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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에게 오늘도 배운 것

by 일본의 케이 2019. 3. 25.

정확히 3주전, 우리집 거실에서 미팅이 있었다.

거실 통유리창을 이중창으로 하기 위해서였다.

3년전, 이사를 했을 때 각자의 방에는 이중창을 

설치했는데 거실에 창들은 그대로 둔 상태로 

지내다 올 해 들어 다시 업자를 불렀고

오늘이 공사를 하는 날이였다. 

3년간 그럭저럭 별 불편 없이 지냈는데

올 들어 꽃가루 알러지가 심해지면서 엊그제는

호흡곤란까지 일으켜 내가 자다가 죽을뻔 한 사건이 

생겼고 꽃가루퇴치 대책마련으로 먼저 이중창을

 설치해 조금이라도 꽃가루를 침입을 막자는

생각에 오늘 작업을 하게 되었다. 


미팅이 있던 날은 내가 함께 할 수 있었지만

오늘은 난 또 병원을 가야했고

깨달음이 혼자서 꼼꼼히 체크하며

공사하는 걸 지켜보고 있었다.

그 시각, 난 채혈실에서 2통의 피를 뽑고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있는데

깨달음이 진행되어가는 과정을 사진으로

보내왔다. 담당의가 채혈실에 긴급으로 

처리하라고 두번이나 말씀을 해주신 덕에 

결과는 생각보다 빨리 알 수 있었다. 


[ 역시, 삼나무와 노송(편백)에 알러지 반응이 있네요.

지난번과 많이 다르진 않은데 목까지 아픈 것은

재채기를 너무 자주 한 것도 있고, 코와 연결된

점막들이 헐어서 악화 된 것 같아요 ,

지금 뭐가 제일 힘들어요? ]

[ 두통도 심하고, 콧물, 재채기가 멈추질 않아

 사회 생활이 많이 불편하네요 ]

[ 두통은 코막힘에서 오는 것입니다.

호흡은 괜찮아지셨어요? 잘 때, 

호흡곤란이 왔던 건 콧물이 기도를 

막았던 것 같아요, 위험했겠어요 ]

[ 그래서 요 며칠 잠을 거의 못 잤습니다 ]

[ 체력이 떨어지면 더 낫기 힘드니까

 관리 잘하셔야합니다.

그럼, 약을 좀 강한 걸 써도 될까요? ]

[ 네..]

[ 이 약을 드시면 졸릴 수도 있어요, 

그래도 괜찮아요? ]

[ 네,,괜찮아요 ]

담당의는 아주 조심스럽게 약복용에 있어서의

 주의사항과 부작용을 설명해 주셨고 코막힘 방지약을

어떻게 사용할 것인지, 혹, 저녁에 또 호흡곤란이

오면 그 때는 입원도 한 번 생각을 해보라 하셨다.


 집에 도착하자 깨달음이 내 손을 잡고

자기 방으로 데리고 가더니 병원 결과가

어떻게 됐냐고 재촉하며 물었다. 

대충 얘길하고 거실로 나가 일하시는 분들에게 

오차와 다과를 내 드리는데 영업부장님께서

자기도 꽃가루 알러지때문에 죽을 맛이라며

3월부터 5월까지 두달 간 일본이 아닌 곳으로

잠시 떠나고 싶을 정도로 힘들다고 하셨다.

내가 병원에 있는 동안 깨달음이 내 병력?을 

얘기했는지 작업하시는 분들이 다들 

나에게 걱정스러운 눈빛을 보내왔다.  


이중창을 해두면 꽃가루는 물론 덜 들어오고

무엇보다 난방비가 적게 들 거라며 영업부장님은

계속해서 작업하시는 분들과 지금껏 설치해드리고

만족했던 고객들의 호평들을 얘기해 주셨다. 


그렇게 아침 9시에 시작한 작업이 오후 1시가 넘어서

끝났고, 우린 공기청정기를 최강으로 틀어놓고 

잠시 거실에서 휴식을 취했다. 

그리고 저녁은 집근처의 소바집에서 식사를 

하는데 깨달음이 내년부터는 꽃가루가 심한

 2달동안 한국에서 지내는 게 어떠냐고 묻는다.

[ 영업부장도 그랬잖아, 그 기간 만큼이라도

일본을 떠나고 싶다고 그러니까 당신도 

한 두달 피해 있으면 될 것 같아서 ]

[ 그럼 나는 좋지, 그런데 말이 쉽지 ]

당신 엊그제 자다가 죽을뻔 했잖아, 

무슨 생각했어? 

[ 이렇게 죽을 수도 있구나,그런 생각이 들었어]

[ 사람은 언제 죽을지 모르니까,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면 돼, 그리고 죽는 날까지 감사하며 살면 돼]

나도 많이 감사하면서 살고 있어 ]

[ 알아, 그니까 살아 있는동안 당신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 아프면서 사는 건 재미없잖아]

하고 싶은 거 다 하고 살아라, 아프지 말아라,

그리고 늘 감사하며 살아라,,

참 많은 의미가 포함되어 있는 문구들이기에

난 그냥 아무대답을 하지 않았다.


아침을 맞이할 수 있음에 감사,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음에 감사

일 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

일하며 보람을 느낄 수 있음에 감사,

일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있음에 감사,

함께 대화할 친구, 남편이 있음에 감사,

일을 무사히 마치고 돌아갈 집이 있음을 감사,

편히 누울 잠자리가 있음에 감사,

마지막은 살아있음에 감사하며 살면 돼 ]

[ 책에서 봤어 깨달음? 좋은 말이 많네... ]

늘  마음 속으로 생각하고 있던 것들인데

교회에 나가보니 맨날 감사하라는 말씀을

많이 하더라고 종교적인 이념을 떠나서라도

역시 인간은 모든 것에 감사하며 살아가는게

가장 행복하다는 확신이 생겼다고 한다.

며칠째 잠을 못자고 헤매는 내 모습이 짠한 것도

 있고 그래서 더더욱 내가 하고 싶은대로 하며

 살았으면 한다고 했다.

[ 고마워,,깨달음..]

[ 아니야, 당신이 아픈데도 내 옆에 있어줘서 

내가 더 고마워 ]

삶의 자세가 감사로 시작해 감사로 끝나는

깨달음은 전생에 종교계에 몸담고 있던

 사람이였을 것이다.

작은 것을 소중히 하며 함께 있음을 감사할 줄

 아는 깨달음에게 오늘도 난 많은 걸 배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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