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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172

남편이 준비한 뜻밖의 생일선물 의미를 알 수 없는 봉투가 놓여있었다.대부분, 큰 싸움을 한 다음날이나깨달음이 내게 특별히 부탁할 사항이 있을 때,아님, 축하할 일이 있을 때이렇게 노트북에 편지를 올려놓는데이번에는 무슨 일인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아침 약속이 있어 외출을 하고 돌아와 천천히 열어보았다.결혼해서 7번째 맞이하는 생일을 축하하고나와 함께 있을 때가 정말 행복하다는좀 과한 애정표현이 적힌 편지와 돈이 들어 있었다.왠 생일인가 했더니 내 음력생일이 아닌양력으로 쓰는 생일을 기념한 것이다.결혼하고 매해 음력과 양력을 가르쳐 줘도깨달음은 한 번 입력된 생일날만 기억할 뿐, 음력은 언제인지 모르고 넘어간다. 점심시간에 맞춰 전화를 했다.[ 내 생일은 11월 초야,,음력,,][ 아,,그래? 해년마다 두번씩 해야하네 ][ 아니야, 음력.. 2017. 10. 19.
남편이 두려워하는 아내의 사랑 확인법 [ 이번주는 어디라고? ][ 교토 ][ 1박2일? ][ 응, 근데 집에 돌아오는 시간은한밤중일거야, 도쿄에서 바로 미팅 있거든][ 그래,,술 마셔야 돼? ][ 음,,식사하고,,또 2차로 가겠지..][ 알았어, 가방 챙겼어? ][응, 지금부터 챙길거야,, ]회사일이 바쁜 경우 깨달음은자신이 직접 출장을 가곤 한다.한달에 한 번, 많을 땐 두세번의 출장을 가고당일치기로 돌아올 때도 있지만 대부분이주말을 낀 1박2일인 경우가 많다.그렇게 깨달음이 출장을 가고 혼자 남아도난 여느날과 다름없는 하루를 보낸다.함께 있어도 각자의 할 일들에빠져서 자유로운 생활을 해서인지...잠자리에 들기전, 잘자라는 카톡을 보내기까지깨달음이 부재임을 전혀 못 느낄 때도 있다. 그러다가 아주 가끔이지만 뜬금없이 깨달음에게 지금 있는 .. 2017. 10. 7.
남편이 준 축하금의 진정한 의미 [ 책, 지금 집에 몇 권 남았어?] [ 아마,,20권쯤 있을 걸...왜 ] [ 당신 사인을 좀 넣어서 9권만 준비해 줘] [ 왜?] [ 주문 받았어..] [ 한국어잖아,,] [ 괜찮아, 재일동포하고 한국사람에게 줄거야] [ 누군데?] [ 하라모토 상 알지? 그 사람이 엊그제 회사를 왔는데 내 책상에 있는 당신 책을 보고는 한국어를 읽더라고,,그래서 한국말 아냐고 물었더니.. 그냥 좀 배웠다고 그러면서 당신 책을 계속 읽는 거야,, 그래서 알았지..재일동포라는 걸..] [ 물어봤어? 재일동포냐고?] [아니,그 전부터 업계에서는 그런 말이 있었거든.. 근데 하라모토 상이 책을 사고 싶다고 5권을 구입해 달라고 했어..] [ 나머지 4권은?] [ 나머지는 내 주변에 다른 재일동포에게 주려고,,] [ 그 사람.. 2017. 9. 21.
한일커플이 가장 많이 하는 고민들 초밥집에서 그녀를 만나기로 했다. 내가 미리 예약을 해 두었고, 10분전에 들어가 테이블 번호를 알려줬다. 작년에도 그녀와 이곳에서 만났다. 새로 생긴 일본인 남자친구와 함께... 올 해 마흔후반에 접어든 현주씨(가명)를 알게 된 건 내가 가입된 자원봉사 협회에서였다. 주변에 또래 친구가 없다며 내게 말을 걸어왔고 그렇게 조금씩 서로를 알게 되었다. 한국에서 한 번 결혼에 실패했다는 것과 고향이 경주라는 것,,그리고 사는 집이 도쿄가 아닌 사이타마라는 정보밖에 알지 못한다. 나도 이것저것 묻지 않았고 그녀도 많은 걸 내게 얘기하지 않았다. 그녀가 2시 정각에 가게로 들어왔고 간단한 안부를 묻다 바로 식사를 시작했다. 초밥 접시를 돌려가며 사진을 찍고 있는 날 보고 그녀도 인스타에 올린다며 몇 장 찍었다... 2017. 9. 12.
남편을 이해하는데 드는 시간들 삼계탕이 너무 먹고 싶었다.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녹두가 들어간 닭죽이 먹고 싶었다.나름 괜찮다는 곳에 들어가 주문을 했는데팩에 들어 있는 삼계탕이였다.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마트에서 사면되는 건데...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였다. 한국에서 파는 토종 삼계탕이길 바랬는데이곳 일본에서 그걸 찾는 것 자체가 무리였던 것 같다.그냥 코리아타운에 갈 걸 그랬다며깨달음은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난 그 곳까지 갈 기력이 없었다. 닭을 사고 인삼, 대추, 은행, 그리고 녹두를푸욱 고아 만들면 되는 것인데 그러질 못했다. 여러모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서질 않았다. 입원을 앞두고 여러 검사가 있었다.혈액, 소변, 심장, 폐기능 등등생각보다 많은 검사를 필요로 했고여기저기 검사실을 홀로 찾아다니는 건익숙.. 2017. 8. 19.
자연으로 돌아가는 연습을 하며 등산장비를 모두 갖추진 않았지만 일단 한번 오르기로 했다.우리가 향한 곳은 다카오산(高尾山)이였다.도쿄시내에서 교통이 아주 편리하고해발 599.1m로 그리 높지 않아 가볍게 산책하는 감각으로 오를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 등산객들 사이에 꽤 인기 있는 산이기도 한다.신주쿠에서 약 50분정도 달려 도착해보니이른 아침임에도 불구하고 등산객과 외국인 관광객이 생각보다 많았다.후지산보다는 비교적 오르기 쉽다는 것과등산 장비들을 완비하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외국인들이 많이 찾는다고 한다. 난 산을 그리 좋아하지 않는다. 깨달음의 선배분이 내 건강을 위해산행을 시작하는 게 좋을 거라고 예전부터 추천을 해주셨다.암치료에도 좋고 모든 질병을 완화시켜주는효과가 있으니 좀 다녀보라고 권하셨지만난 그렇게 귀담아 듣지 않았다.. 2017. 8. 7.
좋은 일과 나쁜 일은 늘 함께 찾아온다 정기검사가 있던 어제 오후.외출준비를 서두르고 있는데출판사에서 메일이 왔다.건성건성 읽고 서둘러 택시를 타고병원으로 향했다.산부인과의 여의사는 무미건조한 목소리로물었다.[ 수술 할까요? ][ 선생님이 보기에 수술 해야 될 것 같습니까? ][ 아니, 그 결정은 환자분이 하시는 것인데..이대로 경과를 보셔도 되고,, 그냥 수술을 하셔도 되고,,지금 검사결과가 지난번보다 혹이 더 커졌어요 그래서 통증동반이 심해진 거라 생각됩니다 ][ 그냥 경과를 좀 더 지켜보겠습니다 ]정산실에 내 번호표가 뜰 때를 기다리며눈을 감고 있는데 간호사가 급하게 내 이름을 불러 채혈실로 가라고 한다.[ 시간 괜찮으시죠? 선생님이 혈액검사를하고 싶다고 하셔서...][ 네.... ][ 30분쯤 지나 결과가 나올 거에요][네....] 자.. 2017. 7. 23.
술취한 남편의 한국어 대방출 지난주부터 깨달음은 거의 매일 술이다.감기가 나아가면서부터 술을 또 마시고귀가가 늦여진다.거래처에 접대를 받기도 하고, 접대를 하기도 해서 자신이 참가하지 않으면안 된다고 한다.오늘도 어김없이 11시를 넘겼고전화를 했더니 목이 쉬어있었다.약간 혀가 돌아가고 있었고기분이 상당히 업 된 상태였다.[ 거기서 집에 오면 12시 넘는 거 알고 있지? ][ 알아요~~][ 11시 30분 넘으면 벌금 있는 거..] [ 알았어요~ 빨리 오세요~ ]내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한국말로 대답하는 건 술이 꽤 취했다는 증거다 깨달음이 말하는 빨리 오세요는 빨리 가겠다는 뜻이다.우리 부부에겐 신혼초에 둘이서 합의하에벌금제도를 정했다.나도 그렇고 이유를 불문하고귀가 시간이 11시 30분을 넘어가면30분에 만엔씩 추가가 되는 벌금형.. 2017. 6. 23.
이상형의 배우자는 이 세상에 없다 오후 5시, 가게에 도착해 바로 건배를 했다.조금은 서둘러야했다.7시에 시작되는 공연이지만 좌석이 자유석이기에 적어도 30분전에는들어가야만 했고 여기에서 공연장까지가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시간분활을잘 해서 움직여야했다. 한국문화원에서 주체하는 공연이 또 당첨이 되었다.이번에는 4명이 볼 수 있어서요시무라 상과 같은 고향 언니에게함께 가자고 제의를 했더니 흔쾌히 나와 주었다.요시무라 언니는 내 블로그에도 몇 번 등장한한국 드라마부터 케이팝, 음식까지 나보다더 빠른 정보를 파악하고 있는 언니다.젊었을 때 대역배우 생활을 20년정도 한 경력이있어서 한국에서의 데뷔도 꿈 꿨었는데그렇게 쉽지만은 않았다. 무슨 얘기를 하다가 남편들 말이 나왔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지만 깨달음이 감기에 걸려서레몬티를 마셨고, 마스크를.. 2017. 6. 6.
일본 시부모님이 처음 드셔보신 음식 아침 6시, 대충 씻고 신칸센에 올랐다.난 바로 눈을 더 부칠 준비를 했고깨달음은 도면 체크를 시작했다[ 수정할 게 많아?][ 음,,내가 하라는대로 안 해 놨건든,직원들이 말을 안 들어서 큰일이야,.그래서 내가 하는 게 더 빨라...] 오전 일찍 나고야에서 미팅이 있었다.내가 다시 눈을 떴을 때까지 깨달음은 도면에 집중하고 있었다.오전 미팅이 끝나고 시댁으로 가려는데한통의 전화를 받았다. 오후에 다른 현장의 관계자와 미팅을한 곳 더 해줘야할 것 같다는...[ 혼자 괜찮겠어? ][ 응, 나는 괜찮아 ][ 집은 찾아갈 수 있어? ][ 내가 애야? 걱정말고 버스시간 촉박하니까난 이쪽으로 갈게, 당신은 일 끝나면 와]어찌해야할지 갈등하는 깨달음에게내가 먼저 가 있겠다고 했다.[ 어쩌면 오후 5시 넘을지도 모르는.. 2017. 5. 15.
일본의 어버이날, 부모님이 진짜 받고 싶은 것 [ 다음달 어머니날에 선물 뭐 해드리지? ][ 5월달에 가니까 선물 필요없어 ][ 그래도 뭐 사가지고 가는게 좋지 않을까? ][ 아니야, 가서 좋아하시는 거 사 드리면 돼,얼굴도 보여드리고 맛있는 것도 먹으면그것보다 더 좋은 게 없지 ][ 그러긴 해도,, ]이번 주말부터 이곳은 황금연휴에 들어간다.주말부터 스케쥴이 꽉 차있는 우리는시간이 오늘밖에 나질 않아 둘이서 퇴근하고 대형마트에 들렀다.각 매장에는 어머니의 날을 위한 각종 선물세트가디스플레이 되어 있었다.괜찮은게 있으면 미리 보내드릴 요량으로여기저기 둘러보는데 솔직히마땅한 게 떠오르지 않는다.[ 앞치마 사드릴까? ][ 필요없어..][ 그럼,,잠옷을 사드릴까?][ 잠옷도 많아 ][ 그럼, 가방은? ][ 가방 들고 갈 때도 없어 ][ ............ 2017. 4. 28.
남편에게 또다시 찾아온 행운 [ 깨달음~~, 깨달음~~][ 왜~~][ 나 또 당첨 됐는데?][ 뭐? ][ 지난번에 신청한 국악 한마당~][ 아,, 진짜? ][ 다음주 금요일이야, 스케쥴 괜찮아? ][ 괜찮아, 당신이 당첨될 줄 알고 비워두었지][ .............................. ][ 안 되면 어쩔려고 비워 둬? ][ 난 뽑힐줄 알았어, 당신은 운이 있는 사람이잖아지난번에 난타도 당첨되고 또 이렇게 되는 걸 보면 역시 운이 상당히 많이 있긴 있나 봐,,아마, 내가 신청했으면 안 됐을 거야 ]http://keijapan.tistory.com/815 (지난번에 찾아온 첫번째 행운)재외국인 선거를 어떻게 하는지 몰라한국대사관을 검색하던 중에 한국문화원에서 국악 한마당을 한다는 예고를 보았다.지나가는 말로 깨달음에게 .. 2017. 4. 17.
일본 시어머니가 내게 전해주신 말씀 깨달음은 아침도 먹지 않고 일찍 나고야행 신칸센을 탔다.미팅시간이 빠른 것도 있었지만제일 중요한 지친사이(地鎮祭)에 참가하기위해서였다. 공사를 시작하기 전에 안전하고 무사히 마무리 되길 바라는 마음에 제(고사)를 올리는 [안전기원제]이다.좀더 상세히 설명하면 토지를 이용하겠다는토지신, 땅신에게 허락을 받는다는 토속의식의 하나이다.이 제를 올리기 위해서는 길일을 택하고상에 올릴 공제품들을 준비해야한다.칸누시(神主-신을 부르는 사람)가 토지신에게건축업체와 설계자, 관련업체 등의 회사명을차례로 부르며 보고를 드리고땅의 동서남북 네 곳 모퉁이에 청대나무를 세워소금이나 쌀을 뿌리고 중앙 단상에는 술, 물, 쌀, 소금, 야채, 과일, 생선 등을 차려 제를 지낸다.건물이 크면 클수록 성대하게 제를 올리고 일반주택을 .. 2017. 4. 10.
결혼 7주년 기념일, 그리고 부부싸움 집 근처에 새로 생긴이탈리안 레스토랑에는 손님이 별로 없었다.아직 신참으로 보이는 남자 종업원이홀을 왔다갔다하며 우왕좌왕하는 게 신경이 쓰였다.추천메뉴를 들고 우리 테이블에 왔을 때미약하게 떨고 있는 검지손가락을 메뉴판으로가리려고 애를 썼다. 적당히 주문을 했고, 잠시 뒤 와인을 들고 온 것은신참이 아닌 점장처럼 보이는 아저씨였다.[ 건배~]깨달음과 내가 부부가 된,즉, [혼인신고]를 구약소에 제출한 날이였다.3월 25일이였는데 어제서야 건배를 하게 되었다. 바쁜 것도 있었고 기뻐하고 축하할 분위기가 아니였음을 서로 느끼고 있었다. [ 건강진단은 언제 예약할까? ][ 다음달 중에 하는 게 낫겠지? ]또 다시 침묵이 흘렀고 깨달음이 묻는다.[ 당신,,,나한테 할 말 많지? ][ 아니..없어,,][ 뭐 갖고.. 2017. 3. 30.
고마우면서도 미운게 남편이라는 존재다 아침에 일어나자 언제나처럼태현이가 우리방으로 건너왔다.옷을 갈아입던 깨달음이 중학교 들어가냐고엉덩이를 툭툭 두들기며 귀여워했다.그리고 가방에서 얼른 입학선물로봉투를 꺼내주자 태현이가 주춤거리다 받는다.그리고 엄마에게도 생신선물 사시라고금일봉을 전해드렸다.한국에 올 때마다 뭔가를 주려는 깨서방 때문에엄마의 마음이 무겁고 불편하다고 해도이번에는 생신선물이니 드려야한다고 고집을 피웠다. 아침은 작은 언니집에서 먹고조카들이 외출 준비를 하는 동안엄마가 카페트 청소를 시작하자깨달음이 자기가 하겠다고 실랑이를 벌렸다.[ 아니, 내가 할랑께,,이리 줘..여자들이 많아서 머리카락이 있응께이걸로 몇 번만 하면 끝나, 내가 할라네~ ][ 괜찮아요, 괜찮아요~][ 오메,내가 한당께, 깨서방이 고집이 쎄당께 ]결국 깨달음이 .. 2017. 3.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