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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국제커플의 식탁에서 보이는 부부관계

by 일본의 케이 2017. 2.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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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8시면 난 깨달음 아침상을 차린다.

서로가 특별한 스케쥴이 없는 한

매일 아침 이렇게 아침을 준비한다.

접시에 반찬들을 놓고 그릴에 생선을 구우며

국을 데우면서 문뜩 이곳이 한국과 

별반 차이가 없다는 생각이 스쳤다.

북엇국과 조기 구어지는 냄새가

잠시 이곳이 외국이란 걸 잊게 한다.

우리집 일주일 식단은 대충 이렇다.

 미역줄기볶음, 멸치볶음, 콩조림, 창란젓, 

무우말랭이, 샐러드, 조기구이, 동치미 (조식)



고등어구이, 깻잎, 우메보시, 갓김치, 콩조림, 

생선초절임. 김샐러드, 묵은김치 조림 (조식)


계란후라이, 김치, 멸치볶음, 마늘 장아찌, 우메보시

취나물, 토란대나물, 샐러드, 연어구이, 미역국


치즈버섯, 미역초무침, 두부조림, 낫또,

야끼소바, 꽃게탕 (석식)


새우볶음, 샐러드, 무 갈은 것, 사과 샐러드,

순두부찌개 (석식)


바지락찜, 토마토, 치즈샐러드, 낫또, 계란찜, 만두(석식)


그리고 어제 먹은 삼겹살.


풋고추가 없다고 투덜거리면서도

크게 쌈을 싸서 부지런히 먹는 깨달음.

진짜 맛있다며 엄지를 몇 번 들어 올린다.

[ 우리 식단이 좀 한국식이지 않아? ]

[ 왜? 나는 좋은데? ]

[ 아니, 나쁘다는 게 아니라,,여기가 

한국인지, 일본인지, 그리고 당신은 어느나라

사람인지 구별이 안 갈 때가 있어..

지금처럼 마늘 넣어서 쌈 싸먹는 걸 보면 ]

[ 난 한국음식 매일 먹어도 안 질려,

왜냐면, 당신이 100프로 한국식으로 내놓진 않잖아.

오늘같은 삼겹살은 100%이지만..

일본 우동에 단무지가 아닌 김치가 나올 때도

있고, 지난번에 먹었던 야키소바에 꽃게탕도

 나는 좋았어. 한일합작 식단 아니야? 

그래서 난 우리집 집밥이 제일 좋아 ]

[ 그러고보니 100프로 한식은 아니였네...

근데, 한일커플 중 한국음식 싫어해서

밥상에 오르는 걸 싫어하는 남편도 꽤 있대,

내 블로그에 그런 고민을 털어 놓은 분들이 있어 ]

[ 그래?  진짜 스트레스가 많겠다..

 같이 즐겁게 식사를 하는 게 부부에게 

중요한 시간인데 남편이 노력해야 하지 않을까 ? 

좀 싫어도 먹어보려고 하는 자세를 보여야지

아내도 마음이 편하지..

처갓집에 가서도 여러사람이 신경 쓰이잖아 ]

[ 당신은 잘 먹어 줘서 고마워 ]

[ 나는 어머님 음식이 제일 맛있어 ]

그러면서 또 한 입 입이 터지게 쌈을 넣는다.


그리고 오늘 저녁은 깻잎, 동치미, 오이미역무침,

부추전, 나물 3종, 김치치개, 토란조림으로 차렸다.


[ 어때? 오늘은 100프로 한식이야 ]

[ 좋아, 한정식을 받은 것 같은데 ? 근데 

왜 고기류는 없어? 그리고 생선이랑 

불고기 산적 같은 것은? ]

[ ........................... ]

[ 이왕이면 정말 한정식처럼 해주지 그랬어

내일은 오랜만에 오징어볶음 해 줘 ]

[ ........................... ] 

이렇게 너무 잘 알아도 아내를 피곤하게 하지만

우리집은 한일커플들 중에서도 한국적인 

밥상일 것이다.

깨달음이 한국요리를 좋아하는 것도 있지만 

어쩌면 외국인 아내가 차린 음식에 대해 

별다른 불만을 얘기하지 않는게

예의라고 생각했던 부분도 있던 것 같다.

국제커플이 음식으로 인해 받는 스트레스가 

많은 이유는 365일, 매일 세끼의 식사를 해야하기

 때문인데 실제로 서로의 입맛이 맞지 않아

각자의 나라 음식만을 고집하는 경우가 있어

트러블이 은근 많다고 한다.

그 나라만의 음식에서 나는 냄새, 독특한 소스, 

강렬한 양념들, 낯선 모양, 생소한 먹는 방법, 

각각 다르지만 먹고 싶은 음식들을 

조금씩 양보하며 서로가 절충해야할 부분일 것이다.

예를 들어  날생선을 좋아하지 않는 날 위해

깨달음은 외식을 할 때 사시미를 주문해서 먹는다.

난 번데기를 너무 좋아하는데 깨달음이

냄새 맡는 것조차도 기절하려고 해서

한국에 갈 때만 먹곤 한다.  

아무튼, 깨달음이 내가 차린 식단에 불만 없이

너무 잘 먹어줘서 스트레스가 없지만

이곳이 일본임을 인식하지 않고

구하기 힘든 재료들로 요리를 부탁할 때면 

당황스러워도 많이 고마워해야할

 부분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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