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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부부 일은 부부 둘만이 알고 있다

by 일본의 케이 2018.12.20

퇴근 길에 함께 식사를 하러 가는데

연말이여서 예약손님들로 가득했다. 

간단히 건배를 하고 얼마남지 않은 올해와 1월달

 스케쥴을 다시 한번 확인했다  

샷포로와 나고야 출장도 잡혀있고 시댁도 가야한다.

2018년에 우리 부부에게 무슨 일이 있었지? ]

내 대답을 기다리며 멀뚱멀뚱 쳐다보는 깨달음..

[ 특별한 일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한데..

큰 일은 없었지....] 

[ 제주에서 한달 살아본 거 말고는 없었네..근데 

시간이 진짜 빨리 간다..우리가 늙긴 늙었나 봐..]

 세월 가는 속도가 자기 나이대로 가는 거여서

40대는 40키로, 50대는 50키로로 달린다고

했더니 처음 듣는 말이라며 아주 적절한 표현이란다.

 우린 서로 내년 계획과 소원같은 걸 말했던 것 같다.

[ 아,,우리 고객 우에다상이라고 알지? ]

[ 응,,파칭코 하신다는 분? ]

[  아내분이랑 이혼하려나 봐 ]

우에다상은 재일동포로 아내는 한국분이라는

얘길 들은 기억이 있다.

언젠가 자리를 한 번 마련하고 싶다는

우에다상의 제의가 있었지만 내가 거절했다.

굳이 만나야할 이유가 없었기 때문이다. 

둘다 50대 후반인 걸로 알고 있는데 원래 

우에다상이 놀기?를 좋아하시는 분이였다고 한다.

아내분이 몸이 아파 한국에서 큰수술도 하고

그러면서 집을 비우게 됐는데 새 여자를

 만든 것 같다고 거래처의 사장이

깨달음에게 얘길 해주더란다.

남자들도 참 입이 싸다는 생각을 문뜩 들었다.

[ 자식은 없어? ]

[ 20살 딸이 있는데..아빠가 키우겠지.

엄마가 아프니까..]

[ 어디가 아픈데? ]

[ 몰라,암은 아닌 것 같은데.그냥 안 좋았나 봐]

아내가 병들어 있는데 다른 여자를 만든다는

막장 드라마에서나 나올만한 얘기가

 내 주위에 가깝게 있다는 게 

썩 유쾌하진 않았다.


[ 근데 그 아내분이 한국에도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가족들하고도 거의 연락을 안 하는 상태여서

갈 때도 없고 그런 가 봐.일본에 친구도

특별히 없고,,..]

 [그 동안 그 여자분은 일본에 살면서 뭐 했는데? ]

[ 파칭코 일을 도왔다더라구..] 

괜한 한숨이 나왔다...

50대 중반이면 나보다 많은데 특별한 직업없이

모아둔 돈도 없고 몸은 병약해져 있고,,

남편은 딴 여자를 만나고,,,답이 없어서

 그냥 깨달음 얘길 듣고만 있다가 물었다.

[ 당신이 그 남자라면 어떻게 할 거야? ]

[ 나는 바람 안 피잖아,,]

[ 아니,아픈 아내, 한국에 돌아가도 갈 곳이

없는 아내를 어떻게 할 거냐고? ]

[ 무조건 용서를 빌어야지..이혼하지 말고,

아내를 돌보는 게 도리이지..,]

혹, 그 우에다상을 만나게 되면 새여친에게도

 위자료 청구해서 거지꼴을 만들기 전에 

정신차리고 두둑히 위자료 줄 능력도 없고 

두명의 여자를 거느릴 재력도 없는 주제에

 여러 여자 아프게 하지 말라고

 등짝은 한대 때려주라고 했다.

내 눈빛과 말투가 억세서인지 무섭다며

다른 얘기 하자고 화제를 돌리려고 했다.


아니 말 나온 김에 내가 아프게 되면 나도 

한국에 가서 치료를 하던, 요양을 할 생각인데

 당신은 어떻게 지낼 거냐고 물었다.

[ 나는 일본에서 열심히 돈을 벌지..]

[ 아내는 한국에 혼자 두고 ? ]

내 질문이 이상한 방향으로 흘러갈 것 같은

느낌이 들었는지 괜히 우에다상 얘기를

꺼냈다며 자기는 혹 내가 시간이 되면

 그 아내분을 만나서 위로나 어드바이스 같은 걸 

해줬으면 했고 고향이 나와 같은 전라도라고

들어서 더 얘기가 통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에 

말을 한 것 뿐이란다.

내 위로가 무슨 소용이고 어드바이스가 귀에

들어올 상황도 아닐 것이다.

부부 문제는 부부만이 아는 일이기에 제 3자는

그냥 지켜볼 뿐 그 어떤 선택도 그들의 몫이다.

깨달음이 술잔을 채우며 내 눈치를 살폈다.

그렇지 않아도 요즘에 내 메일에는

 일본인 남편 사이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털어 놓고 가시는 분들이 부쩍 많아졌다.

엊그제 만난 후배도 그랬고 오늘 우에다상 

얘기까지 결코 밝은 얘기들이 없다.

그래서도 내가 민감하게 반응했는지 모르겠다.


산다면 얼마나 산다고 그냥 적당히 하고

살면 되는데라고 생각되다가도 적정선을

 넘어서는 사람들의 행위들을 듣고 있자면

한심스럽기도하고 답답하다.

싫은 사람 붙잡아서 될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상대가 원하는대로 그냥 놔 둘 수도 없는 일이다.

결혼생활 자체가 끝없이 노력해야하고

노력함에도 불구하고 뒷통수를 맞는 경우가 

있으니 어떤게 정답이라는 결론도 낼 수 없다.

세상 부부들 사이에는 드라마 소재나 

가십거리로 입에 올려지는 일들이

비일비재로 일어나고 있는 것 같다. 

별스럽고 희안하고 추한 사건들이 실제로 

우리곁에 가까이 공생하는 것 같다는 느낌이다.

보통으로 사는 것, 평범하게 사는 게 

말은 쉽지만 그리 쉬운 일도 아닌가 보다.

우에다상의 아내는 지금 어떤 심경일까..

우에다상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본인은 

본인대로 할 말이 있고 입장이 있을 것이다.

아내의 빈자리에서 오는 외로움과 불편함,

 치료비부담에 관한 불만 등등,,

말없이 술잔을 기울리는 나에게 깨달음이 

넌즈시 그냥 얘기만 들어주는 것도

 위로가 될 것 같으니 한번 만나 보란다.

부부 일은 부부 둘만이 아는 것이기에

나를 만나도 전혀 도움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지만 그래도 만나고 싶어 하신다면 

만나야 될 것 같다.

무슨 말을 해야할까.그냥 듣자, 들어드리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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