서 자살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일상에서 오는 스트레스는 아주 심플하다.

지나칠 정도로 타인의 시선에 신경 쓰면서

그 타인과 자신을 비교하며 오는 자괴감,

좋은 점만 보여주고 싶고, 잘 하려고 하며

인정받으려 애를 쓰다보니 정작 자신의 삶은

즐겁지도 않고 행복하지 않다.


(시니어 가이드 참조)


제대로 못한 자신이 밉고, 뒤쳐져서 밉고

잘 나지 못해 밉고, 상대보다 덜 가져서 싫고

내가 가질 수 없음에 슬프고 내 자신이

 초라하고 바보같아서 자신을 괴롭힌다.

그렇게 우울감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계속해서 자기학대를 하게 된다.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면 되는데 우리는

그게 잘 되지 않아서 속앓이를 하고

자신의 존재를 부정하고 만다.

한국도 자살자수가 줄지 않고 있는 상황인데

이곳 역시도 사람 사는 게 다 똑같듯

 아프고 괴로워서 몸부림치는 사람들이 많다.

지금의 내가 누구보다 소중함을 깨닫고 

지쳐있는 내 마음에게 휴식 시간을 주면서

잠시나마 자신을 위한 치유의 눈물을 

맘껏 흘려주는 것도 나쁘진 않다.

 자신을 사랑하기 위한 첫걸음은 

자신을 더 이상 미워하지 않는 일이다.

가슴 속에 묻어둔 상처 한두개쯤 가지고  

사는 게 우리네 삶이기에 혼자만 

아프다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오늘 깨달음이 미안해 했던 건 회사를 그만 둔

후배에게 연락을 전혀 하지 않았다는 것과

 속내를 들어주는 선배가 되어 주지

 못했다는 것에 속이 상했단다.

니시무라 상이 결코 혼자가 아님을,

이젠 자신 스스스로를 외면하지 않도록

 만나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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