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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마음을 담아 드리다

by 일본의 케이 2015.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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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후 5시, 맨션 열쇠를 받기 위해

지난번 잔금처리 때와 같이 관계자들이 또 한자리에 모였다.

오늘 우리가 해야할 일은

처음 계약시에 기재되었던 물건들의 갯수및

상태들은 양호한지 하나씩 체크하는 거였다.

먼저, 전등은 문제 없이 잘 켜지는지

에어컨도 잘 되는지, 방충망은 갯수대로 맞는지...

주방 오븐기의 집게는 제대로 있는지,,,

 

그냥 키만 주고 받고 끝나지 않을 거라는 건 알고 있었지만

욕실의 샤워기 작동까지 확인하는 걸 보고 난 또 놀랬다.

이 모든 장비들의 기능이 우리들이 이사하고

 일주일 동안에 문제가 발생 되었을 시

전주인이 모든 책임(수리및 교환)을 하지만

일주일이 지난 후에 문제점을 발견하고 의의를 제기하면

배상및 책임을 지지 않으니, 이사하고 일주일동안

 점검을 한 번씩 해보라는 어드바이스를 끝으로

 확인서에 도장을 찍었다.

사토군은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 맺혀가면서

 빠트린 게 있는지 끝까지 살피고 또 살피며 체크를 했다.

 

내가 인터폰 사용법 등을 고 있는 동안

깨달음은 왔다갔다 하면서 사진을 찍고

 모든 서랍을 열었다 닫았다 하면서 돌아 다녔다.

 

그렇게 모든 확인을 다하고

마지막으로 또 사인장에 도장을 찍고 나서야

맨션 열쇠와 우편물 관리키를 받았다.

그렇게 키를 받고 나니 잔금처리 때와는 다른 느낌이 들었다.

 

이렇게 모든 과정이 끝나고

내가 집에서 준비해 갔던 깡통김을 하나씩 드렸더니

너무 너무 좋아하셨다.

먼저 집주인에게 이렇게 무난히 끝나 다행이고

감사하다고, 이렇게 집을 사고 팔게 된 것도

무슨 인연이 있어서가 아니겠냐고 그러자

아니라고 처음부터 순조롭게 일이 진행 되었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자기가 더 죄송하다고 몸둘바를 몰라하셨다.

 

다음은 사토군과 상사에게도 지금까지 고생하셨다고 건네자

사토군이 강하게 거부를 하면서

자긴 받을 자격없다고 자꾸만 상사의 눈치를 봤다.

상사도 이래저래 사토군이 여러번 민폐를 끼쳤다고

또 사과를 하시길래, 아니라고 꼬장꼬장한

 깨달음 비유 맞춰가면서 이제까지 열심히 뛰어주신 것이

 너무 고마워 드리는 거라고

편히 받으셨으면 한다고 그랬더니

90도 각도로 깊숙이 인사를 하며 받으셨다.

 

관계자들이 모두들 떠나고,,,

깨달음과 나 둘이 남아서 거실에 앉아 어두워져가는

밖을 멍하게 내다 보았다.

약간의 리폼과 크리닝 작업이 끝나면 이사만 남았구나... 

 깨달음은 높이, 깊이, 폭,,, 또 재고,,,,,

혼잣말처럼 [오케이], [문제없음]해가면서

각 방을 왔다 갔다,,,,,,

 

맨션을 나와 근처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와인을 한 잔씩 했다.

서로 수고했다는 말로 건배를 하고,,,,,,

비록 대출금이지만 맨션 잔금도 다 치르고

이젠 키까지 받았으니 정말 실감이 난다고 그랬더니

자기도 기분이 홀가분하고 좋단다.

앞으로 이사를 하고 나서 해야할 일들에 대해 얘기를 나누다가

깡통김을 모두에게 줄 생각은 언제부터 했냐고 깨달음이 물었다.

 

 그냥,,모든 과정이 끝나면 감사의 의미로 관계자들께

하나씩 드리고 싶었다고 대답하자

참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자긴, 생각지도 못했고 일본 스타일로 보면

우리측에서 뭔가를 주는 자체가 거의 없고,

특히, 사토군이 실수를 몇 번이나 했기 때문에 

더더욱 수고 했다고 뭘 준다는 생각을 하기 힘든데

 옆에서 지켜보니까

다들 너무 좋아하고 마음으로 감사해 하는 것 같아서

뭔가 훈훈하고 따뜻함이 느껴지더란다.

[ ........................ ]

객관적인 통념 속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한국적인 정서로 사람들을 접하는

내 모습을 보고 자신도 배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단다.

그러냐고,,,꼭 한국식이라기 보다는

그냥 수고해 주신 각 부동산 관계자들, 그리고

약간의 우여곡절이 있었지만

그래도 끝까지 무사히 계약이 성사 되었던 전주인에게도

순수히 감사의 마음으로 드렸다고 대답했다.

내 대답을 가만히 듣고 있던 깨달음이

그 순수한 마음이 자기가 봐도 느껴졌다며

 [대단해~~]라고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웠다.

[ ........................ ]

언제부터인지 정확히 알 수 없지만

받는 것보다 주는 게 훨씬 마음이 즐겁다는 걸 알았다.

비록 하찮은 물건일지언정 마음을 담아 드리면

그 마음이 고스란히 상대에게 전해지는 걸

많이 보고 느껴왔기 때문이다.

그래서 [ 마음을 담아 드립니다]라고 하는 게 아닌가 싶다.

마음을 담고, 정성을 담으면 받는 분도 행복하다.

깨달음 말처럼 이게 한국식 감사표현이라면

앞으로도 난 계속해서 그렇게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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