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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의 고마운 생각을 듣다

by 일본의 케이 2019. 10. 29.

어젯밤, 우린 서로의 방을 청소하기 시작했다.

지난 태풍 때, 각 방안에 설치된 환풍기에서

강풍과 빗방울들이 먼지와 섞여 뿜어 나오는 바람에

새벽에 둘이서 자다가 놀라 번갈아

 각자의 방에 들어가 먼지가 섞인 검은 빗물을 

닦느라 거의 잠을 이루지 못했다.

환풍기를 막으면 되는데 바람이 세기가 

너무 강해서 전혀 말을 듣지 않았다.

둘이서 졸린 눈으로 벽과 침대까지 

튀어버린 검은 빗물을 닦고 시트를 바꾸느라 

아침까지 왔다갔다하느라 분주했다.

 일이 있고 난후 오늘은 아침일찍

 새로운 환풍기로 교환하는 작업이 있었다. 


우리가 깨끗히 지우지 못한 주변의 검은 빗자국은

자기네들이 어떻게 해 드릴 수 없다는 말을

하시길래 알았다고 깨달음이 일하시는

아저씨를 안심시켜드리고 

작업하기 편하게 커튼도 떼어드렸다. 

아저씨가 옛 환풍기를 뜯고 새롭게 교차하는 동안

 깨달음은 한 장면도

놓치지 않고 눈으로 확인을 했다.

원형에서 사각으로 변한 새 환풍기...

이젠 웬만한 태풍에도 꿈쩍하지 못하게

실리콘으로 처리를 했다며 나에게도 확인을

해달라고 하셨다.

[ 네,,감사합니다 ]

[ 6시간정도는 그냥 이대로 두시고 가운데를

가볍게 터치를 하면 열림, 닫힘이 가능합니다.

오른쪽으로 돌리면 이렇게 빠질 수도 있고요 ]

[ 네,,감사합니다 ]

나도 외출을 해야해서 대답만 짧게 하고 그분이

4곳의 환풍기를 끝내는 시간에 맞춰 집을 나섰다.


저녁엔 집 근처 이자카야에서 간단히 식사를 

하면서 아침에 다 하지 못한 환풍기 얘기를 

 하다가 집값, 월세,기후,온난화 얘길 나눴다.

그러다 내년에 입주하게 되는 한국 아파트가

주제가 되었고 어떻게 할 것인지에 

서로의 생각들을 털어놓았다,

먼저 깨달음은 월세로 내 놓고 우리는 또 

다른 보금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고 했다.

[ 또 다른 보금자리? ]

[ 응, 이를테면 제주도,,,]

[ 제주도에 살고 싶어? ]

[ 응, 지난번 당신이 한달살기 할 때 보니까

계속 살아도 괜찮겠더라구 ]


[ 뭐가 마음에 들었어? 그 때, 팬션 매입하자고

하니까 싫다고 했잖아 ]

[ 지금도 굳이 매입은 할 필요없다고 생각해, 

제주도는 년세(일년치 세를 내는 방식)니까 

살아보고 더 좋은 곳으로 움직여도 되는데 

매입하면 관리하고 신경써야하니까 그냥

 전혀 그런 것들 걱정없이 즐기면서

 지내면 좋을 것 같애. 음식도 맛있고 ]

그 말도 일리는 있었다. 근데 깨달음이 제주도에서

살고 싶다는 마음이 굳었을 거라고는

 솔직히 생각치 못했다.

[ 또 나는 좋은 게 있었어, 제주도에 ]

[ 뭐가 있었어? ]

[ 큰형님네가 있어서 왠지 편했어,

전혀 모르는 사람뿐인 것보다는 큰형님네가

살고 있으니까 의지도 되고 좋았어 ]


제주도에 살게 되면 한국친구, 일본친구들을

모두 불러 날마다 파티를 하고 싶단다.

맛집도 소개하고 올레길도 함께 걸으면서 

아무것에도 매이지 않고 자유와 평화롭게 지내는

노년을 친구들에게 보여주고픈 마음이단다. 

[ 그것도 좋은데 우동집 안 해? 당신 

한국 가서 살게 되면 당신은 우동을 빗고

나는 그림을 그린다고 하지 않았어? ]

 [ 음,..그냥 놀면 안돼? ]

[ 당신이 옛날부터 했던 약속이여서 블로그 이웃님들,

그리고 우리 책 구입해서 읽으셨던 분들이 

많이 기대하고 계시는 것 같던데..,]

[ 그래,,,,]

갑자기 고민스러운 표정을 하다가 일주일에

3일만 가게 문을 여는 식으로 하면서 자기가

 즐길 시간은 충분히 확보해 둘 거란다.

그냥 작은 팬션을 운영하는 건 어떠냐고

했더니 자기는 무조건 쉬면서 여가를 즐기기 위한

제주도이니까 경제적인 일은 하고 싶지 않다며

우동을 만들더라도 전부 무료로, 찾아오시는 

분들께 선물의 의미로 드리고 싶단다.

[ 그니까 당신도 행여나 우동으로 돈을 벌려고

해서는 안 돼, 알았지? 우리 부부를 응원해

주신 모든분들에게 감사를 표하는 거니까 ]

[ 알았어..]

우리 그렇게 언제가 될지 모를 제주도 살기를

얘기하며 식사를 마쳤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깨달음은 오늘 얘기한 것들이

언제될지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기가 

힘들어서 슬프다며 자기가 장남으로서 먼저 

부모님의 마지막은 정리를 해야된다는 생각이 

있기에 실제로 제주도 살기를 실행에 

옮기는데는 부모님을 하늘나라로 편히 

보내드리고 난 후라고 했다.

[ 당연하지, 나도 그렇게 생각해, 장남으로서

아니 자식으로서 그래야 당신 마음이 편하잖아 ]

[ 당신이 먼저 제주도 가서 살고 있을래?

아니, 당신 혼자 놀면 배 아플 것 같으니까

나랑 같이 가야 돼, 알았지? ]

[ ........................... ]


깨달음은 참 많은 생각을 하고 사는 것 같다.

아이처럼 단순히 까불고 즐기는 걸 좋아하면서도 

회사의 오너이기로서 모습과 장남으로서

 든든한 아들 노릇도 하고 있으며  

한 여자의 남편으로 아내를 위해서도 참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깨달음이 하나씩, 하나씩, 천천히 천천히 미래를 

위한 고마운 생각을 하고 있어 많이 감사하다.

 언제 제주도 생활이 실철될지 알 수 없지만

깨달음이 설계한 시간들이 모두에게

좋은 선택으로 이어갔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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