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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행복하자,,아프지말고,,,

by 일본의 케이 2016. 7. 8.

근 시간에 맞춰 깨달음 회사에 들렀다.

직원들과 미팅 중이길래 조용히 사무실 한켠에  앉아

잡지를 뒤적이고 있는데 10분쯤 지났을 무렵

깨달음이 나오더니 날 보고 흠짓 놀란 눈빛으로

왠 일이냐고 물었다.

[ 그냥,,,당신이랑 저녁 먹으려고,,,]

[ 어디 예약해 놨어?]

[ 응,,,해놨지...]

직원들이 사무실을 빠져나오면서 나를 보고

 가볍게 목례를 했다.

마지막까지 정리를 마친 깨달음과

가게로 들어섰더니 점장이 아주 반갑게 맞이해 주셨다.

왜 이렇게 오랜만에 나오셨냐,,

얼굴 잊겠다며 과하게 반겨주시까 옆에 있던

깨달음이 자기보다 더 바쁜사람?이라고

 한마디 거들었다. 

 

메뉴판을 보며 깨달음이 물었다.

[ 뭐 마실거야? ]

[ 음,,,오늘은 정종을 한 잔씩 할까? ]

[ 왜 그래? 오늘,,무슨 할 말 있어?] 약간 상기된 표정으로

나를 빤히 쳐다보는 깨달음...

[ 당신,,,모레 입원하잖아,,,

그래서 또 식단조절에 들어가야 되고

수술하는 3박동안 아무것도 못 먹고 못 마실거 아니야,,

수술후에도 음식조절해야할테고,,,,

그래서 오늘 많이 먹고, 많이 마시라고 온 거야..]

멍하게 날 바라보던 깨달음이 피식 웃었다.

 

주문한 정종이 나오자 잔을 채우면서

별 것도 아닌데 호들갑이라며 자긴 아무렇지도 않다고 했다.

지난 건강검진때 발견된 장내 폴립을 제거하기 위해

2박3일 입원을 해야한다. 

폴립 사이즈가 1센치 미만이고 악성이 아니였지만

주치의는 수술을 권했고 깨달음도 미루고 미뤘다가

이번에는 수술을 받기로 마음을 먹은 것이다. 

 ( http://keijapan.tistory.com/827 

 부부가 아프지 말아야할 이유 )


 

간단한 수술이니까 걱정말라고

남자들에게 많다고 하니까 신경 쓸 필요 없다며

앞으로 일주일정도는 거의 금식에 가까운 생활을

해야하니까 오늘 많이 먹어 두겠다며

그렇게 정종을 주거니 받거니하다가

깨달음이 이럴줄 알았으면 오랜만에 짜장면과

탕수육 먹으로 갈 걸 그랬다며 아쉬워했다. 

그리고 중국출장 얘기도 나누다가 문득 유언장 얘길 꺼냈다.

지난주 다카시 형님이 그렇게 갑자기 돌아가시면서

자식들이 남은 재산및 부채정리를 어찌할 지 몰라

지금 변호사와 계속해서 상담중인 것 같다며

작년에 그렇게 미리 해두라고 말을 했었는데

형님이 그냥 그대로 떠나버려서

남은 자식들이 지금 피곤한 상태라고 했다.  

 

그러면서 자기도 지난주에 보험부터 시작해서

다시 확인하고 유언장도 수정할 부분 해 놨으니

자기가 입원 중일때 한 번 확인해 보란다.

별 일 아니라고 간단한 수술이라면서

왠 유언장을 얘기하냐고 했더니

사람 일은 모르니까 만의 하나를 생각해서

다시 체크해 놓은 거란다.

보험회사에 입원비 청구도 해야해서

정리하는 김에 재확인한 거니까

자기 책상, 오른쪽 서랍에 있으니

잊지말고 꼭 읽어보란다.

[ .............................. ]

 

쓸데없는 소리말고 술이나 마시라고 했더니

늘 미리미리 준비하는 게 좋다면서

그게 떠나는 사람도 남겨진 사람에게도

민폐를 끼치지 않는 길이란다.

 

별로 안 듣고 싶으니까 그만하라고 화제를 바꾸려는데

자기는 아버님처럼 90살 넘을 때까지 살거니까

걱정말라면서 이제부터는 좀 더 많이 즐기며 살기로 했단다.

당신은 충분히 즐기고 살고 있다고 쏘아부쳤더니

보험 팜플렛에 이런 문구가 적혀있더란다.

[ 지금 당신 옆에 있는 그 사람을

 얼마나 사랑하십니까? ]라고,,

 수술을 앞둬서 생긴 마음이 아니라

이런저런 이유를 종합해서 볼 때 아내에게

더 잘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언제, 무슨 일이 있을지 모르니까 돈도 적당히 써가면서

자기를 위해서, 그리고 아내인 나를 위해서도

 함께하며 좋은시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으니까 이번 중국출장도 같이 가잔다.

직원과 함께 갈 예정이였는데 그냥

나랑 같이 가기로 결정했단다.

부부는 아주 가까우면서도 먼 존재여서

사소한 일로 엇갈린 시간들을 보내기도 하고 

작은 오해로 서로를 많이 아프게 만드는 관계이지만

 우린 그러지 말고 살았으면 좋겠단다.

[ ......................... ]

갑자기 부부 얘기를 하냐고 반문하니까

곁에 있을 때, 건강할 때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며 수술 보다는 유언장을 볼 때마다

느슨해진 자기 삶들을 다시 되돌아보게 되는 것 같다면서

걱정말라며 손가락 하트를 날렸다.

[ ......................... ]

수술을 앞두고, 아니 보험을 정리하며,,유언장을

다시 써내려가며 생각이 많았던 것 같다.

 가게를 나와 역을 향해 걸으며 깨달음이 노래를 흥얼거린다.

[ 행복하자, 아프지말고,,,,,]

요즘 날마다 듣고 있는 [ 양화대교 ]였다.

난 말없이 깨달음 손을 잡으며

아무일 없을 거라고 앞으로도

 매일 매일 곁에 있는 동안 최선을 다해야겠다는

마음다짐을 했다.

그래,,,행복하자,,아프지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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