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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인간은 모두 나약한 존재이다

by 일본의 케이 2017.04.02

서점에 들렀다.

주문한 책을 받을요량으로 갔는데

역시나 서점에 오면 읽을거리도 많고

사고 싶은 책들이 많다보니 생각보다

오랜시간 머물게 된다.

깨달음은 5층, 나는 7층에서 각자의 시간을 

충분히 보내고 좋아하는 책들도 좀 구입하고 

국립신미술관으로 자리를 옮겼다.


쿠사마 야요이 (草間 彌生)작가의 

전시를 보기 위함이였다.

일본 나가노 현 출신의 조각가 겸 설치미술가인 

쿠사마는1957년부터 1972년까지 뉴욕에서 

회화, 조각, 페미니즘적 행위미술과

설치작업 등 활발한 활동을 펼쳤다.

1973년 일본으로 돌아와서는 

1977년 스스로 정신병원에 들어간 쿠사마는

 그곳에 스튜디오를 만들어

 작업 활동을( 올해 88세) 지금도 하고 있다.

다수의 대형 국제전시를 비롯, 문학활동으로는

시집과 소설도 출간을 했고

2012년, 그녀의 작품이 명품 브랜드 루이뷔통과 

콜렉션을 만들고 대규모 회고전이 열리면서부터 

재조명을 받았다.

아시아쪽에서는 쿠사마의 호박 작품이

많이 알려져있고 압도적으로 인기를 끈다.


끝없이 펼쳐진 화폭에 그물망을 연속해서 

그려내기도 하고 도저히 셀 수없을 만큼의 

어마어마한 양의 점들을 일률적으로

 찍어 놓은 작품들이 많았다.

 역시 보통사람은 하기 힘든 작업들을

정열과 고도의 집중력으로 응집시켰음을

작품 하나 하나에서 느끼게 했다.


일반인들은 감히 알 수없는 작가만의 별세계가 

 왠지 좋고 각 작품의 색조합도 내 취향이여서

예전부터 참 좋아했던 작가이다.

작품 하나에 실어진 열정과 광기가 

그대로 전해져와 한 작품, 한 작품 마주하며

공감하느라 자리를 옮기지 못하고 있는 

내곁에 깨달음이 다가와서는 조용히 말을 건다.

[ 미친 여자의 에너지가 느껴지지? 

제 정신으로는 절대로 표현하지 못할거야,,

당신 작품하고 좀 닮았지?  ]

[ ............................... ]

작품감상에 방해가 되서 깨달음과 거리를

두며 작품들을 살피고 있는데 

또 옆으로 온다.

[ 미쳤어요~~~아니야? ]

[ 그 말은 또 어디서 배웠어? ]

[ 당신이 언젠가 후배랑 얘기하면서 

한국말 (미쳤어요)의 뜻을 가르쳐 줬잖아 .

미쳤다는 건 좋은 의미로도 쓰여지는 거 아니야?

뭔가에 열중하고 특히 작가들은 미쳐야만이

좋은 작품이 많이 나오잖아,

실제로 고흐도 정신이 좀 아프지 않았어? ]


전시장 밖에서는 참가자들에게 직접 스티커를 

붙혀 볼 수 있는 공간도 마련되어 있었다. 


[ 미치지 않고서는 거장이 될 수 없어..

 당신하고 공통점이 많네. 이 작가도

 정신과에 다녔고 지금도 정신과에 있고

점을 찍는 다거나 하나의 패턴에 몰입하는 것,

반복하고, 반복하는 습관도 비슷하고,,

당신 상 받은 작품들도 점으로 

구멍 뚫은 작품이였잖아 ]

내가 째려봤는데도 깨달음은 아무런 주저도 없이

계속해서 얘길 했다. 

[ 반복된 패턴을 즐기는 것도 좋아하잖아.

완전 눈에 보일까말까 깨알같은 눈알들을

빼곡히 그려넣고 그러잖아,,

다리가 50개 정도 달린 징그럽게 생긴

 벌레같은 것도 그리고 올챙이도 아닌 정자도 아닌

아주 이상하게 생긴것도 잘 그렸잖아,,]

 [ 그만 하세요, 깨달음씨.,] 

[ 당신 작품을 보고 있으면 이해가 안 갈 때가 

솔직히 많았거든? 

근데 그건 좋은 현상 아니야? ] 

[ .......................... ]

[ 좀 이상한 그림들을 그리는 건 

엄청난 작가가 될 수 있는 소질이 있다는 거야]

[ 알았어,,,칭찬으로 들을게 ]

[ 한국 친구들도 당신 작품 너무 

난해하다고 그랬다며........]

[ 알았어,그만 해~ 내가 좀 더 미쳐면 훨씬 

더 좋은 작품이 나온다는 거네..,]

[ 작품에 미치는 건 좋은데..그냥 미치면 그건

안 돼지...]

내가 빨리 걷기 시작하자 바짝 따라붙어서는

갑자기 한국말을 했다.

[ 조금만 미쳤어요, 괜찮아요, 좋아요 ]

[ ............................ ]

사랑에 미치고, 예술에 미치고

정신적으로 불안하고 광기에 사로잡혀

그림을 그렸던 고흐,

미친 듯이 시를 써내려가면서 자신이 글을

쓰는 것조차 모르고 있을 정도로 집중한 헤밍웨이..

레드필드 제이미슨은 조울증과 예술적 천재성의

 연관성에 연급한 바가 있고

예술의 본질, 정신병적 증후군, 그 둘의

불안한 관계가 시너지 효과를 낼 수 있다고

시사한 바가 있다.

인간은 모두 나약한 존재인 것 같다..

 세계적인 거장들마져도 창작을 하는데 있어

 정신적인 한계에서 혼란스러워 한다..

깨달음 말처럼 내 작품이 좋은 평가를 받고

여러곳에서 수상을 했을 때가 바로 그 때였다.

교수님에 대한 미움이 극에 달해 

온전한 정신 상태가 아니였음은 

분명하지만 우연의 일치였다고 보고싶다. 

끝없는 자신과의 싸움에 힘들기도 했지만 

더 몰두할 수 있었던 알 수없는 에너지 같은 게

쏟아져 나와서도 집중할 수 있었다.

12월에 있을 개인전 작품들이 마음껏 

그려지지 않았다. 보여줘야한다는 부담감이

생긴후로는 자유로운 발상들이 떠오르지 않고 있다.

전철 안에서 깨달음이 말을 건다.

[ 무언가에 미친다는 건 좋은 의미로 멋진 거야]

[ 알고 있어...]

[ 누군가를 엄청 미워하면 좋은 작품이 나올까? ]

[ 그럴지도 모르지..이성을 잃지 않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상태까지 가지 않으면

그 때처럼 좋은 작품은 안 나올거야,

자꾸만 나약해져가는 나를 보면서 

내면에 숨겨진 울분, 응어리를 표현하다보니까

결과가 좋았던 거라 생각해..]

[ 당신,,정말 힘들었나보구나,,,]

마치,,이제서야 날 이해하는 듯한 말투였다. 

[ 역시 창작활동 하는 사람들은 참 대단해...

나약함을 감추기 위해서 몰두하는 모습도,,

자신의 감정을 표출하는 방식도 다양하고,,,,]

[ 힘들어도 재밌기는 하지....]

예술은 한편으론 정신적인 즐거움을 가르쳐준다.

인간은 나약하지만 그래도 

한없이 강한 게 또한 인간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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