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리엔 온통 크리스마스 분위기가 넘쳐났다.
깨달음은 캐롤에 맞춰 콧노래를 부르다
연하장 코너에서 주변을 휙 돌아보고는
엉덩이를 약간씩 흔들었다.
[ 이게 좋지 않아? 일본 냄새 풀풀 나는데?]
연하장을 몇 장 꺼내 내게 내밀었다.
[ 응, 당신은 당신대로 골라, 난 저쪽에서
나대로 골라볼게 ]
[ 이리 와, 같이 골라야 되는 거야, 이거 귀엽지?]
[ 다양하게 골라 놓으면 조금 있다 볼게 ]
[ 알았어 ]
깨달음이 심혈을 기울려 연하장을 골랐고
난 아무말없이 쇼핑바구니에 넣었다.
[ 우표는 사 뒀어? ]
[ 응 ]
매장을 나와 깨달음이 추천하는
홋카이도 스프카레집에서 따끈한
저녁을 먹은 우린 바로 집으로 돌아왔다.
[ 신년인사는 적었어? ]
[ 응, 난 적었어, 당신만 적으면 돼]
[ 뭐라고 적어? ]
[ 당신이 하고 싶은 말 적으면 돼..]
[ 한글을 모르잖아,,]
[ 내가 써주면 그걸 그대로 베끼면 되잖아,]
[ 뭐가 좋을까, (행복하자, 행복하자,
아프지 말고)가 가장 좋은데 너무 길지? ]
[ 당신답고 좋은데? 내가 적어 줄게 ]
[ 아니야,100장이 넘은 연하장에 적기에는 길어 ]
내가 적어둔 연하장을 앞뒤로 살피더니
뭐라 적었는지 물었다.
[ 새해 복 많이 받으시라고 적었지..]
[ 음,,그럼, 내가 쓸 수 있는 글씨로
내 이름을 적으면 어떨까? 굳이 내가
못쓰는 한글을 그리면 안 될 것 같으니까..
내 이름, (깨달음)을 적으면 내 마음도
같이 보냅니다라는 뜻이 되지 않을까? ]
[ 짧은 걸 택하겠다는 소리네? ]
[ 아니야,, 내 사인이잖아, 원래 이름이..
유일하게 쓸줄 아는 한글이 내 이름뿐이고,,..]
[ 그래, 알았어. 내 이름 옆에 적어 ]
[ 근데,틀리면 안 되니까 다시 한번
내 이름 적어줘 봐, 흘림체로 말고 정체로,,]
[ ........................... ]
노트에 (깨달음)을 써줬더니 한 번 연습해보고는
기억이 난다며 잘 적어 나간다.
[ 당신 이름 위에 적으면 되겠지? ]
[ 당신이 적고 싶은 곳에 적어~, 잘 쓰네~]
[ 이제 안 보고도 쓸 수 있어~]
[ 한글 공부하면 잘 할텐데..]
[ 한국 가서 할 거니까 걱정 마~]
[ ......................... ]
정말 노트를 보지 않고도 쓱쓱 잘 쓰는 모습이
대견스러웠다.
[ 해외에도 많이 계시네...그분들께는
일본어로 적을까? ]
[ 당신 마음이 가는대로 해~]
[ 근데,,,우표도 아직 안 붙혔네..]
[ 응, 당신이 붙힐 몫은 놔 뒀어 ]
[ 내 손기락이 두꺼워서 우표가 물 범벅이야]
[ .......................... ]
[ 알았어.. 내가 할게,,]
[ 아니야, 내가 해야지 의미가 있지..
내가 한 장씩 정성을 다해 붙여서
내 마음도 함께 한국까지 가는 거야,,
직접 만날 수는 없지만 서면으로나마 만난다는
기분으로 내 사인를 썼으니까 받으시는 분들이
기분이 좋아지셨으면 좋겠어.. ]
그렇게 1시간을 넘게, 묵묵히 사인?을 하고
우표를 붙히는 깨달음에게 물었다.
[ 당신, 한글을 쓸 줄 알면 뭘 적고 싶었어? ]
잠시 생각하는듯 하더니 입을 연다.
[ 안녕하세요, 깨달음입니다. 일본에는
一期一会( 일생에 한번밖에 없는 일)라는 말이
있는데 저희는 여러분 한 분, 한 분,
아주 귀한 인연이라 생각하기에
소중히 오랜시간 간직하고 싶습니다.
여러분들을 만나러 갈 수 없어 작은 제 마음을
준비했으니 내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
[ 인터뷰 같은데? 길긴 길다..]
[ 아, 빠트렸다. 지금이라도 여러분을 만나러
팬미팅을 하고 싶지만 케이가 못 만나게 하니까
이 연하장과 선물이 저를 대신해서
여러분과 만난다고 생각해 주세요 ]
[ .............................. ]
디자인이 다른 5종류의 연하장과
3종류의 크리스마스 카드가
여러분께 갈 겁니다. 제게 주소를 적어주셨던
모든분들에게 보내드렸습니다.
성함을 안 적어주신 분이 다섯분 계셨는데
그분들은 다시 댓글을 달아주시면 합니다.
그리고 주소 적어주셨던 분중에(30명)에게
미키마우스의 신년 3D카드와 젓가락 세트를
선물로 보내드리기로 했습니다.
이 선물을 모든 분께 드리지 못함을 죄송하게
생각하며 다른분들은 내년에 기회를
다시 드리기로 깨달음과 약속했습니다.
연하장과 선물은 크리스마스 전후에
도착할 거라 합니다.
올 해도 이렇게 저물어 갑니다.
얼마 남지 않은 2017년, 여러분과 함께 했던
올 한해도 많이 행복했고 많은 위로를 받았습니다.
올해는 유난히 새롭게 제 블로그를 찾아주신 분들이
많았고 여전히 늘 같은 자리에서 지켜봐
주시는 분들은 변함없이 저희에게
힘과 용기를 실어 주셨음을
다시 한 번 감사드립니다.
실은 저에게 주소를 알리지 않으신 분들이
훨씬 더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습니다.
그 분들께 어떻게 갚아드려야할지 좀 더
깨달음과 연구를 거듭해 보기로 했습니다.
너무도 행복하고, 너무도 따뜻했던 한해를
만들어주신 여러분들께 고개숙여
감사 인사드리며 앞으로도 좋은 글,
편한 글로 여러분들과 함께 나누겠습니다.
지금 깨달음이 쓴 연하장이 여러분을 만나러 갑니다.
따뜻한 응원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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