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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카톡으로 배우는 남편의 한국어

by 일본의 케이 2015. 4.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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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이 어느날 카톡에 있는 이모디콘을 사달라고 했었다.

뭔소린가 해서 봤더니 한국어와 일본어가 

나와 있는 이모디콘이였다.

이제까지 무료만 사용해서인지

240엔(한화 약 2,200원)이나 하는 걸 굳이 돈 주고 사려고 하니까

좀 아깝다고 그랬더니 나보고 [짠돌이]라면서 째려보길래

그럼 당신이 구입하면 될 것이지 왜 나한테 사달라고

하니까 이런 것은 선물로 받아야 기분이 좋은 것이라고

빨리 선물로 쏘라고 옆에서 타블렛을 들고 재촉을 했었다.

[ ....................... ]

 

 괜찮아,  놀러가자, 추워, 더워, 한가해, 화장하고 있어.

밥 먹었어? 이건 뭐지? 힘내, 너무해, 카카오톡 할게 등등

여러 상황들의 표현들이 있어 재밌는 이모디콘이였다. 

선물로 보내주자말자 하나하나 읽어가면서 재밌어 했다.

 

그렇게 며칠이 지난 어제 저녁, 9시까지 들어오겠다던 깨달음이

10시가 지나 11시가 넘었는데 소식이 없어

 지금 어디냐고 카톡을 했더니

바로 한글공부 이모디콘으로 이렇게 답신이 왔다.

[ 미안해...]

[ 가고 있어...]

미안해가 아니고 빨리 집에 들어오라고 그랬더니

[ 어떡하지?] [무서워~]라고 답이 왔다.

아무튼 빨리 집에 들어오라고 다시 말했더니

아번에는 [ 앗싸~~]라고 보내왔다.

 

 그렇게 집에 돌아온 시간이 11시 30분,,,

신발을 벗고 들어오면서 바로 한국말로

[ 바부 모곳소 (밥 먹었어)? 라고 물었다.

[ ........................ ]

피식 웃음이 나왔지만 꾹 참고 대답 않고 빤히 쳐다봤더니

[ 노무해...(너무해)]란다.

갑자기 왠 한국말을 하냐고 물으니까

전철안에서 이모디콘을 보며 외운 한국어란다.

자기 책상에 있는 우편물을 들고서는

[ 이곤 모지(이건 뭐지?)라고 하면서

오늘은 자기 머릿속이 완전 한국어화 되어 가고 있어

한국말이 술술 나온다고 자기도 신기하다면서

옷을 갈아입고는 또 타블렛을 들고 연습을 했다.

 

 [ 노루로 가자 (놀러 가자) ]

[ 카무짜갸 (깜짝이야) ]

[요리 하고 있소( 요리하고 있어) ],,,,, 

늦였으니 그만 자라고,,,벌써 12시라고 그랬더니

뭘 찾는 듯 싶더니

[ 자루자 (잘자) ] [ 쿠루쿠루(쿨쿨)]이라고 하면서

이 이모디콘만으로도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상적인 기본 대화가 충분히 될 수 있다며

도대체 이걸 누가 만들었는지 궁금해진다면서

 다른 패턴에 이모디콘들이 또 생기면 바로 자기한테 사주란다. 

[ ............................... ]

그런데 하나 불만이 있다면 술 먹는 사람을 위한 멘트가 

담긴 이모디콘이 있으면 좋겠단다. 

예를 들면 술 먹고 있어, 묻지마, 친구 만나, 한 잔 해, 니가 쏴~

안 취했어, 토할 것 같애, 술 더 주세요 ,,등등

이런 내용의 귀여운 이모디콘이 있으면 좋겠단다.

알았다고 얼른 자라고 그래도 반쯤 풀린 눈으로

이마에 주름까지 만들어가면서

그렇게 20분정도 깨달음은 한국어 공부를 했다.

[ 어토카지-어떡하지]  [ 시온해- 시원해]  

[곤배- 건배] [ 요루바다- 열받다] ,,,,

엉성한 발음이긴 하지만,

[ 바부 모곳소 (밥 먹었어)]

 [ 노루로 가자 (놀러 가자)] 라고 했을 땐 솔직히 많이 놀랬다.

카톡의 이모디콘이 깨달음에게 작은 한국어 길라잡이가 되어 주었다.

아무튼, 이런식으로든 한 단어, 한 프래이즈씩

외우려고 하고, 배우려고 하는 자세에 고맙다.

 정말 다른 패턴의 다양한 한국어 이모디콘이 나온다면

아무말 없이 선물로 또 쏴 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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