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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일본의 남다른 장례식 문화

by 일본의 케이 2015. 10.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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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5시, 깨달음이 집을 나섰다.

나도 함께 가야하는 게 아니냐고 또 물었지만

그럴필요없다는 대답만 되돌아왔다.

아침 바람은 을씨년스러울 정도로 차가웠다.

 오전내내 신경이 쓰였지만 애써 모른척하고

나는 내 일을 보았다.

깨달음에게 연락이 온 것은 정오가 지날 무렵이였다.

고별식이 끝났다고,,,,


 

시고모님이 갑자기 돌아가셨다.

86세 생신을 이틀 앞 둔 아침, 세상을 떠나셨단다. 

어릴적 깨달음을 당신 아들처럼 귀여워하셨다지만,

난 한 번도 뵌 적이 없었다.

 나도 장례식에 참가해야하지 않냐고 몇 번

물었지만 자기 혼자만 가도 충분하다고

우리 시댁보다 훨씬 더 먼 곳에서 장례식이 치뤄져서

전철을 두번이나 갈아타고 피곤하니까

쉬는 게 낫다고 아침 새벽에 집을 나섰던 것이다. 

혼자 보내 놓고 왠지 찜찜했었다.

그래서 누차 깨달음에게

한국 같았으면 뭔 일이 있어도 가 봐야할 가까운 관계라고

괜히 안 가서 욕 먹는 거 아니냐고 했더니

괜찮다며 일본에서는 결혼식도 그렇지만

초대하는 사람들이 거의 정해져있기에

신경을 안 써도 되고

실은, 자기도 굳이 안 가도 되는데

자길 어릴 적에 많이 귀여워해주셨기 때문에

마지막 가시는 얼굴이라도 뵙고 싶어 가는 거라고 했다.

 

저녁 8시가 넘어 들어 온 깨달음 손에

 쇼핑팩이 몇 개나 들려져 있었다.

오랜만에 본 친척들이 깨달음에게 이것저것 싸 주셨단다.

나는 왜 안 왔냐고 안 묻더냐니까

당신을 왜 물어보냐고 전혀 그런 소린 없었단다.

 

내가 신경쓰여하는 걸 느낀 깨달음이

일본 장례식문화에 대해 설명해 주었다.

일본 역시 부모님의 장례를 가장 크게 생각하고,

만약에 부모님이 돌아가셨을 경우,

자식들, 친척분들, 그리고 부모님이 사셨던 동네에서

 친하셨던 분들만 장례식에 참석을 하지만

 한국처럼 자식의 친구, 직장동료, 지인들까지

오는 경우는 극히 드물단다.

이번, 고모님 장례식에 조카로는 자기만 참석을 했더라며

정말 가까운 친인척 아니면 오지 않는다고

특히, 얼굴도 한 번 뵌 적 없는 고모님의 장례식에

오지 않았다고 누구 하나 이상하게 생각할 사람은 없다고 했다.

3년전, 우리 아빠 장례식 때,

서울에서 친구, 동료들이 밤길에도 광주까지

내려오는 걸 보고 자기는 많이 놀랬단다.

일본도 아주 옛날에는 그렇게 각지에 있는 친인척, 친구들이

찾아왔지만, 지금은 거의 없단다. 아니 하지 않는단다.

왜냐하면  멀리서 오고 가면 여비도 들고,

직장생활에도 지장이 올 수 있어

민폐를 끼치는 것이니까

부르지 않고, 오지 않는 거란다.

그럼, 조의금은 따로 하냐고 물었더니

아주 친한, 정말 절친일 경우가 아니면

친척간에도 하지 않기도 하고,

특히, 친구 부모님의 장례식 조의금은 내질 않는단다.

[ ....................... ]

우리 아빠 장례식 마지막날,

친척, 동료, 학교 선후배, 교회 사람들 등등,,

조문객이 5일장내내 끊임 없었음에 많이 놀랬고 

조의금을 돈 세는 기계가 세는 걸 보고

역시 한국은 레벨이 다르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 ....................... ]

 한국은 못 가도 조의금을 해야하고,

멀리 있어도 되도록 찾아가려고 한다고

그게 아직까지 한국식 정서라고 그랬더니 

이제 일본은 그런 게 거의 사라졌단다.

서로간에 바쁜 것도 있고, 친인척간에도

 소원해진 것도 있고, 부담을 주는 게 싫은 것도 있고,,,

마지막 가는 날까지 주변사람들에게

폐를 끼지지 않으려는 일본식 정서가 베어있는 듯해

마음이 썰렁해 진다고 했더니

어떻게 보면 가는 자보다 남은 자를 위해서

생략하다보니 간소화 되어버린 것 같단다. 

[ ....................... ]

하긴, 한국은 경조사가 많아서 경제적으로

은근 부담이 많이 간다고 했다.

어찌보면 일본 스타일이 꽤 합리적이고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면서도 마지막 가는 길에

그를 알았던 모든 이들이

잘 가라고 인사를 나누는 것이라

생각했던 내 장례식 개념과는 사뭇 달랐다.

간소화,,,,,

가는 사람보다  남은 사람을 위한 배려인데

왠지모를 쓸쓸함이 느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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