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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비우고 사는 연습

by 일본의 케이 2019. 11. 15.

딜러에게서 전화가 왔다.

차 밧데리가 방전되니 운전을 좀 하라고,,

두달에 한번꼴로 딜러에게서 같은 내용의

전화를 받는다. 깨달음은 운전면허가 없다. 

그래서 운전을 해야하는 것도 나이고

 차에 관한 모든 관리도 내가 해야한다.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맨션은 말 그대로 

역세권, 역이 맞은 편에 있는 위치에 살고 있다.

한국에 있을 때야 가까운 마트만 가도 차로

움직였는데 결혼을 하고 나서 교통이 편한 곳에

살다보니 굳이 차의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쇼핑을 하거나 장을 본다해도 차 없이도

전혀 불편함을 느끼지 못했다.

그런데 우리가 차를 구입한 이유는 세금 대책?을

위한 것이였기에 어떠한 목적과 필요성을 

만족하기 위함이 아니였다.


그래서도 우린 차를 가지고 움직일이 많지 않다.

차를 구입하고 시외를 몇 번 드라이브로 

다녔는데 계속해서 혼자 운전을 하는 것도

 솔직히 피곤해서 그것도 그만두고 주차장에 

넣어두다 보니 딜러는 애가 타서

 몇번이고 전화를 한다.

[ 깨달음, 딜러에게 차 판다고 말하지 그래]

[ 음,,,아깝잖아,,]

[ 안 타고 저렇게 놔둔 게 더 아까워.그니까 

그냥 지금 파는 게 현명하다고 생각해 ]

[ 음,,,,,,]

깨달음은 차를 파는 것에 미지근한 반응을 보였지만

난 정리하는 게 낫다는 생각이 강했다.


아마도 5년전쯤, 갱년기를 처음으로 맞이하고

노화?에 의한 몸상태의 균형이 깨지면서

   난 조금 성격이 바뀌었다.

살아가는데 필요치 않은 것들은 그게 무엇이든

쌓아두거나 모아두지 않는 쪽으로

변해가면서 미련없이 버리는 일을

적극적으로 하게 되었다.

아까워서, 비싼 것이여서, 추억이 묻어 있어서

버리지 못하고 있던 것들을 모두 정리했다.

미니멀라이프를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물건들이

가득차 있는 게 왠지모를 답답함을 유발했고

정신이 혼란스럽다고나 할까,,편치 않았다.

시아에 들어오는 잡다한 것들이 불편했다.

 그래서 그렇게 좋아하던 그릇 모으기,

새로운 주방도구 사기, 그리고 계절마다 

옷 사기도 이젠 거의 하지 않고 있다.



갱년기가 절정기였을 때 나는 심한 무기력감에

빠져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인간의 3대 욕심이라할 수있는 물욕, 성욕, 

인간의 생존에 직결되는 식욕마져도 없었다.

그런 시간들을 보내면서 욕심들이 조금씩

빠져나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내게  필요한 것들

 외에는 구매를 하지 않고, 없으면 없는대로

그냥 다른 걸로 대처하는 습관을 길러가고 있다. 

그렇게 물건들을 버려나가면서

마음도 함께 비워나가는 작업을 하다보니

 기분도 홀가분해지고 비운만큼

채울 수 있다는 것도 알았다.

마음을 비우기 전에는 어떻게든 가득 

채울 생각들로 욕심이 많았고

무엇이든 갖고 싶은 생각이 먼저 들었는데 

이제 알았다. 비우고 덜어내다 보니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조금씩 달라졌다.

욕심과 욕망이 차면 찰수록 그것들을 채우느라

내 육신과 정신이 혼란스럽고, 마음이

 피폐해져 갔던 것을 몰랐던 것이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실은 이곳으로 이사왔을 때 나는 정말 물건들을

모두 처분하고 싶었다. 호텔처럼 최소한 

필요한 것들만 놓아두고 심플하고 간결하게 

지내고 싶었는데 깨달음은 10년전에 산

 디지털 카메라의 박스와 설명서,

여행가서 받은 팜플렛,입장권까지

 다 모아두는 성격이여서 좀처럼

합의점을 찾지 못해 서로의 물건은

터치하지 말자고 의견을 좁혀 생활하고 있지만

지금도 내가 뭔가를 정리해서 버리면 아깝다며

그냥 놔두는 게 어떻겠냐고 꼭 묻고 한다.

그럴 때면 나는 깨달음에게 허울좋은 가식이

 필요없고 가질 것과 버릴 것을 구별했으니

훨씬 개운해졌다고 답을 한다.


버릴 수 있는데 그 어느 것 하나 버리지 못하고

마음을 비우고 욕심을 버린다고는 하지만

정작 자신의 마음 속에 무엇을 비우고

무엇을 버려야하는지 알지 못하고 

있는 경우가 많았다.

종교인이 아니기에 무상무념까진 이르진 

못하지만 이렇게 되도록이면 소유하지 않는

 습관과 비워나가는 연습을 늘 하고 있다.

깨달음은 이런 나의 변화를 가장 가까운 곳에서

지켜봐왔기에 점점 여유로움과 느긋함이 

생겨서 좋아 보인다는 말을 자주하지만 

차를 중고차센터에 넘기는 건 여전히

마음이 내키지 않는다면서 딜러와

나눈 얘기를 하며 받아온 선물을 내밀었다.

[ 이거 뭐야? ]

[ 크리스마스라고 본사에서 특별히

 준비한 선물이래 ]

[ 나 필요 없는데...]

[ 차에 두면 귀엽지 않을까? ]

[ 진짜 안 팔 생각이야? ]

[ 응,,딜러도 좀 더 가지고 있어라고 했어 ]

[ 당신 알아서 해 ]

깨달음과 함께 할 수없지만

 난 나대로 비우고 덜어내는 연습을

 앞으로도 계속할 생각이다.

조급하고 집착했던 내 안의 쓸데없는

욕망과 생각들을 포기하니 

담담해진 내 마음을 만날 수 있었다.

내 것이 아니였는데 가지려해서 바둥거리니

마음이 힘들었는데 이제 그걸 놓아버리니

가슴 속 응어리가 빠져나가고 있었다.

아직도 무엇을 비우고 채워야할지

헷갈릴 때가 있는게 사실이지만 

 단순하고 가볍게, 그리고 조금은 느려도

좋으니 현실에 충실하며 살아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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