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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여러 유형의 일본인이 있다.

by 일본의 케이 2020. 1. 17.

미도리 상은 내 주변의 일본인들과는

 많이 다르다. 간단히 말하자면

자기가 필요할 때만 사람을 찾는 스타일이다.

어느날은 밤 11시가 넘어 전화를 해서는

 한국 드라마를 보다가 궁금한 단어가 

생겼다며 헤어질 때 안녕, 잘가가 아닌

[ 들어 가 ]라고 하는데 그 뜻은 무어냐고

묻기도 하고. 또 어느날은 한국요리를 너무

 좋아하는 친구가 있는데 그 친구에게

먹이고 싶으니 김밥을 싸줄 수 있냐고

그것도 다음날 만들어 줄 수 있냐는

부탁을 하기도 했다.

또 어느날은 친구들이 김치 만드는 법을

알고 싶어한다며 3명정도

우리집에 데리고 와도 되겠냐고도 했다. 


내가 한국에 잠시 들어가는 날이면

자신이 필요한 화장품, 그것도 한정판이여서

 특정 매장에 가지 않으면 없는 것을 

구해달라고 하기도 하고 과자와 라면을 

사다 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상대의 스케쥴이나 사정은 묻지 않고

자신이 하고 싶은 것을 우선적으로 하는

좀처럼 보기 힘든 일본인 유형이다. 


그런 그녀와 적당히 거리를 두며 관계를

 유지하고 있는데 어제는 근 1년만에

 느닷없이 잘 있냐며 연락이 와서는

한국에 가지 않겠냐고 요즘 너무 싼데

같이 갈 수 있으면 좋겠다고 라인이 왔다.

내가 일하는 중이여서 대답을 할 수 없어

다음에 식사 한 번 하자고 마무리를 지려는데

전화가 걸려왔고 이번에 홍대에서

꼭 사고 싶은 옷이 있는데 같이 가 줄 수 있냐고

했고 나는 함께 가지 못해 미안하다는

말로 통화를 끝냈다.


또 이런 유형의 일본인도 있다. 

하루미 상은 대학원 동기의 모임에서 잠깐

봤던 사이인데 어느날 자기 회사 동료들과

식사를 하자는 연락을 해와서

 처음엔 정중히 거부를 했었다.

대학원 동기를 통해 알긴 했지만

하루미 상에 대해 많이 모르는데

그것도 회사 동료들과 만나야할 이유가

내겐 없었다. 

그렇게 한달정도 지난 어느날,

대학원 동기와 함께 술 한잔 하는 자리에

하루미 상이 자기 친구를 데리고 왔었다.

기분 좋게 술을 마시고 있는데 갑자기

하루미 상의 친구라는 분이 앙케이트 조사를 

하고 싶다며 일본에 거주중인 한국, 

중국 여성을 상대로 일본어 습득에 있어서

공부패턴과 생활습관에 관한 연구조사를

 하는데 앙케이트 응해달라고 했다.


그 자리에서 난 불쾌한 기분을 그대로 쏟아냈다.

5년이 넘게 수많은 앙케이트 조사를 하고

 논문을 썼던 한 사람으로서 이렇게 

술자석에 미리 아무런 통보도 없이 하는

 앙케이트는 응할 수도 없고, 

기본적으로 연구자로서 앙케이트를 

이런식으로 하는 자체가 그 논문에 대한

실례이고 무엇보다 

답변자에도 엄청난 무례라고,

이렇게 얻은 데이터가 논문에 도움이 될 것

같냐며 훈계를 하고 말았다.

그 분(대학원 석사과정중)은 하루미 상이

 사전에 말을 해 뒀다고 해서 따라왔던

 거라며 미안하다고 내게 사과를 했고

 같이 술을 마시던 내 대학원동기가

 하루미 상에게 자기에게 상의없이

니 멋대로 하는 버릇을 고치라며 쏘아붙혔다.

그녀들이 자리를 뜨자, 동기가 어릴적부터

친구여서 만나고는 있지만 거짓말을 밥먹듯이

하는 친구여서 주변에 민폐를 

많이 끼치고 있다고 했다.

 하루미 상을 처음 봤을 때부터 별로였던

 예리한 내 촉에 감사한 날이였다. 

 


어느 모임에서 알게 된 60대인 오타니 상은

 늘 최고급 명품백을 들고 다닌다.

그녀는 우리를 만나면 자신의 남편회사가

 지금 어떻게 돌아가고 있으며 자신이 살고 있는

맨션에 연예인 누가 이사를 왔고

최근에 갔던 해외여행에서 들렀던 명품매장과

그곳에서 각국의 친구를 사귀였다며

자신의 얘기를 털어놓는다.하지만, 

어느 누구도 오타니 상의 일상과 주변을 궁금해

하지 않는다는 걸 모르고 있고

그 누구도 그녀가 자랑하는 명품들에

 부러움이 아닌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걸

눈치채지 못하고 있다.

있어도 없는 척, 알아도 모르는 척, 봐도 못본척,

하는 일본인적 성향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였다.

그렇게 자신을 들여내지 않아도 될 것을,

 왜 그런식으로밖에 자신을 어필하지 못하는지,

좀처럼 보기 힘든 중년의 일본인 아줌마를 

 접하고는 많이 놀랐던 기억이 있다.


마지막으로 협회에서 알게 된 무라카미 상은

상대를 배려하는 마음이 너무 많아서

 모든 일을 결정하는 데 판단력이 느려 

결정장애 의심을 받을 정도이며, 행동하는데도

주저하고 주춤거려 조직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어디를 가든, 무엇을 먹든, 무엇을 가르치든 

자신의 생각보다는 상대에게 맞춰가며 살아

와서인지 주관적이지 못해 주변사람들에게

그저 착한사람으로만 통하고 있다.

 그녀의 입버릇은 고멘나사이(미안해요)인데

정작 큰 잘못을 했을 때는 본인도 어떻게 

사죄를 해야할지 몰라 안절부절한다.


아주 작은 일에도 감사함을 표현하고 

아주 작은 실수에도 사과하는 것이

 일본 사회에서 당연시화 되어 있지만

 내 주관을 거의 보이지 않고 상대에게 맞춰가며

사회생활에 임하게 되면 오히려 상대에게

생각이 없는, 무능한 사람으로 비춰지는데

지나친 배려와 눈치보기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무라카미 상은 어떻게 생각하냐고 물으면

자기는 아무렇지도 않으니 편한대로 하라고,

그냥 따르겠다고 한다.

왜 자기 생각을 말하지 못하냐고 내가

다그친 적이 있었는데 그녀가 하는 말이

어떤 이유로든 사람들과 의견충돌로 

부딪히는 게 싫어서라고 했다. 


이곳에서 20년 가까이 살다보면 참 여러유형의 

사람들을 만난다. 비단 이곳이 일본이여서

 특별한 게 아닌 한국에도 그리고 전 세계

 어디에도 이런 유형의 사람들은 존재한다.

우리가 흔히들 알고 있고, 고정화 된 

일본인에 대한 이미지와 사뭇 다른 유형들이

주변에 복병처럼 자리하고 있다.

단지, 그녀들의 성격이라고 단정짓기에는

생각할 부분들이 많다. 

감정이 없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감정대로만 살고, 자기 감정을 통제하지

 못하면 눈총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사람마다 같은 성품을 가질 수도 없다.

지나치게 모자라지 않고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으며 지나치게 

자신의 감정을 표현해서 실수하지 않고,

너무 표현하지 않아 마음의 병을 만들지 

않도록 균형을 잡으며 살아야한다.

해외생활이여서 힘든 게 아닌, 여러유형의

인간형태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때론 

무시해가면서 그들과 지내는 게 쉬운듯 

하면서도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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