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른시간이여서인지 아무도 없았다.
이어폰에선 영화음악들이 흘러 나오고
너무 느리지도 않게, 너무 빠르지 않게 발걸음을 옮겼다.
몇 바뀌를 돌았는지는 모르겠다..20바퀴...
운동, 사우나, 모두 금지라는 주치의의 경고를 무시하고
오늘은 그냥 뛰고 싶었다.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탬포에 맞춰 걷다보면
모든 상념들이 정지되는듯해서 난 기분이 좋아진다.
한참을 걷다 물을 한모금 마시러 자리에 앉았다.
늘 알몸으로 사우나에서 마주쳤던 아줌마가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나를 향해 고개를 까딱 숙여 인사를 하셨다.
올해도 벌써 이렇게 지나가고 있다.
올 해 난, 침묵하는 습관을 갖기 위해 노력했다.
불쑥 튀어나올뻔한 말들을 한 번씩 참고
머릿속으로 정리해 가장 심플하면서도
상대에게 전달되기 쉬운 단어들을 찾았다.
침묵이 주는 지혜로
말의 의미가 영글어질 때까지
잠깐 멈추는 그 찰라같은 시간들을 귀하게 사용하려고 했다.
입에 말이 적으면 어리석음이 지혜로 바뀐다는 경전을
되새겨서 좀 더 지혜로운 어른으로,
지혜로운 인간으로 성숙해 가고 싶어
하고 싶은 말이 많으면 많을 수록 더 참고
삼키는 연습을 계속하고 있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가슴에 쌓여만가는 응어리로 명치가 아파오면
한숨으로 세어나오기는 하지만 그래도 참았다.
그냥 참고,,침묵하며 내 말이, 내 마음이 성숙해가는
시간을 만들어가려고 노력하고 있다.
하지만, 인간관계라는 게 말하지 않아서 모르는 것들,,
말을 해도 오해를 불러 일으키는 것들,,,
생각보다 많은 불합리적 현실에 자주 부딪힌다.
내 말이, 내 의도와 다르게 듣는이의 사고로
풀어져 가고 있어 그것들을 설명하고 이해시키기엔
생각보다 너무나도 많은 말들이 필요했다.
말하지 않아도 알 거라 생각했던 상대도
전혀 다르게 받아들이는 경우가 있고
한마디 했을 뿐인데도
미리 앞서 내 속을 꿰뚫어 보는 사람도 있다.
그래도 어설픈 말보다는 침묵이 낫다는 위로를 하며
삼키기 어려운 상황들을 삼켜보려고
가슴 쓸어내리기를 자주하고 있다.
쉬운듯 하면서도 제일 어려운게 인간관계인 것 같다.
상대를 알고, 나를 알아가기 위해
그리 많은 시간은 필요치 않는다.
그 사람의 말, 말투, 표현방식, 자주쓰는 단어들,,,
그것만으로도 그 상대를 읽을 수 있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침묵을 소중히 여길 줄 아는 사람에겐 신뢰가 간다.
초면이든 구면이든 말이 많은 사람한테는
신뢰가 가지 않는 법이다.
사실 인간과 인간의 만남에서 말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꼭 필요한 말만 할 수 있어야 한다.
안으로 말이 여물도록 인내하지 못하기 때문에
밖으로 쏟아 내고 마는 것이다.
그렇게 쏟아 내버리는 말들이 되지 않도록
조심하고 또 조심하는 습관을 1년이 다 되어가도록
노력하고 있는데 눈 앞에 보이는 당사자를 두고
침묵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다.
사회생활을 하다보면
꼭 찝어 얘기를 해야만이 알아 듣는
사람들이 있음은 분명하지만
위대한 침묵, 침묵의 지혜처럼
오늘은 어제 사용한 말의 결실이며
내일은 오늘 사용한 말의 열매이기에
난 또 침묵으로 말하고 있다.
말의 의미가 안에서 여물도록......
침묵의 여과기에서 걸러 받을 수 있도록....
혀를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마음을 다스릴 수 있고
마음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행동을 다스릴 수 있고
행동을 다스릴 수 있는 사람은 스스로를 다스릴 수 있다는
[바바하리다스]의 말씀을 오늘도 되뇌어 보며
다시 트랙을 돌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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