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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내가 우리 시어머니를 존경하는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14. 2.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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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부터 이곳 동경은 대설주의보가 내려 속보방송을 계속해서 내보내고 있다.

공항및 각 터미널의 교통도 마비되고 있고, 전철도 1시간 이상 운행이 늦춰지고 있다는

아나운서의 긴장된 목소리가 반복해서 흘러 나오고 있었다.

 

13년만에 내린 폭설로 동경시내는 교통사고가 다발하고 있다는 보고도 나오고,,,

 

깨달음은 내일이 마감인 콘페에 제출한 작품을 마지막으로

체크해야 한다면서 출근 준비를 하고 있었고

난 설겆이를 하고 있는데 깨달음 전화가 울렸다. 우리 시어머니셨다.

1년에 한 두번 할까말까 할 정도로 전화를 안 하시는 분인데 뭔 일일까 싶어 귀를 기울렸다.

응, 괜찮다고,,, 여긴 그렇게 많이 내리지 않았다고,,,

그런 얘기들이 오가더니 전화를 끊는다.

왜 나 안 바꿔주고 끊어 버리냐고 그랬더니

동경에 눈이 많이 내린다는데 미끄러우니까 몸 조심하라는 내용이였다고

별 대수롭지 않은 용건이여서 끊었단다.

[ .....................]

그래도 바꿔 줘야지 오랜만에 전화하셨는데 끊어버리냐고 내가 다시 어머님께 전화를 드렸다.

 그 쪽은 눈이 많이 내리지 않았는지..... 두 분다 아픈 데는 없으신지.....

여쭈었더니 잘 계신다고 지난번에 내가 보내준 영양갱을 아껴서 먹고 계신다고

이렇게 추운 날은 밖에 안 나가도록 하고 있다고 그러신다.

그리고 아빠 기일이 곧 다가오지 않냐고 물으시며

너무 마음 아파하지 말고 한국에 잘 다녀오라는 말씀을 해주신다.

[ .....................]

감사하다고, 한국 다녀와서 다시 전화 드리겠다고 그랬더니

전화 할 필요 없다고 전화하지 말라신다.

당신들이 자식들에게 신경 쓰이는 존재가 되는 게 불편하시다며

있는 듯, 없는 듯 해야 서로가 좋은

관계를 유지 하지 않겠냐고 괜찮다고, 괜찮다고만 하신다.

[ .....................]

그럼, 제가 좀 따뜻해지면 한 번 놀러가겠다고 말씀 드렸더니

일부러 애쓰지 말라시며 마음만으로 충분히 고맙단다.

 

우리 어머님, 80이 넘으셨는데 기억력이 비상하시다.

 곧 다가오는 우리아빠 기일에 잘 다녀오라는 말씀을 하시려고 전화하셨던 어머님,,,,

우리가 뭔가 할려고 하면 많이 불편해 하시며, 애쓰면 쓸수록 서로가 피곤해진다고,,,

그냥 있는 그대로, 마음 가는대로만 하라 하셨다.

어머님과 이렇게 한 번씩 통화를 할 때마다

내가 진정한 어른으로, 아니 괜찮은 며느리고 성장할 수 있게 기회를 주신다는 생각이 든다.

따뜻하면서 조금은 차가운 듯,,,,, 늘 적정거리를 유지하시는

우리 어머님을 난 존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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