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시부모님이 매일 전화를 하신다..

by 일본의 케이 2020. 4. 16.

[ 아버지.. 오늘도 무슨 일 있었어? ]

[ 아니, 케이짱이 보내준 과자가 도착해서

전화했다. 케이짱한테 고맙다고 대신

전해주거라 ]

[ 응, 알았어 ]

[ 코로나 때문에 회사도 힘들지? ]

[ 응, 어제도 얘기했잖아, 직원들은 다

집에서 근무한다고,,]

[ 너도 외출을 안 해야하지 않냐? ]

[ 그런데,,저번에도 말했듯이 나는 3일에

하루정도는 가 봐야돼. 아버지.

 과자는 한꺼번에 다 드시지 말고

 엄마랑 나눠 드셔, 알았지? ]

[ 응, 알았다.조심하고,,언제 보러 올 수 있겠냐? ]

[ 아버지,,면회가 안 된다니깐, 코로나 때문에

 면회사절이라고 했잖아,,]

깨달음 말투에 성의가 전혀 묻어있지 않은 것

같아서 내가 듣고 있다가 눈치를 줬다.


아버님이 매일 전화를 하신다.

먼저,우리가 일주일에 두번씩 보내드리는 과일,

 과자등 소포를 잘 받았다는 알림을 

위함이고 다음으로는 자식의 목소리가 

듣고 싶은 것과 언제쯤 당신네들을 만나러

 올 수 있는지 확인하고 싶어서 하신다.

결혼을 하고 8년이 지나는 동안 

우리 시부모님들은 늘 자식들이 먼저였고

자식들에게 폐를 끼치지 않으려고 애를 쓰셨다.

내가 결혼을 하고 처음으로 시어머니 생신을

 축하드리고 위해 시골에 내려가

함께 식사를 할 때, 어머님이 내게 

인간관계라는 게 난로 같아서 

너무 가까워도 그렇다고 너무 멀어도 

 좋지 않으니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좋다고

며느리와 시어머니 관계도 그렇게

적당한 거리를 두는 게

서로에게 좋다고 하셨다.


또한, 서로에게 원하는 마음을 갖지 않으면

서운함도 생기지 않는다고 너무 잘하려고

 하면 서로가 눈치를 보게 되니까 

절대로 뭔가를 하려고 하지 마라 하셨다.

그리고 내가 외국인 며느리라는 입장을

늘 먼저 생각해주시면서 당신들은 

둘이 있어 괜찮으니 혼자 계신 친정엄마께 

잘하라고 되도록이면 자주 한국에 

가는게 효도라고 하셨다.


그 후로도 시부모님 생신이나 어버이날 선물을 

보내드리면 미안하니까 보내지말라며 

깨달음에게 선물값을 돌려주려고 하셨다.

시댁에 가면 도쿄에서 시골까지 오느라

시간과 돈(교통비, 숙박비) 들게해서

 미안하다는 말씀을 하셨다.

제발 미안하다는 말씀은 하지 마시라고 

자식으로서 당연히 하는 것이고 

미안해하실만큼 우리들이 한 게 

없다고 해도 당신들이 오래 살아서

 자식들이 이렇게 찾아오게 만든 것 같아서

죄스럽다는 말씀을 하셨다.

갈 때마다 아주 소액이지만 용돈을 드리면

절대로 받아선 안 된다고 다시 돌려 주셨다.


그런데 올 해에 들어 두 분이 조금씩 변해가셨다.

깨달음에게 전화해서 뭐가 먹고 싶다고 하시고

뭐가 필요하다는 사달라고 하시고

 용돈을 좀 줄 수 있는지 묻기도 하셨다.

우리가 갈 때마다, 그리고 소포를 보낼 때도

함께 2배이상 보내고 있는데

 부족하셨던 모양이였다.


[ 아버지가 집에 있을 때는 용돈 드리면 

필요없다고 안 받아놓고 왜 요양원에

들어와서는 돈을 달라고 그러는 걸까? 

1층 휴게실에서 음료수 빼먹는 것밖에

없다고 그랬는데 돈을 어디에 쓰지...]

혼자말도 아닌, 질문도 아닌 톤으로 

내가 들었으면 하는듯 말을 하길래

그냥 궁금해하지 말고 드리자고 그랬더니

아무리 생각해도 밖에 나가지도 못하고

 요양원 안에만 있는데 어디에 돈을 쓰는지

몹시도 궁금하다는 깨달음..

 용돈이야 드리면 되지만 요즘 우리들을

제일 난처하게 만드는 것은 언제 올 수

 있는지를 확인하시는 거다.


코로나19때문에 면회가 안 된다는 걸 아시면서도

그래도 우리들이 왔으면 하시는 마음이

커서인지 매일 물으신다. 

아이처럼 떼를 쓰는 건 아니지만 아이가

마냥 부모를 기다리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이 편치 않다.

난 결혼을 하고 큰며느리라는 입장이였지만

한번도 시부모님에게 불편함을 느껴보지 못했다. 

그래서인지 시댁이라는 문턱을 어렵게 생각하지

않아서 시댁에 대한 거부감이 전혀 없다.

그만큼 나를 편하게 해주셨던 우리 시부모님..

늘 감사하고 미안하다는 말을 입버릇처럼

하셨던 분들이 이젠 아이처럼 변하셔서

조르기도 하시고, 짜증도 내신다.

요양원 생활을 하신지 벌써 3년이 넘어가면서

두 분 모두 자력으로 걷는 게 힘들어져

  휠체어를 의지하게 되었다. 

얼마나 그리우면 그러실까,,

얼마나 외로우면 그러실까,,

얼마나 힘들면 그러실까...

얼마나 답답하시면 그러실까..

 아이처럼 변해버린 시부모님을 

생각하면 명치끝이 아파온다.

댓글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