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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년간의 아쉬움을 떨쳐버린 날 예배를 마치고 깨달음이 가고 싶은 곳이 있다고 했다. 자기 회사가 공사를 하려다 못한 곳을 다시 한번 가서 보고 싶단다. 00역 앞에 세워진 쇼핑몰과 상업시설이 함께 있는 지하 2층 지상 41층의 타워맨션으로 그 공사를 따내지 위해 5년간 공을 들였지만 끝내 남의 회사로 넘어갔던 씁쓸한 기억의 건물이라고 했다. 왜 갑자기 가고 싶은 건지 물었더니 자기 회사와 같이 공사에 참여하려고 했던 거래처 사장님과 오랜만에 저녁을 먹으며 그때 일을 회상했었는데 함께 했던 5년의 시간을 다시 상기시켜 보고 싶어 졌단다. 역에 도착하자 깨달음은 감회가 새로운 듯 천천히 둘러보며 완공때 몇 번 왔을 때와 별로 변한게 없다며 건물 구석 구석을 살폈다. 2019년 완공 되기까지 말도 많고 탈도 많았다며 이곳에 올 때마다 그 .. 2023. 1. 23.
요즘 일본에서 자주 보이는 이상한 한글 깨달음이 한글을 배운지 벌써 6개월이 넘었다. 하지만, 좀처럼 늘지 않는 한국어 실력에 본인도 답답해하고 있다. 제2 외국어를 60이 넘은 나이에 시작해 배워나가는 게 말처럼 쉽지 않음을 스스로 절실히 느끼고 있다. 오늘 외운 단어가 하루가 지나면 바로 잊어버리고 반복학습을 하고 있어도 기억력감퇴인지 노화현상인지 잘 외워지지 않는다고 했다. 올 목표는 초급을 떼고 중급으로 가고 싶다는 희망을 품고 나름 열심히 하고 있으며 한글 공부를 시작하고 깨달음에게 변한 게 있다면 길거리를 지나가다 한글표기가 된 것들을 모조리 읽으려는 좋은 습관을 가지게 됐다. 그렇게 하나씩 읽어보다가 뜻을 모르겠거나 읽기가 어렵거나 발음이 힘든 단어가 있으면 사진을 찍어와서 내게 무슨 뜻인지 묻곤 하다. 맞춤법이 맞은지 안 맞는지.. 2023. 1. 18.
우리가 늙어도 공부를 하는 이유 지난주, 깨달음은 3년마다 한 번씩 치르는 건축사 정기강습에 출석하기 위해 아침을 거른 채로 나갔다. 9시 30분부터 시작한 수업이 5시가 넘어서 끝나는 하루종일 수업을 들어야 하는 강습이었다. 건축사라면 누구나 들어야 하는 의무와 같은 강습으로 깨달음은 마지막 시간에 치르는 시험이 있어서 너무 싫어했다. 자기 나이에 시험을 치른다는 자체도 그렇고 그 시험을 위해 5센티정도 되는 두꺼운 책을 펼쳐놓고 공부를 해야 한다는 게 짜증스럽다고 투덜거렸다. 해년마다 건축법이 조금씩 바뀌기도 하고 새로운 법률들도 생기다 보니 그것들을 습득하기 위해서는 3년마다 공부를 해야 했다. 큰 화제나 붕괴사고 등이 터질 때마다 건축법상 보안해야 할 점들, 개선해야 할 점들이 바뀌거나 수정되는 것들을 외워야 한다. 강습을 마치.. 2023. 1. 16.
가난은 솔직히 많이 불편하다 PCR검사 결과가 음성으로 나왔다. 좀처럼 설사를 하지 않는다는 깨달음이 지난주부터 복통과 함께 속이 불편하다고 했다. 코로나는 아닐 거라며 검사를 차일피일 미루길래 당장 하라고 쓴소리를 했었다. 이젠 코로나에 걸려도 그냥 독감정도로 치부하는 분위기로 전환되어 버렸지만 그게 다른 사람에게 옮기는 바이러스이기에 몸 상태가 안 좋으면 미리 조치를 취해 줬으면 하는 마음이었다. 지난 연말부터 송년회, 그리고 신년을 맞이해 거래처에 인사 다니면서 예정에 없던 식사자리에 참석하기도 하고 저녁엔 술을 마시는 횟수가 늘어가길래 조심하라고 당부했었다. 그럴 때마다 자기는 백신을 5차례나 맞아서 행여 또 걸려도 증상이 거의 없을 것이기에 남에게 옮겨가지 않을 거라는 근거도 없는 소릴 하길래 두말할 것 없이 당장 검사를 .. 2023. 1. 11.
일본인이 한국에서 불편했다는 이 두가지 그녀가 날 만나자고 지정한 장소는 숯불 고깃집이었다. 일 관계로 만났다가 서로 집도 가깝고 취미가 같아서 가끔 차를 마시는 사이가 된 아키모토(秋本) 상은 40대 후반이다. 작년, 연말쯤에 한국에 다녀올 거라고 했던 건 같은데 새해가 됐으니 얼굴 한 번 보자고 해서 나오게 됐다. [ 정 상, 주말인데 나와줘서 고마워요 ] [ 아니에요, 일도 해야 되는데 뭐.. ] 보자마자 소중한 주말에 시간을 내줘서 고맙고 미안하다는 말을 거듭했다. [ 아키모토 상, 우리 언제 만났지? ] [ 지난 세미나에서 만났으니까 6개월쯤 된 것 같은데요] 우린 적당히 주문을 하고 그때 세미나에서 있었던 일에 대해 첨부할 사항들을 서로 전하고 앞으로 진행될 행사에 관해서도 잠시 얘길 나눴다. 새로 역임하게 될 분과 내가 그만두게 .. 2023. 1. 7.
일본의 신정 연휴는 대략 이렇다 2022년 마지막날, 우리 대청소를 마치고 찜질방을 다녀와 소바집에서 한 해를 마감하는 소바를 먹었다. 오미소카(大晦日 그 해 마지막날)에 이처럼 소바를 먹는 풍습은 애도시대 때부터였다. 한 해 동안 있었던 나빴던 기운들을 다 끊어내고 새해를 맞이하자는 뜻으로 먹는다. 소바자체가 다른 면에 비해 끈기가 없이 잘 끊어지기 때문이라고 하지만 우동으로 대신하는 사람들도 꽤나 있다. 소바집엔 사람들이 줄을 서 있어 얼른 먹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오세치( お節신정에 먹는 음식)를 살까 말까 망설이다가 그래도 구색을 맞춰야 될 거 같다며 깨달음이 자기가 먹을 1인용 세트를 사서 찬합에 썰어서 넣었다. 나는 그동안 나물과 전을 지지고 야채조림, 해물찜을 만들어 구절판에 담았다. 1월 1일, 아침, 갈비와 잡채를 만.. 2023. 1. 2.
저희 부부는 2022년을 이렇게 보냅니다 오늘은 깨달음 회사 송년회가 있었다. 아침부터 난 미리 담가 둔 배추김치와 깍두기, 오이김치와 창란젓, 그리고 조미김을 챙겨 나눴다. 3년 만에 참석하는 송년회인데 늘 저녁에 했던 모임을 올 해는 코로나도 있고 해서 점심으로 간단히 하자고 해서 오전 시간이 꽤나 촉박했다. 시부야(渋谷)까지 가는 이동시간을 맞춰 화장을 대충하고 냉동해둔 아이스팩을 꺼내고 있는데 깨달음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직 출발 하지 않얐냐며 송년회가 취소되었으니 그냥 신주쿠(新宿)에서 만나자고 했다. [ 무슨 일이야? ] [ 야마무라(山村)군이 심부전으로 긴급 입원했어 ] 오늘 오전 일찍 병원에서 진찰을 했는데 상태가 심각해 긴급으로 입원을 하게 됐다며 조금만 늦였어도 큰 일 날 뻔했단다. 원래 가족병력이 있어 심장 쪽이 약했는데 며.. 2022. 12. 30.
남편은 매년 같은 소원을 빈다 하우스텐보스의 개장시장은 9시지만 숙박객에게는 30분 먼저 입장할 수 있다길래 우린 이른 아침을 먹고 호텔 탐방에 나섰다. 아침에 보는 테마파크는 저녁과는 사뭇 다른 얼굴을 하고 있었다. 건물마다 일루미네이션으로 화려하게 장식되었던 형형색색의 네온은 사라지고 아침은 차분하고도 고즈넉했다. 9시가 되자 수학여행을 온 여고생들이 교복 치맛단을 펄렁거리며 단체로 어디론가 뛰어갔다. 그녀들이 향한 곳은 3층으로 된 회전목마가 음악에 맞춰 돌고 있었다. 깨달음이 3층은 처음 본다며 타보고 싶다길래 혼자 타라고 했더니 싫단다. [ 깨달음, 재미없어, 저거 ] [ 그래도 기념으로 타고 싶은데 ] [ 혼자 타 ] [ 저기 여학생들 많은데 아저씨가 혼자 타면 이상하게 생각하지... ] [ 그러네.. 알았어, 그럼 같이 .. 2022. 12. 25.
올 크리스마스는 하우스텐보스에서 호텔에 들어서자 우린 캐리어를 던져놓고는 5시부터 입장하는 티켓을 손에 움켜쥐고 밖으로 뛰쳐나갔다. 올 크리스마스는 뭘 할까 고민하다 문득 티브이에서 나오는 하우스텐보스를 보고 여기다 싶어 무작정 예약을 했다. 너무 느닷없는 계획이어서 비행기도 좌석이 거의 없었지만 어렵게 구한 티켓으로 날아와 호텔에 도착한 시간은 4시 38분이었다. [ 깨달음, 근데 우리 전혀 모르잖아 ] [ 여기 지도받았으니까 그냥 가고 싶은 곳을 가면 돼 ] [ 가고 싶은 곳? 뭘 알아야 가지..] 호텔이 온통 크리스마스로 빨갛게 장식되어 있었지만 볼 틈도 없이 프런트에서 받은 지도를 휘익 급하게 훑었다. [ 먼저 타워를 가자, 그리고 크루징, 그다음은 관람차를 타고,, 그리고 마지막은 온천을 가면 될 것 같아 ] [ 이벤트 하는 .. 2022. 12. 23.
나도 이제 내 몸을 모르겠다 기다리고 기다리던 아바타 2, 깨달음이 꼭 앉고 싶다는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11시 50분부터 예약사이트를 어슬렁어슬렁 맴돌다 클릭 준비를 하고 12시 정각에 예약을 했다. 단 1분만에 90프로 좌석이 채워지는 기이한 현상을 보면서 아바타의 인기를 실감했다. 그렇게 예약을 하고 팝콘과 초콜릿, 그리고 음료까지 만반의 준비를 마치고 상영시간이 3시간이니 한 장면도 놓칠 수 없다는 생각에 화장실에도 미리 다녀와 자리에 앉았다. 예고편은 내년 여름에 상영될 미션 인파서플 7 제작과정을 보여주는데 스케일은 물론 액션신도 역시 3D로 봐야 할 만큼 박진감 넘치고 엄청났다. 그리고 드디어 영화 아바타가 시작되고,,, 10분쯤 지날 무렵부터 몸에 이상이 왔다. 속이 울렁거리면서 머리가 지끈 거리고 이마에 식은땀이 나.. 2022. 12. 19.
새삼 내 블로그에 감사하게 된 날 2주전, 깨달음에게 주말에 시간을 낼 수 있는지 한국에서 아는 분이 오신다고 했더니 누구냐고 물었다. [ 블로그 이웃님, 5년 전쯤 한 번 만났어 ] [ 그래? 난 기억 안 나는데 ] 내가 처음으로 블로그를 시작했던 다음에서부터 지금까지 우리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인데 볼 일이 있어 도쿄에 오시는데 혹 시간 되면 만날 수 있냐는 메시지를 받아서 당신 생각을 묻는 거라고 자초지종을 설명 했더니 자긴 괜찮단다. 깨달음이 흔쾌히 만나겠다고 해서 바로 카톡을 드리고 우린 괜찮은 식사 장소를 찾았다. 이왕이면 맛있는 곳에서 그리고 일본에 오셨으니 일본스러움도 느낄 수 있는 곳으로 자리를 마련할 생각으로 폭풍 검색을 하는데 송년회가 시작된 도쿄는 어느 곳도 예약을 할 수가 없었다. [ 깨달음, 여기도 꽉 찼대.. 1.. 2022. 12. 12.
남편이 점점 건방져진 이유 우리 부부는 결혼을 하고 벌써 10년이 지나도록 아침을 꼭 챙겨 먹었다. 다른 부부들은 간편식으로 빵이나 미숫가루, 커피 한잔으로 아침을 대용한다는데 우린 꼭 밥을 위주로 식단을 차린다. 매주 월요일, 깨달음이 단식을 하는 날에 나는 일주일간 밑반찬을 만들어 놓고 화, 수, 목, 금, 토, 일요일을 먹는다. 반찬들은 거의 여느 한국 가정에 자주 올라오는 반찬들로 만드는데 다행히도 깨달음은 아주 좋아하고 잘 먹는다. 어묵볶음, 쥐포 조림, 김무침, 청란 젓, 명란젓, 꽈리고추볶음, 미역줄기, 콩나물, 무나물, 호두조림, 호박 조림, 미역무침, 우엉볶음, 오징어채, 파김치, 오이무침, 열무김치, 깻잎, 알타리김치 등등 각종 젓갈도 자주 식탁에 올라온다. 주말이면 조금 특별식?을 만들기도 하고 깨달음이 먹고 .. 2022. 12. 9.
올 해를 마무리 할 시간이 됐다 아침부터 초인종이 바쁘게 울리며 각종 선물들이 들어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평소 신세를 진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내는 오세보( お歳暮 연말 선물)를 받다 보니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음이 실감 났다. 깨달음도 회사로 도착한 선물들을 직원들과 나누고 인기가 없는 것들을 집으로 가져왔다. 난 과일이나 생선이 좋은데 올 해는 유난히 달달한 과자류 스위츠(sweets)가 많았다. [ 근데,, 깨달음,, 이 파운드 케이크랑 버터 샌드는 직원들이 싫대? 그 여직원이 좋아하지 않았어? ] [ 그 얘도 좋아하는데 나도 좋아하니까 내가 가져왔어 ] [ 아,, 그래.. ] [ 이 연어는 우리 와이프가 좋아하니까 가져갈 거라 말하고 가져온 거야 ] [ 그래.. 고마워..] 나는 습관처럼 버터 샌드를 하나 꺼내 .. 2022. 12. 6.
이번 생은 망했을지 몰라도 옛 동료를 만났다. 동료이면서 동기인 그녀는 여전히 차분했다. 정기적이진 않지만 가끔씩 메일로 서로의 안부와 생사를 물어와서인지 3년 만의 만남인데 전혀 어색하지 않았다. 술을 썩 즐기지 않은 그녀가 오늘은 이자카야에서 보자고 하는 건 뭔가 변화가 있었음을 암시하는 듯했다. 코로나 얘기를 시작으로 요즘 가장 핫한 월드컵 얘기까지 두서없는 대화가 오갔다. [ 정 상, 한국 다녀왔어? ] [ 응, 코로나로 못 가다가 10월에 다녀왔어 ] [ 그랬구나, 아,,남편분도 잘 계시지? ] [ 응, 잘 있어 ] 그녀는 자신이 지금 하고 있는 일에 대해 잠시 소개를 하고는 동기들 소식 전했다. 협회지를 보고 이미 다 알고 있는 동기들 근황을 난 굳이 듣고 싶지 않았다. 누가 교수가 되고 누가 어디로 전직을 했는지 나와.. 2022. 12. 2.
뿌듯하고 행복한 남편의 하루 내가 예배를 보는 동안 , 깨달음은 사무실에서 작년에 산 쿠마노테(熊の手)를 가져오기로 했다. 하나조노진자(花園神社)입구에서 만나기로 했다가 즐비하게 늘어선 포장마차 먹거리를 사는 사람, 그 음식을 근처에서 앉아 먹고 있는 사람, 진풍경을 찍는 사람, 라이브로 영상을 올리는 사람들로 서로 얽혀 걸을 수가 없어 그냥 신사 안에서 만나기로 했다. 작년까지만해도 진자 입구에 코로나 방역으로 손소독제가 올려진 테이블이 배치되어 있었는데 올 해는 그런 문구조차도 없이 코로나 전으로 돌아와 있었다. 쿠마노테는 사업을 하거나 자영업자들이 사업번창을 위해 사업장에 놓아두는 일종의 장식품이다. 곰발바닥 모양으로 생긴 갈쿠리로 복을 긁어 모은다는 뜻을 가지고 있는 쿠마노테는 판매하는 곳마다 장식이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대.. 2022. 11. 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