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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자의 질투도 은근 쎄다.

by 일본의 케이 2015.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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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부터 정리에 들어갔다.

이사는 아직 멀었지만 지금부터 정리를 해야 될 것 같아

책, 작품들을 위주로 책상주변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깨달음은 아직 이사하려면 두 달이나 남았으니

느긋하게 하라고 그랬지만 난 이미 이사모드에 들어와 있었다.

그 동안 모아 두었던 영수증, 우편물, 편지들이 너무 많아 모든

2년이상 지난 것들은 버릴 생각으로 분류를 했다.

버릴 것들과 남겨둘 것들로 구별하여 책들을 분리하고

서랍속 서류들도 하나씩 꺼냈다.

일본어 학교 다닐 때, 같은 기숙사에 살았던

옆 방 학생들에게 받은 카드, 엽서,,

우리 가족들이 보낸 격려내용의 편지들..

 

자기를 두고 유학을 택한 나를 원망하며 외롭다는 친구의 편지,,,

결혼을 앞두고 마음이 심란하다는 후배의 편지.... 

참,,,14년전의 기록들이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옆에서 깨달음은 내 작품들을 정리하면서

좋은 작품들은 경매로 팔아야 하네 마네 그런 얘기를 했었다.

쓸데없는 건 버릴 생각에 꺼냈는데 하나씩 읽어 보니

버리기가 좀 그렇다.

 감회도 새롭고 새록새록 그 때 일들도 떠오르고,

그 장면 장면들이 또렷하게 그려졌다.

그 편지들 속에 옛 남친(일본인)의 편지도 들어 있었다.

 

일본어 학교를 졸업하고 대학원 시절,

혼자서 나고야에 여행을 떠났었다.

우연히 들린 식당에서 어색하게 두리번 거리는 내 모습이

눈에 띄였는지 그가 말을 걸어왔고

나보다 6살이나 어렸지만 둘이 서로 얘기가 잘 통했다.

그렇게 친구가 되었고 서로 편지가 오가는 사이가 되었다.

사귀자는 말은 굳이 하지 않았지만

서로가 좋은 감정을 갖고 있었던 건 사실이다. 

1년에 한 번정도 얼굴을 보기 위해

내가 나고야에 가기도 하고 그가 동경에 오기도 하고,,,

내가 결혼을 하기 전까지 자주는 아니지만

서로의 안부를 묻고 궁금해 했었다.

 

 

편지 속에 들어있는 사진을 보고 있으니 그 때 느꼈던

쑥스러움과 설램이 느껴지는 듯했다.

옆에서 보고 있던 깨달음 눈빛이 별로인 것 같아

다시 편지봉투에 넣었더니 자기한테 좀 보여 달란다.

당신도 옛날에 읽었던 거라고,나고야에 산다는 그 친구라고 그랬더니

다시 줘 보란다. 어떤 자식인지 얼굴 한 번 다시 보자고...

[ ........................... ]

그냥 펜팔친구 같은 남자였다고 예전부터 당신도 알고 있지 않았냐고 그랬더니

자기는 이상하게 이 나고야 남자가 기분이 나쁘단다.

편지 내용도 그렇고, 사진을 봐도 썩 유쾌하지 않단다.

그냥 친구였는데 뭐가 기분 나쁘냐고

편지를 뺏어 서랍에 넣었더니 

자기가 봤을 때 둘이 서로 좋아했던 것 같아서 더 싫단다.

정식적으로 사귄 것도 아니고 그냥 편지가 오갔고,,

그냥 가끔 얼굴 보고 그런 것 뿐이라고 그랬더니

남자들도 직감 같은 게 있다면서 편지를 읽어보면

무슨 감정이였는지 느낌이 팍팍 온다고

차라리 사귀였다가 헤어지고 그러는 게 훨씬 뒷끝없고 개운한데

서로 사귄다는 말은 하지 않으면서 서로를 생각하고

그리는 특별한 마음 같은 게 있었을 거라며

 갑자기 배우 조인성 같은 몸매도 아닌데

 뭐가 그리도 좋았냐고 물었다.

[ ........................... ]

웬 조인성을 이 상황에서 끄집어 붙히는지...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난 배우 조인성을 데뷰했을 때부터 너무 좋아했다.

얼굴도 너무 맘에 들었지만 날씬한 몸을 좋아하는 내 눈에

조인성은 완벽 그 자체였다.

나 뿐만이 아니라 모든 여성들이 좋아하는 배우임은

누구도 부정하지 못할 것이다.

난 이성을 볼 때, 물론 얼굴도 중요하지만 몸을 많이 보는 편이다.

근육질의 남자나 통통한 남자가 아닌 날씬한 스타일을 좋아한다.

내가 처음으로 사귀었던 남자친구도 조인성과 같은 몸매였고

지금까지 사귀였을 몇 몇의 남자들도 모두 모델처럼 늘씬한 스타일이 많았다.

그런데, 깨달음은 아주 보통, 평균 남자들의 몸매를 가지고 있다.

40대 초반까지는 자기도 스마트했다고

사진을 보여주긴 했는데 뼈가 굵은 편이여서 조인성 몸매는

될 수 없는 체형이였다.

그런데다가 요즘은 배까지 나오고 있어 조인성 몸매를

강조하고 강조해서인지 느닷없이 조인성을 얘기를

 꺼내는 것 같았다.

(다음에서 퍼 온 사진)

 

너무 황당해서, 왜 조인성 얘기를 하냐고

 그 친구(나고야)도 조인성 몸매는 아니였지만

참 어른스러웠고 성격이 칼칼해서 나쁘진 않았다고

하지만, 원래부터  결혼생각이 없었던 나는 그 남자도

그리고 당신도 결혼상대로 생각치 않았기에

얼굴이라든가 몸매라든가 그렇게 신경을 쓰지 않았다고

더 이상 얘기를 해봐야 당신 기분 나쁠 것 같으니까  

그만 두자고 서랍 속에 편지들을 주섬주섬 넣었다.

그런 나를 잠시 쳐다보더니만, 

현실 속에서 조인성 같은 사람은 찾기 힘드네, 마네

투덜거리더니만 아무튼, 자기보다 훨씬 어리고,

해외 유학파이고 은행원이라는 것도 마음에 안 든단다.

[ ........................... ]

참,,,별 걸 다 기억하고 있는 깨달음....

알았다고, 그만하자고 지금은 아무 관계도 아니고

내가 결혼했다는 것도 알고 있고 그냥 추억의

한 페이지일 뿐이라고

책상 서랍을 닫았더니 두 번 다시 자기한테

그 편지고 사진이고 눈에 안 띄게 해주란다.

[ ........................... ]

그렇게 말하는 깨달음의 작은 눈에서 매서운 질투의 빛을 보았다.

이젠, 조인성 몸매, 차승원 몸매가 맘에 든다는 얘기도

입 밖으로 내지 않도록 조심해야 될 것 같다.

 남자의 질투도 여자 못지 않음을 느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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