뜬금없이 이곳에 온 이유는 특별히 없었다.
혼자 생각하고, 혼자 걷고 싶다는 생각만으로
이곳에 와 있다.
집에 있는 수조 앞에서도 멍하니 30분 이상은
거뜬히 앉아있는 버릇이 있어서인지
살아 숨 쉬며 이리저리 움직이는 생물들을
지켜보고 있으면 머릿속이 차분해지곤 한다.
꼭 이곳이여야했던 것도 없이 단지
수족관이라는 것만으로도 충분했다.
관내는 생각보다 훨씬 낙후? 된 느낌이지만
여러 생물들만 볼 수 있다면
별 문제는 되지 않았다.
돌고래쇼 앞에는 꼬맹이들이 옹기종기 모여
박수를 치고 있고 어른들은 그런 아이의 모습을
사진에 담느라 정작 돌고래는 뒷전이었다.
춥지도 덥지도 않아 사색하기 딱 좋은 날,,
불어오는 바람결에 실구름들이
유유히 움직이고 있다.
쥐치처럼 생기기도 하고 복어를 닮은
녀석이 주둥이를 내놓고 돌아다닌다..
원래 주둥이가 나온 녀석인가....
심해 깊고 어두운 곳에 살다가 온 녀석들은
이곳이 얼마나 눈부시고 시끄러울까...
그나저나 어쩌다가 잡혀왔을까...
관내는 모두 둘러봐도 채 30분도 걸리지 않을 만큼
작은 규모 덕분에 같은 녀석들을 여러 번,
그리고 상세히 관찰할 수 있어 좋았다.
깨달음은 주말이지만 출근을 했다.
꼭 회사에서 해야 할 일이라길래 다녀오라고 했다.
샌드위치 도시락을 싸주려 했더니
괜찮다길래 내 도시락통에 담아왔다.
결혼하고 벌써 11년이 지나는데도 난 이렇게
혼자가 편한 걸 보면 여전히 이기적인
내 삶에 대한 애착이 남아있다는 증거일 게다.
어제는 깨달음에게 행복하냐고 물었더니
행복하단다. 행복이 뭐라고 생각하냐고 했더니
살아 숨 쉬며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살고 있으니
행복하지 않냐고 한다.
사람마다 행복의 기준이 다르니 옮고 그름을
논할 것도 없지만 배우자가 행복하다니
참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인간은 풀지 못하는 아니,
전혀 풀리지 않는 문제들을
안고 살아간다고 착각하고 살아간다.
정작 답은 이미 알고 있으면서도
외면하기도 하고 일부러 다른 선택을 하며
스스로와 타협하고 위로하곤 한다.
그렇게 현실과의 타협이 잦아질수록
가슴속에 하나씩 돌덩이가 쌓여간다.
목구멍에 걸린 가시처럼 늘 개운치 못한 상태로
통증은 덤처럼 아무렇지 않게 살아간다.
모두가 그렇게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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