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한국인

마음이 아픈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다

by 일본의 케이 2017. 2. 5.
728x90
728x170

사람들은 살짝 스치기만 해도 시리디 시린 

상처 하나쯤을 가슴에 품고 산다.

누가 말을 꺼내기만 하면 눈물이 왈콱 쏟아지기도 하고

행여나 누군가 그 상처를 건드릴까봐

가슴 속 깊이 꽁꽁 묻어두고 묻어 버린다.

하지만, 그 상처는 때때로 불쑥 따뜻한 말한마디에

두껑을 열고 고개를 내밀기도 하고 

눈이 부시게 푸르른 날이나 

모진 찬 바람이 뼛속까지 파고드는 날이면

 약속이나 한 듯 어김없이 눈물로 모습을

 나타내곤 한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지도 교수와의 갈등으로 내 발로 직접

신경정신과를 찾아갔던 7년전, 

나와 맞는 의사를 찾기 위해 몇 달간 이곳저곳 

여러 병원을 돌아 다녔다. 

그러다 어렵게 한 병원에 닿게 되었고

그곳 원장은 의사가운이 아닌 평상복을 입고 있었다.

일주일에 한 번씩 그렇게 한달째 되던 어느날

원장님이 애리한 눈빛으로 나에게

약봉투를 보여달라고 했다.

가방에서 마지못해 꺼내 보였더니 자세를 바로

하시더니 차분한 톤으로 이렇게 말했다.

[ 왜 한 알도 안 드셨어요? ]

[ 그냥,,,약 없이 낫고 싶어서..

아니..약을 먹으면 내가 환자라는 걸 

인정하는 것 같아서...]

[ 케이씨..우리가 감기에 걸리면 약 먹죠?

지금 케이씨는 마음에 감기가 걸린 거에요..

그니까 약을 먹어야 돼요...]

그리고 그 날 이후 원장님이 수소문을 해서 

도쿄시내에 유일하게 한 명 남아 있다는 

한국인 신경정신과 교수를 찾아주셨다.

본인이 일본인이여서 정서적으로 이해를 못하는 

부분이 있을 수도 있고 마음을 털어 놓고 

신뢰를 쌓아 가는데는 같은 모국어를 사용하는 게 

 치유에 도움이 될 거라는 말씀을 덧붙히시며 

소개장과 함께 그 교수님 연락처를 주셨다. 



그렇게 6개월,한국인 의사선생님과 대화를 하며

나와 교수님과의 갈등, 서운한 마음,

화난 마음, 미운 마음, 죽이고 싶은 마음까지

하나도 남김없이 모두 다 토해놓고 나서야 

난 제 정신을 차릴 수 있었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지금 난, 이런 얘기들을 들어주는 입장에 되었다.

의학적으로 신경을 안정시켜주는 

물리적인 약물이 필요한 사람들도 분명 있지만 

대부분은 자신들 가슴에 담아둔 

얽혀있는 감정을 하나씩 풀어 놓는 것부터

치료의 첫발을 내딛는 것임을 내가 체험했고

체험하게 하고 있다.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하지만, 사람이라는 게 좀처럼 내 상처를 

직시하고 그 상처를 남에게 보여주는 게 쉽지 않아

감추다보니 더 곪아서 멍이 깊어만 간다.

그래도 토해내야만이 치유가 시작된다.

당신이 이렇게 해서 아팠고,

당신의 그 한마디에 난 죽고 싶었고,

당신에게 한마디도 대꾸하지 못한 내가 

바보 같아서 싫었고,

당신은 싫지만 참아야만 했던

 내 입장이 날 미치게 했고, 

 당신의 그 행동에 치가 떨렸고,

당신의 싸늘한 눈빛이 늘 가슴 시렸다고,

 아픔이 곪아 터지기 전에 얘기할 수 있도록 

천천히 들어준다. 

왜, 어떤 이유에서 아팠는지 그로 인해 

내 가슴에 멍이 어느정도 깊어졌는지

자신의 상처를 어루만질 수 있도록 

상대의 얘기를 계속해서 듣는다.

비록, 나는 의학적인 치료는 하지 못하지만

 마음을 함께 들여다보고 그 상처가

조금씩 엷어지고 딱지가 생기도록 덧칠을 하고, 

연고를 바르는 작업을 같이 할 뿐이다. 


여러모로 상처가 많은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세월이 지났지만 그녀는 그 상처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였다.

이렇게 살아서 뭐하나 싶다며 죽고 싶다는 

말을 자주 입에 올렸다. 바람만 불어도 눈물이 나고

외롭고 쓸쓸해서 미칠 지경이라며...

인간은 혼자 있기 때문에 외로운 것이 아니라고

혼자 있어도 마음 속에 사랑이 

가득차 있으면 외롭지 않다고 했더니

새로운 사람을 만나는 자체부터 두려움이 앞서서

생각조차 하지 않고 있다고 말한다.

사랑,,,사랑의 종류도 여러가지 있다.

사랑의 대상이 꼭 인간이 아니더라도

꽃, 나무, 새, 강아지, 고양이들을

사랑하는 것도 사랑이다.

인간은 사랑하지 않을 때가 가장 외롭다.

진정으로 나를 사랑해 주는 이가 없을 때, 

내가 아무도 사랑하지 않을 때

 외로움에 몸을 떨게 된다.

그리고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많은

상처를 받듯이 사랑하는 사람에게

가장 많은 외로움을 느끼는 것도 인간이다.

또한, 사랑을 다르게 표현하면 인정해 주고 

인정 받는 것이다.

본인은 인정받고 싶으면서도 남에게는 

모질게 구는 것도 인간이다.

다가가야 보이고 마음을 열어야

이해할 수 있는 게 인간관계인데.....

친구가 자신감을 되찾을 수 있게 내가 이곳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과연 무엇일까....

(일본 야후에서 퍼 온 이미지)


지난달, 제 글 중에 엄마와 제 관계를 적은

[국 장모님을 반성하게 만드는 남편]을

http://keijapan.tistory.com/911

올린 이후, 참 많은 분들에게 메일을 받았습니다.

부모가, 자식이, 친척이, 친구가, 남편이, 아내가, 

후배가, 동료가, 이웃이,,인간관계에 엮힌 

모든 사람들이 상처를 안고 살고 있었습니다.

사람은 한없이 무기력하고 자신감을 잃다가도

나와 비슷한 상황이나 경험자를 만나면 

왠지 희망이 보이고 힘이 솟아 납니다.

역시 혼자가 아니였구나하고 동지의식이 

발휘되어 조금씩 자신감이 생깁니다.

마음에 감기가 걸린 건 부끄러운 일이 아닙니다.

타인을 미워하는데 내 감정을 다 쏟아 부으며

시간을 허비하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굳이 친해질 필요가 없다면 적당한 시간과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것도 잘하시는 겁니다.

그것만으로도 우린 충분히 열심히 살고 있는 것입니다.

자신을 한 번 안아 주세요. 

괜찮다고, 이대로도 괜찮다고, 잘하고 있다고

잘하고 있으니 걱정말라고,,,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