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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서로 다른 생각을 하며 산다

by 일본의 케이 2021. 1.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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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 근처 우체국은 영업시간이 끝난 상태여서

본점으로 자전거를 타고 달렸다.

시부모님이 계시는 요양원에 보내드릴 소포를

들고 줄을 서 있는데 우편물 취급이 일시정지된

 나라가 적힌 안내문이 눈에 들어왔다.

항공편은 되고 선편은 되지 않는 나라,

선편은  되지만 항공편은 안 되는 곳 등,,

지구촌 곳곳을 코로나가 점령하고 있다는

끔찍한 생각이 잠시 들었다.

우체국을 나와 자전거로 근처 강둑을

한 바퀴 천천히 돌았다. 

외출도 삼가야 하는 긴급사태 선언 중이다 보니

일을 보러 가끔 집 밖을 나가게 되면 그냥

공원 주변이나 사람들이 별로 보이지 않는 곳을

찾아 배회하듯 걷기도 하고 벤치에 앉아

멍하니 하늘을 올려다 보기도 한다.

집에 들어서자 깨달음이 거실에 놓인 박스를

가리키며 카나마루(깨달음 대학 동기)가 

보낸 거라 했다. 

[ 왜 보낸 거야? ]

[ 당신이 어제 김치랑 챙겨서 보냈잖아, 그래서

답례로 보낸 것 같아 ]

카나마루 상이 보낸 문자를 보여주었다.

 

엊그제 생김치가 먹고 싶어 배추김치를

좀 담았다가 김치냉장고에 있는

묵은 김치와 깻잎장아찌도 함께 넣어

 보내 드렸다.

깨달음만큼이나 한국음식을 좋아하셔서

겨울철이면 매일 김치 나베(찌개)를

해 드실 정도로 김치 애호가이시다.

굳이 답례를 안 보내셔도 되는데 꼭 이렇게

돌려주기를 하시는 게 난 반갑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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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기 찐빵는 찌고, 만둣국은 끓이고

칠리새우를 만들어 중식을 차렸다.

[ 오랜만이네. 칠리새우 ]

[ 응 ]

[ 맛있다]

 [ 응 ]

 [ 왜 당신 기분이 별로야? ]

[ 아니 ]

기분이 나쁜 일도 없고, 슬픈 일도 없다.

단지,, 모든 일에 아무런 흥이 나질 않는다. 

 코로나 블루인지 잠잠했던 갱년기 장애가

다시 시작된 건지, 호르몬 분비이상인지

별로 알고 싶지 않지만

기분이 처져있는 건 사실이다.   

[ 깨달음,, 사는 게 별로 재미가 없어.. 요즘 ]

[ 재미로 사는 사람은 없지... ]

[ 그러겠지..우리 나잇대는 다 이렇게 사는 걸까?]

[ 사는 게 별 반 다를 게 없잖아 ]

[ 그런가,,..]

칠리새우에 남은 소스를 고기 찐빵에 찍어

먹으며 날 멀뚱멀뚱 쳐다보다 물었다.

[ 당신,, 홈 시크 걸린 거 아니야? ]

[ 홈 시크까진 아닌데..삶의 권태기라고나 할까,,

그냥 뭔지 모르겠어..]

[ 코리아타운 갈까?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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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내가 좀 울적해 보인다 싶으면 항상

코리아타운에 가자고 제안을 한다.

실은 난 한국 식자재를 사기 위해 갈 뿐

코리아타운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깨달음에게 코리아타운은 마치 서울의

명동처럼 볼거리, 먹거리, 쇼핑거리가

많아 좋아하는지 모르지만  난 아니다.

[ 가서 양념통닭에 생맥주 한 잔씩 하고 올까? ]

[ 나 양념 통닭 싫어하잖아,,]

내가 양념통닭을 싫어한다는 걸 100번 이상

얘기했지만 깨달음은 여전히 기억하지 못했다.

keijapan.tistory.com/1220

 

한국 설날에 우리 부부가 찾아 간 곳

한국은 설날인데 우린 특별히 갈 곳이 없었다.  매년 신정이면 떡국을 해 먹어서인지 구정의 의미가 점점 엷어져 가고 있는 듯하고 더 솔직해지면 냉장고에 떡국이나 만두 등, 설음식에 필요

keijapan.tistory.com

[ 깨달음, 당신은 좋아? 코리아 타운이? ]

[응, 완전 거리 분위기도 서울 같지 않아? 

음식도 그렇고, 서울에서 유행하는 것도

바로 알 수 있고 그래서 나는 좋아,

말 나온 김에 이번 주에 가자, 짜장라면도 사고 ]

내가 아무런 대꾸를 하지 않자 지난번에 새로

생긴 감자탕 전문집에도 들러보고

그곳이 맛이 없으면 김수미 선생님이 오픈한

수미네에 다시 한번 가보잔다.

[ 난,, 특별히 먹고 싶은 게 없어..]

[ 그래? 난 식욕이 넘치는데...

근데, 당신 요즘 왜 육개장 안 끓여줘?]

[ ................................ ]

코리아타운 어느 찻집에서 팥빙수 먹던 깨달음

[ 나 육개장 좋아하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것을 아내가 해 줬으면 하고

기대하고 있는 깨달음과

어쩔 수 없이 세끼를 챙겨 먹는 나,,

온도차가 심한 우린 또 이렇게 엇갈린 대화를 했다.

특별히 뭔가가 먹고 싶은 것도 없다.

그렇다고 뭔가를 하고 싶은 것도 없다.

 아무런 의욕이 없다는 게 문제이다.

식사를 마치고 깨달음은 바로 드라마를 틀었다.

요즘 드라마 추노에 빠져있어서

지금껏 봐 왔던 사극과 다른 매력을 내게

열심히 설명을 했고 촬영지가 어딘지

 스스로 검색을 해서 찾아보며

나에게도 꼭 보라고 권유하지만 난 오늘도 

일찍 내 방에 들어와 음악을 틀었다.

삼시 세 끼, 아무 탈 없이 먹고, 자고, 

잘 배설하는 것만으로도 얼마나 고마운 일인가.

즐겁고 행복한 일이 매일 있을 수 없으니

주어진 하루를 감사하며 살자고 책을 집어 들었다. 

한솥밥을 먹고사는 부부지만 너무도 다른

생각으로 우린 살아간다.

아내가 뭘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기억하지

못해도 그게 깨달음에겐

그리 중요하지 않다.

자신이 먹고 싶은 육개장을 언제쯤이나 해 줄까

그것이 매우 궁금할 뿐이다.

지금의 시간을 즐길 줄 아는 깨달음이

현명한지도 모른다. 저렇게 매사 긍정적으로

밝고 순수하게 사는 깨달음이 부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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