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신랑(깨달음)

부부가 아프지 말아야 할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16. 4. 25.
728x90
728x170

올 초 우리는 종합건강검진을 했었다.

그 무엇보다 건강이 최우선이니

서로를 위해서라도 매해 검진을 하자고 약속을 했었다.

그 검진 결과가 2월 말에 나왔고,

서로 재검진이 필요한 항목들은 예약을 끝낸 상태였다.

우린 병원까지 택시를 타고 들어가다가

입구에서 내려 말없이 걸었다. 

지난달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었을 때

왔었는데 오늘은 푸르디 푸른 새잎들이

무성하게 자라고 있었다.


 

 점심 시간인데도 환자들은 너무도 많았다.

오늘 이렇게 병원에 같이 온 이유는

깨달음의 오른쪽 신장에 결석이 발견되었고

내시경수술을 해야하는지 다시 한 번 재검사를 하기 위해서였다.

결석이 1,5센치 이상이면 수술을 해야하며

 5일간의 입원이 필요할 거라했었다.

그래서 재검사 결과에 따라 수술의 유무가 

확정되기 때문에 나와 같이 온 것이다. 

병원에 오기 전까지 자기는 아무런 증상을 못느꼈다고

오진 아니냐고 까불거렸던 깨달음이

자기 번호가 가까이 다가오자

  갑자기 아파오는 것 같다며 오버스럽게

아랫배를 잡고 연기를 했다.

[ ............................ ]

난 그걸 보고도 그냥 모른척 들고 있던

자료로 눈을 돌렸다.

 

 

진찰을 마치고, 결과를 듣기 위해 원장실에 같이 들어갔다.

담석의 위치와 사이즈를 보여주셨고

결과적으로는 지금 당장 수술은 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소견이였다. 담석 사이즈가 1센치 미만인 것과

본인이 전혀 자각증상 없이

일상생활에 불편함이 없다고 하니

굳이 수술을 하지 않아도 될 것 같은데

담석이 커지게 되면 수술은 피할 수 없다고 하셨다.

 어느 환자분들은 클 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하시는 분들도 꽤 계시는데

그것은 어디까지나 환자의 선택에 맡긴다고 하시며

의사 선생님이 깨달음 얼굴을 쳐다봤다.

깨달음은 수술방식에 관해 물었고

왜 입원이 5일이나 필요한지도 물었다.

설명을 다 듣고 나서 내린 결론은

 지금은 아무런 증상이 없으니 그냥 다음에

커졌을 때 하겠다고 했다.

 

그렇게 진찰실을 나와 쇼파 앉아서 정산처리를 기다리고 있는데

깨달음이 또 뭔가를 파일에서 꺼내 보여줬다. 

수요일은 대장내시경검사를 해야한다고,,,

검사 이틀 전, 가능한 식사내용물들이

환자용 식단처럼 꽤 상세히 적혀있었다.

흰밥, 흰죽, 식빵도 테두리 없이 버터류도 바르면 안 되고,

우동은 파를 넣지 않은 걸로,,

된장국은 오직 두부만 들어가야하고

다른 스프계열도 건더기 없이 간은 약해야하고,,

 

집으로 돌아오는 길 마트에 잠깐 들렀는데

내일부터는 식단조절해야한다며

마음껏 먹을 수 있는 날은 오늘 뿐이니까

자기가 먹고 싶은 거 해달라고 했다.

뭐든지 해주겠다고 말해보라고 하자,

바로 [김밥]이란다.

김밥,,,참,,,질리지도 않은지.....

 

김밥 먹은지 한 달 넘은 것 같다며 오늘 질리게

먹어둬야 내일과 모레를 잘 버틸 수 있을 것 같단다.

알겠다고 김밥 재료들을 바구니에 넣고 있는데

 국물은 얼큰한 육개장이면 좋겠고 나물도 좀 무쳐달란다.

[ .......................]

이왕이면 오리지널 한국식으로 먹어야 될 것 같다고해서

차려 준 김밥 밥상...

김밥 하나 입에 넣고, 동치미를 같이 먹으면

입안에서 환상적인 조화를 이룬다며

아주 만족스러운 얼굴로 열심히 먹는 깨달음..

아무튼, 담석이 커지면 수술은 불가피하다고 했으니

항상 염두해 두라고, 어쩌면 식생활 개선이 필요할지 모르니

앞으로 조금씩 신경을 쓰자고 그랬더니

듣는중 마는둥 먹느라고 정신이 없었다.

신장결석의 원인이 여러가지 있지만 수분 부족에서 오는 경우가

많다고하니 땀을 많이 흘리는 당신은 충분한 수분섭취가

필요하고 소변과 같이 흘려보내려면

앞으로는 물을 지금의 2배 정도는 마셔야할 거라고 

잔소리아닌 잔소리를 했다.

그리고 선생님이 특히, 배, 수박, 호박처럼 수분이 많은 과일을

 많이 먹어야 한다고 하지 않았냐고 되묻자

동치미 국물을 한 숨에 들이키고는 국물만 한 그릇 더 달라며

그릇을 내밀었다.

[ .......................... ]

그렇게 동치미 국물도 한 그릇 더 마시고

 평소 때보다 김밥도 한 줄을 더 먹고 나서야 젓가락을 놓았다.

아프면 결과적으로 당신만 힘드니까

서로 각자의 건강은 잘 챙기자고 그러자

김밥 먹으면서 자기도 생각했다고

이렇게 맛있는 음식을 계속해서 먹으려면

정말 몸관리를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단다.

그러니 앞으로는 운동도 더 열심히 하고

물도 많이 마실거니까 걱정말라며

무엇보다 아내를 위해서라도 아프면 안 되겠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단다. 자기가 아프면 나 혼자서

 타국에서 남편 뒷바라지 해야되니까

그런 상황을 절대로 만들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쓰겠다며

[김밥] 너무 맛있었다고 갑자기 일어서더니

[ 고맙습니다. 잘 먹었습니다 ]라고 배꼽 인사를 했다.

그래,,,남아 있는 상대를 위해서도

부부는 아파선 안 될 것 같다.

나도,,그리고 깨달음도,,,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