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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남편 회사의 송년회를 다녀오던 날

by 일본의 케이 2018. 12. 30.

깨달음 회사에 노크를 하고 들어갔더니

청소기를 들고 있던 깨달음이 휙  한번 

쳐다보고는 다시 청소를 했다.

직원들과 인사를 나누고 회의석에 앉았는데

묵묵히 청소만 열심히 하고 있는 깨달음..

내가 회사에 들어서면 그 순간부터 깨달음은 

나를 아내가 아닌 한명의 직원으로 대한다.


바닥에는 건축자재 패턴책자들이 여기저기 

쌓여있었다. 주변을 좀 치워보려고 했는데

 얼마나 무겁던지 엄두가 나질 않았다. 

그런 나를 보고는 깨달음이 앉아서 이것이나 

하라며 대량의 연하장과 프린터물을 건넸다. 

[ 대청소는 다 하셨어요? ] 

내가 먼저 존재말을 했다.

[ 응 ]

[ 근데 이거 몇 장이나 됩니까? ]

[ 당신 몫은 300장정도...]

[ 내 몫만 남겨 놓은 겁니까? ]

[ 응,,아까 반 정도는 했어, 당신이 청소를 

좀 해야되는데 모리모토 상이 다 했으니까 

당신은 이것만 붙히면 돼 ]


말없이 300장이 넘은 연하장에 주소를 하나씩

붙히고 나니까 은행업무를 보고 오라고

나에게 통장과 약도를 건넸다. 

왜 이렇게 일을 시키냐고 직원들 들리지 않게 

톤을 낮춰 말했더니 회사와 관련된 사람은

당연히 해야하니까 어서 갔다오라며

나를 떠밀면서 존대말이 웃기다고 킥킥 웃었다.  


그렇게 깨달음이 시킨 일을 말없이 마치고

 송년회 장소로 걸어가면서 깨달음은

알수없는 미소를 띄웠다. 

올 한해도 모두 협력해주신 덕분에

감사하다는 인사말과 건배를 시작으로

술과 음식이 차례차례 테이블에 올려졌다.


우리 테이블은 연장자들이 모였고 다른 두 곳은

직원들과 거래처 관계자들이 앉아

각자 자신들이 맡았던 설계와 디자인의 

방향성, 새로 오픈한 호텔의 숙박상황들도 

확인,의견교환및 어드바이스들이 오갔다.

그렇게 1차를 마친 멤버들은 2차로 장소를

 옮겨서는 좀 심각한 반성회?를 시작했고

 나는 카운터에 앉아 모히토를 한잔 주문했다.


조명을 왜 그걸 사용했는지,

전체적인 색상이 어두웠다, 

홋카이도는 눈이 많이 오기 때문에 입구에

설치하는 장치가 다르다..

외벽마감은 어떻게 진행 되고 있는지..

난 들어도 잘 모르는 건축용어들이 오갔고

깨달음은 그들의 의견들을 주의깊게 듣고 있었다.

선배로서, 그 쪽으로 프로인 사람들이 모여서

서로를 격려하고 장단점을 나누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올 송년회에는 깨달음 대학 선배와

 강사님도 참석해주셔서인지 사업적인 얘기가 아닌

학술적, 기술적인 면에 관한 대화들이 많았다.  

모히토를 두잔째 주문을 했을 때, 깨달음이 자기 

잔을 들고 와서는 내 옆에 앉았다.

[ 올 한해도 수고했어,,깨달음]

내가 먼저 깨달음에게 돈 버느라 고생했다고

인사를 하니까 돈 버는 것 보다 직원들 관리, 

거래처 관리하는 게 실은 더 힘들다고

일이 많으면 많을 수록 제일 힘들지만

 그것 역시도 일의 일부분이기 때문에 재밌단다.

아까 왜 혼자 웃었냐고 물었봤더니

올 한해도 큰 트러블 없이, 직원들도

잘 따라와주고 현장이나 실무적인 면에서도

잘 풀려 기분이 좋았단다.

[ 작년도 좋았지만 올해는 정말 수익이 많았던게

사실이야,, 당신 덕분이지, 당신이 

쿠마노테를 큰 걸 사 준 덕분에

돈을 팍팍 긁었던 것 같애 ]

갑자기 나한테 고맙다고 해서 약간 당황스러워

나도 모르게 손사래를 쳤다.

 ( http://keijapan.tistory.com/1187 )

(여러분 부자 되세요 -쿠마노테)


[ 매년마다 수익이 오르고 있어서 좋은데

2020년 도쿄올림픽까지가 피크이고 그 다음은

하향길을 갈 것 같은데 그 때에도 변함없이

우리 회사를 응원해 줄거지? ]

[ 응, 당신 회사도, 그리고 깨달음도 응원할게]

자기가 죽으면 이 회사를 내가 맡아서 

가야한다고 그래서 난 또 사양했다.

아주 단순하면서도 가장 큰 이유는 내가 건축계를

 모르고, 모르는 사람이 사장이라는 자리만 

차지하고 있는 것 역시 내 스타일이 아니라고

 항상 같은 이유를 내세워 거부의사를 밝히지만 

깨달음은 직원들에게 이미 말을 다 해줬으니 

그렇게 알고 있으란다.

그렇게되면 내가 한국에 귀국하기 힘들어지니까 

 당신이 그냥 할 때까지 하라고 또 내 의사를

밝혔지만 귀국했을 때는 어떻게 해야하는지

세무사와 어느정도 얘길 해뒀다며 내년에도

회사연수를 떠날 건데 어디가 좋을지 

생각해 두라면서 자기 술잔을 들고 다시 직원들 

테이블로 옮겨가서는 직원들 얘기에 집중했다.

결혼전부터 참석했던 이 회사의 송년회이지만

깨달음이 직원들을 대하는 태도는 한치의

 변함이 없었다.

 깨달음 회사가 내년이면 32주년을 맞이한다.

수익이 많았을 때도, 수익이 없었을 때도

직원들과 거래처를 먼저 챙기는 걸 잊지 

않아서 지금껏 잘 버텨 온 게 아닌가 싶다.

오너는 어느 누구나 될 수 있지만 그 자리를 

유지하고 키워가며 인관관계를 굳건히

다져가는데는 꾸준한 노력이 

뒤따라야하는 것 같다.

내년에도 깨달음 회사가 무사히 아무탈 없이 

잘 운영되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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