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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엄마를 부탁해-2

by 일본의 케이 2015. 8.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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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엄마, 짐 챙기셨어?]

[ 짐이라고 할 것도 없고,,그냥 옷만 몇 개 넣다,,

근디,, 태풍 온다고 그러든디,,비행기가 뜰랄가 모르것다,,]

[ 응,,, 하필 엄마 오시는 날 여기 태풍이 온다 그래서 걱정이네....

삼촌들을 뭐라 하셨어? ]

[ 아니,,,웬만한 태풍이여도 비행기 뜬께 걱정없다고는 한디...]

[ 태풍이 엄마가 오시는 후쿠오카쪽으로

불고 있어서 걱정인데 조금만 비켜가면 별 문제없이

운항은 할 거야,,,..]

[ 비행기 안 뜨믄 그냥 서울에서 삼촌들이랑 놀든지

집으로 돌아오든지 해야제 어찌것냐,,,]

[ 깨서방이 엄마 일본에 오시는데

못 뵙는다고 죄송하다고 그러네.. ]

[ 아이고,,, 지난달에 봤는디 뭔 소리여~, 글로 이번에는

동경으로 안 간디 어떻게 얼굴을 보것냐~

아무런 신경도 쓰지 말아라고 그래라~~]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사진)

 

[ 엄마, 힘들더라도 가이드 말 잘 들으시고

버스로 이동을 해도 유적지 돌아다니고 그러면

많이 걷고 그러실 거니까 신발 편한 것 신으시고 

휴식시간 되면은 화장실도 꼬박 꼬박 그 때 그 때 가셔~]

[ 오메~내가 애기냐? 애기?

삼촌도 있고 외숙모들도 있응께 걱정할 것도 없어야~~]

[ 엄마, 물이랑 사탕도 가방에 꼭 챙겨 넣으시고

약도 챙기셨어?, 태풍 때문에 비 와서 추울 거니까

두꺼운 잠바도 하나 넣으셔야 될거야 ]

[ 음마,,,내가 다 알아서 한당께, 별 것을 다 걱정하네~]

 [ 그리고 단체여행이니까 엄마 혼자서 개인 행동하지 마시고

행여나 길 잃어버리지 않게 삼촌들이랑 꼭 같이 다니셔~]

[ 오메,,, 미치것네,,,나를 완전히 노인네 취급을 허네...못 살것네..

씨잘대기 없는 소리 말고 내가 알아서 할랑께 인자 전화 끊어라~]

[ 알았어, 엄마, 아무튼 조심히 오시고

내가 거기까지 못가서 너무 죄송하고

일본에 도착하실 때쯤 내가 엄마한테 전화 한 번 할게요]

[ 전화 할 필요도 없시야 ~ 여행사에서 다 해 준께~]

내가 중학생 때, 수학여행 가는 나에게

 우리 엄마 아빠가 하셨던 소릴 그대로

내가 엄마한테 하고 있었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전화를 끊고도 마음이 괜시리 불편했다.

엄마가 삼촌들 내외와 함께 동경이 아닌

후쿠오카로 여행을 오신다.

엄마 형제분들 모임에서 여행사를 통해 오시는 거라

우리 부부가 함께 할 수도 없고,

후쿠오카라는 거리상의 문제도 있고해서 만날 수가 없다.

여행사 투어이기에

자유로운 시간보다는 스케쥴에 맞춰서 움직여야하니까

 시간, 지켜야할 수칙도 있을 것이다. 

나도 모르게 엄마가 듣기 싫어하는 잔소리를 하고 말았다.

 엄마는 딸들이 이렇게 염려?하는 걸

점점 싫어하시고 언잖아하신다.

지난 5월 언니랑 조카랑 세 명이서 동경에 오셨을 때.

전철을 타고 이동을 하는데 붐비는 사람들 속에서

행여나 엄마랑 엇갈릴까봐 언니가 자기 가방 끈을 잡고

따라 오시라고 했더니 당신을 초딩 취급한다고

안 잡아도 된다고 처음엔 뿌리치셨다.

그러자 언니가 한국도 아닌 일본에서 혹시나 잃어버리면

어쩔려고 그러냐고 끈을 잡으시라고 그래서

마지못해 잡고 따라 오셨다.

 

우리 엄마는 내년이 팔순이다.

하지만 당신 마음은 아직도 60대 중반인 것 같은데

언제 이렇게 상노인이 되버렸는지 모르겠다고

푸념을 늘어 놓으실 때도 많다.

아빠가 돌아가시고 혼자 계시면서

 엄마가 급속히 노인이 되가시는 걸 느꼈다.

고작 1년에  두 번밖에 뵙지 못하지만 볼 때마다

노인에 가까워지고 있음을 절실히 느낀다.

연세에 비해 달리기도 참 잘하셨는데

이젠 빨리 걷는 것도 힘들어 하시고,

조금 걷다가 쉬고 싶어 하시고 화장실도 자주 가시고,,,

그래서 우리 딸들은 점점 엄마를 아이 대하듯이

이렇게, 저렇게 하시라고 말을 하고 만다.

난 자꾸만 쇠약해져가는 엄마를 볼 때마다

노인이 되가는 과정과 심리적변화에 관한

책자들을 펼쳐보곤 한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노인의 특성을 살펴보면 

자기 중심적인 사고로 변해서 판단기준을

외부가 아닌 자기 내부에서 두려고 하고

신체적 질병이나 주변 환경변화로 인한

스트레스로 우울증이 증가하고

수동적인 성향으로 바꿔가면서

자기가 할 수 있는 일들도 남이 해 주기를 바라는

 경향이 짙다고 한다.

사고의 경직성을 보이기 때문에

새로운 것에 대한 두려움과 생각의 융통성이 사라지며

과거 회상이 늘고 시기심과 질투심이 강화되고

 불평이 많아지고 어떤 일이든 흥미가 없고

비활동적이 되어 사회성이 떨어진다고 한다.

어느 누구나 먹는 나이이고, 가는 세월은 막을 수 없다.

난 엄마가 혼자가 된 후로 늘 걱정스럽다.

멀리 있어서 더 안타깝고 안쓰럽고,,,

있을 때 잘 하라는 말, 효도도 그렇고 사람관계도 그렇고,,,

 매일 매일 상기하면서도

늘 마음뿐인 나...

삼촌들과의 3박 4일 여행이 무사하길

또 가슴으로만 기도하는 못난 딸이 있다.

http://keijapan.tistory.com/656   엄마를 부탁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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