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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남편을 이해하는데 드는 시간들

by 일본의 케이 2017.08.19

삼계탕이 너무 먹고 싶었다.

더 정확하게 말하자면, 녹두가 들어간 

닭죽이 먹고 싶었다.

나름 괜찮다는 곳에 들어가 주문을 했는데

팩에 들어 있는 삼계탕이였다.

이럴 줄 알았으면 그냥 마트에서 사면

되는 건데...내가 원한 건 이게 아니였다.

 한국에서 파는 토종 삼계탕이길 바랬는데

이곳 일본에서 그걸 찾는 것 자체가 

무리였던 것 같다.

그냥 코리아타운에 갈 걸 그랬다며

깨달음은 뒤늦은 후회를 했지만

난 그 곳까지 갈 기력이 없었다.  

닭을 사고 인삼, 대추, 은행, 그리고 녹두를

푸욱 고아 만들면 되는 것인데 그러질 못했다. 

 여러모로 정신적, 육체적으로 

만들어야겠다는 의지가 서질 않았다.


입원을 앞두고 여러 검사가 있었다.

혈액, 소변, 심장, 폐기능 등등

생각보다 많은 검사를 필요로 했고

여기저기 검사실을 홀로 찾아다니는 건

익숙해졌지만, 병마와 싸우고 있는 

이들을 마주칠 때면 자꾸만 뇌리에서

되뇌이는 말이 있다.

사는 게 뭔지...



깨달음은 가리비, 소뼈갈비, 돌솥비빔밥을 

주문했다. 난 삼계탕 국물을 두어번 떠 먹고는

그냥 숟가락을 놓았다. 맛도 맛이지만, 

 더운 날씨 탓인지 입맛이 없었다.

그래서 수술 전에 몸보신용으로 

삼계탕이 먹고 싶었던 건데 그것조차도

내 맘대로 되지 않는다는 생각에

점점 힘이 빠져나가는 느낌이였다.  


[ 이 집, 돌솥비빔밥, 진짜 맛있다]

[ ............................... ]

[ 삼계탕, 그렇게 맛이 없어? 나 조금 줘 봐 ]

말없이 그릇에 삼계탕을 덜어줬는데

먹을만하다며 뼈를 쭉쭉 빨아 먹는 깨달음을 

보다 괜시리 한숨이 새어 나왔다.

내가 치료를 하던 몇 년전에도 깨달음은

음식냄새를 못맡는 내 앞에서 아주 맛있게

잘 먹었고, 아침이면 아침밥을 먹기 위해

식탁에 앉아 아침상을 기다렸던 사람이다.

그 당시, 인간이 이렇게 이기적일 수 있다는 걸  

실감을 했는데 오늘 또 이렇게 눈앞에서

똑같은 광경이 연출 되는 걸 보니

인간의 본성은 고치기 힘들다는

생각마져 들었다.



만약에 한국남자였으면 이런 상황에서

저렇게 맛있게 먹을 수 있을까라는

쓸데없는 의문이 들다가 친구가 했던 말을 

상기시켰다.

[ 남자는 여자랑 뇌구조가 달라도 너무 달라,

얼마나 무디고, 이기적이고, 본능적인줄 아냐? 

내가 첫애 낳을 때, 진통을 6시간 넘게 하며

죽네 사네 하는데 옆에서 졸고 있고

배고프다며 김밥 시켜 먹고 있더라니깐,,

그게 바로 남자라는 동물이야,

얼마나 이기적이라구,, ]

결혼 19년째 되는 친구에게 깨달음에

대한 불만을 얘기했더니 남자와 여자의

뇌구조에 대해 자신의 경험담을 실어

리얼하게 파헤쳐주었던 기억이 났다.


[ 맛있어? ]

[ 응, 돌솥 비빔밥 먹고 싶을 땐 이곳으로

와야겠어, 최고로 맛있는 것 같애.

이 갈비도 부드럽고 잘 뜯어져 ]

[ ....................... ]

[ 수술 시간 앞당겨진 거 당신도 알지? ]

[ 응, 알아,,]

[ 그니까 당신 정신 똑바로 차리고 저번처럼

졸지 말고,,]

자긴 잠시 눈을 감았을 뿐이라고 비겁한

변명을 하는 깨달음이 한심하게 보였다.


2주전, 수술방법과 수술과정들을 

담당의가 열심히 설명하던 날,

 바로 옆에서 깨달음은 꾸벅꾸벅 졸았다.

이런 남편을 믿고 내가 수술을 해도 될까,,,

도대체,이 남자는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걸까,

그 상황에서 졸음이 온다는 정신상태에

한숨이 절로 나왔던 날이기도 했다.

친구가 말한 것처럼 뇌구조가 다르니 그러러니

하고 넘어가야지 하면서도

섬세하고 이성적인 남자분들도 많은데

깨달음은 왜 후자가 아닌 전자쪽에

 속하는지 헛된 후회를 잠시 하기도 했다.   

[ 야, 케이야, 세상 모든 남자들 반은 다들

우리 남편, 니네 깨서방 같은 사람일 거야, 

나는 그렇게 위로하고 산다

안 그러면 같이 못 살지.그냥, 남자는 

다른 뇌구조를 갖고 있는 사람이라고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방법 밖에 없어~ ]

어쩌면 난 어디까지 받아들여야할지

그 적정선을 찾지 못한 채 머리와 가슴이 

따로 움직였는지 모르겠다.

아직 10년도 되지 않은 결혼생활이여서

알아가는 과정이라고 서로에게 학습과 적응시간이

 필요하다고 스스로를 다독이 지내다가도 

이번처럼 또 이런 실망스런 모습을 보이면 

허무함 같은게 거세게 밀려 오는 게 사실이다.

모두 부부가 상대에게 원하는 부분이

각자 다를 것이다. 내 뜻대로, 내가 원하는대로

되지 않는 것도 사람 마음이고

욕심이라는 것도 알고 있다.

50점짜리 남녀가 만나 100점을 만들어

가는게 결혼생활이라고 했다.

우리처럼 국제커플이라는 특수성과는 상관없이

결혼생활이라는 게 생각보다 훨씬 많은

이해와 타협이 필요하다는 걸 또 느낀다.

단순히 남녀의 뇌구조가 다르니까 

받아들이기보다는 내가 원하는 부분이

많이 서툰 사람이라고 인정하는 길밖에

방법이 없는 것 같다. 

나도 부족한 게 많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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