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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뒤늦은 후회를 한다

by 일본의 케이 2019.09.30

새 메일함에 낯선 이름으로 메일이 도착해 있다.

누군지 알 수 없는데 스팸으로 빠지 않은 걸 보면

분명 아는 사람인 것 같은데 기억이 나질 않는다.

조심스럽게 메일을 열어보니 친구의 남편이였다.

답장을 보내야하는지,,그냥 모른척 해야하는지

한참을 망설이다 로그아웃을 했다.

어떻게 내 메일 주소를 알았을까,,

친구의 부탁으로 대신 보낸 것일까,,,

무슨 일이 있는 걸까..자꾸만 신경이 쓰여

메일을 보내기로 마음을 먹었다.

고교동창인 은희(가명)와는 꽤 친했다.

내가 이곳으로 유학을 오고 깨달음과 신혼을 

보낼무렵까지는 연락이 오고갔다. 

 한국에 들어가면 어떻게든 시간을 만들어

 은희와 함께 나온 남편분과 차를 마시기도 하고

식사를 나눴고 행여 못 볼 경우엔 

전화로 서로의 안부를 전했다.


하지만, 요 몇년전부터 내가 

연락을 하지 않고 있다.

작년 2월, 후배가 조심스레 내게 물었다.

은희 언니하고 왜 연락 안 하냐고?

은히 언니가 자기에게는 연락이 없는데

너한테는 연락이 오는지, 만났냐고 묻더란다.

굳이 연락하지 않은 이유를 말하자면

미안함과 서운함, 그리고 풀리지 않았던

서로의 묘한 감정들이 뒤엉켜서였다. 

나에게 직접 연락하지 않고 후배에게 

물었다는 건 은희 역시 내게

연락하기가 거북했다는 걸 알 수 있다.

그런데 오늘 은희 남편은 무슨 의도에서

 내게 메일을 보낸 것일까,,..

막상 답장을 쓰려고 하는데 무슨 말로

시작해야할지 머리 속에 떠오르지 않는다.


내 마음이 닫혀가게 된 발단이 뭐였을까,

고교시절부터 서로에게 좋은 감정였고 

많이 친하다고 생각했던 은희와 나,,,

내가 결혼을 막 하고나서 처음으로 

금전관계가 오갔던 게 문제가 되었다.

그녀가 부탁을 해왔을 때 약간의 갈등은 

있었지만 빌려줘야한다고 생각을 했다. 

그렇게 금전이 오가고 난 후, 서로를 믿었고 

의지했던 그 마음이 채무자와 채권자의 

입장이 되었고 우려했던 일들이 생겼다.

약속을 지키지 않는 은희에게 나는 실망을 했고 

약속을 지킬 수 없었던 은희는 

이해해주지 않는다며 서운해 했다.


[ 은희야, 그래서 내가 분납을 하라고 했잖아,

일시불로 갚기에 큰 금액이니까..

 근데 한번도 넣지 않았잖아 ]

[ 너도 알다시피 내가 바빠서 정신이 없었어]

[ 정신이 없었어? 지금 1년이 지났는데

 한번도 안 넣었다는 게 말이 돼? ]

 [ 그건 미안한데..너 그 돈이 급한게 

아닌 것 같아서 난 천천히 넣을려고 했지 ]

[ 급하고 안 급하고가 아니라 왜 

약속을 계속 어기고 있냔 말이야,

한번도 분납을 안 하고,, ]

[ 나도 사정이 생겼다고 했잖아 ]

그 사정이라는 게 나와의 약속을 어기며

아파트를 큰 평수로 옮기고 새 차를 구입하는 

사정이였다는 생각이 너무 크게 차지해서

난 더 실망을 했고 은희는 집을 늘려가며

 크고 좋은 차를 타야할 이유가 있었다고 했다.


빌려준 돈이 오롯이 내 통장에서 나온 게 아닌

깨달음과 함께 건네줬던 것이기에

난 정신적으로도 여유를 가질 수 없었고

무엇보다 몇 번의 약속을 어긴 부분에 대해

깨달음에게 마땅한 변명을 찾지 못했고

볼 낯이 없었다.

우린 이렇게 서로에게 할 말이 많았고 

이런 통화를 두어번하고 은희는  

3년이 지나서 입금을 했다.

깨달음에게 친구의 모습이 행여나

나쁘게 보이지 않을까 꽤나 신경을 쓰느라

머리가 아팠던 시기였다. 

채무자와 채권자가 되면 친구,우정이란 단어는

전혀 빛을 바라지 못했다. 

그 일 이후, 난 많은 반성과 후회를 했다.

그냥 은희에게 줬더라면 아니 처음부터 빌려주고

돌려받는 짓을 안 했더라면 지금도 예전처럼 

살가운 친구 사이로 지냈을 것을,,.


아니 무엇보다 깨달음까지 얽히게 했던게

너무도 미안하고 난처했던 시간들이였다.

깨달음이 얽히지 않았다면 은희의 사정을

계속해서 들어줬을까...아니였다.

 솔직히 얘길 하자면 우리 돈은 갚지 않으면서

 아파트를 옮겨가고 새 차를 사는 모습이

 납득이 되지 않았고 혹시나 돈을 돌려받지 

못할까라는 불신감이 생겨 혼자 속을

 태웠었다.

깨달음은 지금도 가끔 은희에 대해 묻는다.

난 그럴 때마다 입을 다물고 만다.

은희가 말하는 그 사정을 좀 더 깊이 들어보려

하지 않았고 이해하려 하지 않았기에

지금 이렇게 우린 어색하고 서로에게 

찝찝한 응어리들을 만들어 놓고 말았다.

내가 좀 더 현명하게 대처했다면, 내가 좀 더

너그러웠더라면 서로가 웃을 수 있는 일을

만들었을텐데 지금도 그 일을 떠올리면

많이 어리석어서 미안해진다.


뒤돌아보면 은희보다 내가 훨씬 친구로서

 제대로 된 역할을 하지 못한 것 같다.

친구니까 끝까지 믿어주고 그녀의 입장을 

먼저 생각했을 수도 있는데 그랬다면 

 이런 불편한 관계를 되지 않았을 게다.

살아가는데 돈도 물론 중요하지만 친구로서의 

믿음을 의심했던 내가 더 나빴다.

은희와 함께한 시간들, 결코 돈으로 살 수 없는

 추억들이 넘쳐나는데 그것들을 등지고 있는 건

은희가 아닌 내가 아닌가 싶다.

이렇게 남편이 연락을 해오는 걸 보면... 

인생이란 우리 자신이 만드는 것이면서 우리가

선택한 친구에 의해서 만들어진다.

돈 빌려 달라는 것을 거절함으로서

친구를 잃는 일은 적지만 돈을 빌려줌으로서

도리어 친구를 잃기 쉽다. 

그 때 당시, 은희가 잠시 서운하더라도

단오하게 거절하지 못했음을

참 많이 후회 한다.


[ 케이씨, 요즘은 한국에 안 들어오시나요?

와이프에게 연락을 안 하시는 것 같던데 

무슨 특별한 이유라고 있으세요?

예전처럼 연락 주고 받고 왕래했으면 좋겠어요 ]


카톡에는 여전히 은희가 남겨져 있고

프로필 사진들을 보며 그녀가

지금 뭘 하는지 짐작은 하는데

난 복잡한 심경으로 연락을 하지 않고 있었다.

은희 남편이 보낸 메일은 어쩌면

은희가 정말 내게 하고 싶은 말일 게다.

메일이 아닌 전화를 해야될 것 같다.

여러모로 많이 미안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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