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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이 털어놓은 결혼생활 10년

by 일본의 케이 2020. 10. 6.

호텔로비에 들어서면서부터 깨달음은 사진을

 찍었다. 화장실까지 모두 카메라에 담고 있는동안

난 로비에 앉아 사람들을 관찰했다.

10월 1일부터 Go to Travel캠페인 대상을 

도쿄까지 포함해서인지 호텔 로비엔

의외로 사람들이 붐볐고, 기모노를 입은 여성이

종종걸음을 하며 왔다갔다 분주했다.

맞은편에 피아노가 놓여있는 걸 보니 라이브를

하는 게 분명한데 연주자가 보이질 않았다.

실컷 사진을 찍은 깨달음이 돌아오자 우린 

라운지 바로 들어갔다.

 디너시간에는 라이브를 하지 않는다고 해

 어쩔 수 없이 런치를 예약했다며 

깨달음은 다른 호텔정보와 함께 

내게 이것저것 설명 해줬었다.


[ 록폰기쪽은 디너에도 하는 것 같은데 거기는 

다음에 가고 오늘은 그냥 이곳으로 만족해~]

[ 응, 고마워. ]

[ 경치는 괜찮지? ]

[ 응, 좋아 ]

코로나로 되도록 외식을 삼가하고 있는 우린

호텔은 코로나대책을 철저히 하고 있지 얂겠냐는

괜한 안심감을 가지고 요즘 

자주 이용하고 있는데 오늘 이곳을 택한 

이유는 결혼기념일을 자축하기 위해서였다.

오랜만에 라이브도 듣고 싶었던터라 

이 CONRAD Tokyo를 선택했다.  


[ 메뉴는 에프터눈티 세트야, 당신이 별로

좋아하지 않는 스위츠(sweets)계열이야 ]

[ 알아,,괜찮아, 난 라이브 들으러 왔으니까 ]

[ 할로윈을 테마로 구성한 스위츠래 ]

[ 당신이 다 먹어도 돼, 난 살짝 맛만 볼게 ]

말이 끝나자마자 먼저 따끈한 스콘이 나오고

잔뜩 치장을 한 타르트와 단밤과 딸기로 멋을 낸

케익,그리고 젤리와 샌드가 나왔다.

옆 테이블에서는 아기자기한 메뉴들이 

너무 예쁘다 먹기 아깝다며 20대쯤 보이는

 아가씨들이 사진을 찍고 서로 찍어주느라

호들갑을 떨었고 스탭이 우리에게도

찍어드리겠다고 해서 아니라고  

정중히 사양을 했다.


그 때 라이브가 시작되었고 깨달음은 홍차를

한모금 한 뒤, 젤리를 먼저 들었다.

[ 맛있다, 이 젤리가 시큼해서 좋아,

이 타르트는 홍차하고 너무 잘 어울리네]

[ 깨달음, 내 것까지 다 먹어 ]

[ 진짜 다 먹어도 돼? ]

[ 응, 어차피 난 안 먹을 거야 ]

 스콘과 슈크림을 하나씩 먹은 난 음악감상에

집중했고 깨달음은 먹는 것에 집중했다.

[ 저 친구,그냥 평범하지 않아?.썩 잘 부르진

않는 것 같은데..코로나 전에는

저녁에도 라이브를 했었대 ]

[ 그래도 오랜만에 들으니까 좋네 ]

 자기 몫을 다 먹은 깨달음이 잠시 쉬겠다며 

커피를 주문하고 뭔가 열심히 검색을 했다.


그리고는 올해가 결혼기념 10년째니까 

어디든 여행을 가는 게 좋지 않겠냐며 해외는

못 나가니까 국내를 도는 크루즈를 타자고 한다.

[ 크루즈가 가장 위험하지 않아? 코로나? ]

[ 타기전에 PCR검사를 한 다음에 승선 시킨대 ]

[ 그래? 그럼 안심이네]

그렇게 여행얘길 잠깐 하고는 다시 먹는 타임에 

들어간 깨달음은 쌉쌀한 초코칩을 

입에 넣고 행복해했다.

결혼 10주년을 맞이했으니 각자 소감같은 걸

 한마디씩 하자고 했더니 서로 편지를 주고 받아서

별로 할 말이 없단다. 말이 나와서 하는 말인데

 이번 편지에 한국에 가서 재밌게 놀때까지 

일본에서 잘 참고 살아보자고 적혔던데 

10년 기념치고는 내용에 깊이가 없었다고 하자

자긴 솔직히 크루즈보다 한국에 가고 싶은 마음이

더 커서 언젠간 가겠지만 아무튼 갈 때까지

잘 참고 지내자는 취지였단다.


[ 맨날 나한테 먼저 가 있으라고 해놓고

편지 내용은 꼭 같이 가자는 식이던데? ]

[ 응, 마음은 당신이 먼저 가서 있는 게 괜찮다고

생각하는데 내 머리가 혼자 보내기 싫고

나도 같이 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어 ]

[ .......................... ]

너무 솔직해서 할 말이 없어 다시 라이브를 들으며

난 10년전 그날을 회상했다.

2010년, 10월 2일,,벌써 10년이 지났다.

남편을 존경하며 언제나 곁에서 함께 하겠다며

목사님 앞에서 맹세를 했었다.

하지만, 우린 서로를 존경하고, 사랑하는데

상당히 많은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부부십계명 같은 것을 만들어 서로를

각성시키기도 하고, 둘만의 룰을 정해

하나의 가족이 되려고 무단히도 노력했다.

어떤 이는 아이가 없어서 둘이 부딪히는 거라

했고 또 어떤이는 한일커플들이 원래 문제가

많다며 부정적인 얘길 늘어놓기도 했다.

10월 2일날 저녁, 깨달음에게 10년간 어땠냐고

솔직히 털어 놔 보라고 했더니 지옥과 천국을

 오갔었던 것 같다고 했다.

리얼하지만 맞은 표현이였다. 서로가 굽히지 않고 

끝과 끝을 향해 치달았던 시간들이 많았다.

언젠가 한국에서 가족들이 모여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배우자와 결혼하겠냐는

얘기가 나왔을 때 형부들은 다시 하겠다고 대답을 

했지만 깨달음은 잠시 망설이다가

자신이 만약에 젊었을 때 케이를 만났다면

 결혼하지 않았을 거라고 확실히 말 했었다.


[ 지금은 천국이야, 지옥이야? ]

[ 지금은 천국이지, 너무 행복해서 불안할 정도야 ]

지금은 천국이라 말하니 참 다행이다.

결혼 5년이 지나서도 우린 천국에 들어서질 못했다.

자신을 버리고, 상대를 받아들이는데

5년이상의 세월이 필요했던 것 같다.

지금은 천국영역에 있다고 하지만 난 여전히

내 주변 미혼들에게 결혼이란 건 절대로 하는 게

아니라 강력히 주장하고 있다.

그 지옥이 상상을 초월할만큼 힘들고 서로에게

아픈 기억들로 남겨지기에..국제커플이여서가 아닌

 결혼이란 자체가 그만큼 힘든 것임을 전하고 있다.

아무튼, 지금은 천국이라 표현할 정도의 

경지에 이르렀다. 서로가 나이를 먹고

이젠 측은지심이 작동해서인지 다툼도 없이

양보하고 상대를 먼저 배려하게 되었다.

깨달음의 솔직한 속내에 나역시 100%공감하며

 앞으로도 좀 더 서로를

 위로하며 살아갈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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