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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한국문화에 기대감이 점점 높아지는 남편

by 일본의 케이 2017. 4. 25.

약속시간보다 30분 빨리 도착한 깨달음에게서

전화가 왔다.

[ 어디야? 나는 지금 짜장면 집 앞이야]

[ 빨리 왔네..]

[ 응, 빨리 먹어 보고 싶어서...]

국악한마당 공연을 보러가기 전에 

미리 저녁을 먹어야했다.

오랜만에 코리아타운까지 나온 이유는 

깨달음이 너무도 좋아하는 음식프로의 주인공이

도쿄에 1호점, 중화요리집을 오픈했기 때문이다.

 짜장과 짬뽕, 탕수육이 메뉴의

전부였지만 꼭 먹고 싶다고 해서

일부러 이곳에서 만나기로 한 것이다.

[ 메뉴가 이것밖에 없으니까

그만큼 자신이 있다는 소리겠지?

봐 봐, 사람들도 다 이 세종류 시켜 먹잖아,

우리도 이 세종류 시키자!! ]

깨달음의 주문 목소리가 상당히 들 떠 있었다.

 기대에 찬 모습으로 메뉴에 적힌

가게의 역사를 흩어 보며 내게 설명을 했다.



드디어 짜장과 짬뽕이 나오고 

깨달음이 익숙한 손놀림으로 젓가락을 

양 옆으로 벌려 맛있게 비볐다.

그리고 한 젓가락 먹더니 고개를 가우뚱 거렸다.

또 한 젓가락 먹고도 뭔가 이상한지

숟가락으로 짜장 건더기를 먹어본다.

그러더니 짜장그릇을 내게 내밀고

짬뽕을 가져가 국물과 함께 떠 먹고는

 또 내 얼굴을 멀뚱멀뚱 쳐다본다.

[  탕수육 나왔어, 이것도 먹어 봐 ]

 직접 만든 양념간장에 탕수육을 꼭 찍어

먹더니 바로 묻는다.

[ 이거 탕수육 맞아? ]

[ 응,,탕수육이야,, ]

[ 맛이..내가 알고 있는 맛이 아니야,,,]

이번에는 짜장을 또 떠 먹어본다.

[  당신이 너무 기대를 많이 해서 그래.. ]

[ 이거 젊은 사람 취향인가? ]

[ 모르겠어..요즘 젊은 한국청년들에게는

이게 맛있다고 느끼는지..]

[ 일본 스타일도 아닌, 한국 스타일도 아닌..

난 아무리 먹어도 내가 알고 있는

한국의 짜장과 짬뽕맛이 아니야 ..]

[ 알았어,,먹을만큼만 먹어,,] 



모든 메뉴들을 반도 채 먹지 못하고 남기고

나한테 빨리 나가자고 손으로 X표시를 했다. 


우린 가게를 나와 바로 택시에 올라탔다.

한국문화원에 도착할 때까지 깨달음은 

내게 하소연을 하듯 투덜 거렸다.

 음식 프로에 나오고 맛집도 소개를 하니까

자기는 당연 맛있을 거라 아침부터 기대에 

부풀어 있었는데 짜장, 짬뽕, 그리고 탕수육까지

자길 배신했다면서 어쩌면 그럴 수 있냐고

한국사람인 나보고 냉정히 판단을

 해달라는 것이였다.

저녁을 제대로 먹지 못한 서운함과

 기대에 미치지 못한 실망감을 만회하고

 싶었는지 내 의견을 물었다.

[ 그냥, 당신 입맛에만 안 맞았는지 몰라,,

다른 사람들은 좋아하겠지, 그니까 한국에 

체인점이 있고 일본까지 진출한 거 아니야? 

이제 거기 안 가면 돼...]

[ 아니,당신 입맛에는 어떠했냐고 묻잖아? ]

[ ............................ ]

마땅한 위로의 말도, 그렇다고 맛있었다고도

말할 수 없어 그냥 적당히 요즘 한국 사람들

 입맛이 변했는지 모른다고

얼버무리는 동안에 택시 밖을 내다보며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으로 한숨을 쉬더니

배고프다며 물을 벌컥벌컥 마셨다.

그렇게 문화원에 도착, 국악 한마당을 관람했다.



약 1시간 30분의 공연이 끝나고

 어땠냐고 물었는데 아무 대답없이

깨달음이 뭔가 수첩에 적고 있었다.

[ 뭐 적어? ]

[ 덕혜공주 일본 상영날짜 적어두는 거야 ]

[ 지난번에 봤잖아 ]

[ 지난번에는 한국어로 봤잖아

제대로 번역된 일본어판을 볼 거야 ]

http://keijapan.tistory.com/943

( 깨달음이 비행기에서 통곡한 사연 )



[ 오늘 이 공연은 어땠어? ]

[ 상여는 처음보는 것이여서 색다르고 슬펐어,,]

[ 내가 아주 어렸을 때 우리 동네에도 저렇게 

상여가 나가곤 했어..]

[ 곡도 슬프고,,눈물이 절로 났어,,

그리고 나머지 공연은 그냥 그랬어..]

[ ........................... ]

[ 가야금 연주중에 뒷자석 아저씨가

  아무렇지도 않게 전화통화 하는 걸보고 

생각했어. 역시, 공연비를 주더라도 프로들이 하는

진짜를 보고 싶다고,,지난번 김덕수 사물놀이처럼 

프로중에 프로가 하는 그런 공연,,,

내가 지금껏 너무 최고급 예술인들만 만나서인지

그냥 웬만큼 하시는 분들은 양에 차질 않아,,

오늘은 짜장부터 뭔가 이상한 날이야,,

그래도 [덕혜공주] 상영날을 알아냈으니

하나 건지긴 했어..]

http://keijapan.tistory.com/894

 ( 김 덕수 사물놀이에 흥분한 깨달음 )

[ ........................... ]

무어라 대답을 하기도, 대꾸를 하기도 그래서

난 아무말 하지 않고 문화원을 빠져 나왔다.

오늘은 여러모로 기대가 컸던만큼

실망이 컸던 게 분명하다.

언젠가부터 한국 먹거리 뿐만 아니라 볼거리, 

문화까지 깨달음이 일류를 원하고 있다.

아마도 [생활의 달인]에 출연한 최고봉에 서 있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인지 음식도 그렇고

노래 경연프로에 출현한 사람들의 실력이

프로급이라는 걸 알고 있어서인지

예술인을 평가하는 기준이 높아졌다.

자기 나름대로 30년이 넘게 한국을 오가며 

보고 듣고 먹고 체험한 것들,

그리고 테레비를 통해 간접적으로나마 

초일류들을 봤기에 웬만한 것에는 감동받거나 

신선해하지 않고 타협하려 하지 않는다.

[ 내가 한국사람은 아니지만 내 몸이,

 내 눈과 혀가 다 기억하고 있어,

그니까 날 속일 수 없을 거야! ]

[ ......................... ]

집에 들어와 다음 공연의 팜플렛을 건네며

내게 자신있게 했던 말이다. 

깨달음의 몸이 기억하는 한국의 맛과 문화는

도대체 어떤 거란 말인가,,

점점 눈이 높아진 것도 사실이고 철저하리만큼

완벽한 것들을 추구하려는 욕구가

강해져가서 조금 걱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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