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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그래서 집밥이 좋다

by 일본의 케이 2019. 8. 4.

 점심시간이 지났는데도 가게 안은

손님들이 많았다. 35도를 넘는 더위에

 온 몸이 녹아버릴 것 같은 살인더위를 뚫고

 찾아간 곳은 깨달음의 퇴원 축하를 위한,

 그리고 먹고 싶어했던 감자탕을 먹기 위해서다.

[ 여기가 당신이 오고 싶어 했던 곳이야? ]

[ 응, 여기가 재일교포 여자모델(안 미카)

 절찬을 했던 곳이야, 아주 옛날에 20년전엔가

 한번 왔던 기억이 있는데 그 뒤로 잊고 있었거든.

 근데 지난주에 테레비에서그 모델이 나와서 자기 

인생에서 제일 맛있다고 말할 수 있다고하는데

다시 와 보고 싶었어 ] 

난 솔직히 가게 입구에서부터 하고 싶은 말이 

많았지만 냥 깨달음 원하는대로 해주기 위해

입을 다물었다.


[ 깨달음, 퇴원을 축하해 ]

먼저 막걸리로 건배를 하고 골뱅이무침과 

감자탕을 주문했다.

[ 메뉴가 진짜 많아, 거의 다 있어 ]

[ 깨달음, 다른 거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시켜 ]

[ 골뱅이를 일단 먹어 보고 주문할래 ]

말은 그렇게 하면서도 뭔가 더 시키고 싶은지

메뉴를 하나씩 천천히 훓어보더니만

가격이 한국의 2배가 넘는다면서 웃는다.

좀처럼 가격 얘길 안 하는데 한국 다녀온지

얼마 되지 않아서인지 낯설다고 했다. 

[우리 종로에서 정말 맛있는 거 많이 먹었지? ]

깨달음이 먼저 종로 얘길 꺼냈다.

[ 응, 당신은 뭐가 제일 좋았어?]

[ 아침 생선구이 정식이 정말 좋았어,

돌솥밥에 생선이랑 된장찌개, 반찬도 많고,

그 외에 북엇국도 뼈해장국도 다 맛있었어 ]

깨달음은 지난번 한국에서의 시간들이

아직도 생생해서 잠시 이곳이 한국인가 싶다가도

일본어가 눈에 띄면 정신을 차린단다.


[ 골뱅이 무침 어때? ]

[ ...........맛있네...]

두번 집어먹고는 지난 6월에 이곳 코리아타운에

오픈했다는 [수미네 반찬]의 수미네에 갔을 때 

주문했던 골뱅이 무침과 어떻게 다른지 아주

 세세하게 한식 세프처럼 코맨트가 

막힘없이, 거침없이 분석을 해나갔다.

https://keijapan.tistory.com/1264

(엄마의 손맛은 다를 수밖에 없다)

[ 당신,,혀가 완전 한국사람 다 됐네,,]

[ 내 혀는 일반 일본인과는 다르지, 특히

한국음식은 내가 좀 알지... ]

[ 알았어.그래도 막걸리랑 어울리니까 먹어]

깨달음은 감자탕에 국물을 끼얹으며

 뼈에 국물이 스며들기를 기다렸다.


[ 좀 더 국물이 배이면  맛있을 거야 ]

[ 이 국물에 살을 적셔 먹으면 맛있어 ]

뼈를 잡고 발골을 하는 모습이 귀엽다.

[ 깨달음, 어때? 맛있어? ]

[ 맛있어, 맛있는데 살이 별로 없어, 지난번

한국에서 뼈해장국 먹었을 때는 살이 엄청

붙어 있었는데 ]

[ 여기 일본에서는 살이 많이 붙은 뼈를 찾기 

힘들어라구, 그래서 나도 집에서 감자탕 할때는

 등갈비라 섞어서 하잖아] 

[ 원래 이런 건가,,,,,]

한국에서 먹었던 돼지뼈 생각만 하고 있었으니 

당연 뭔가 부족한 듯한 느낌이 들었을 것이다.

뼈를 예쁘게, 그리고 깨끗히 발라 먹고

마지막으로 볶은밥을 주문했다.


[ 이게 그 안미카가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맛있다고 그랬던 거야]

[ 그래?]

남학생이 맛있게 비벼서 드디어 완성된 

볶은밥을 한술 떠 먹고는 고개를 갸우뚱 한다.

[ 왜? ]

[ 내가 생각한 볶음밥처럼

꼬들꼬들한 걸 원했는데 ]

[ 불을 계속 커놓고 수분을 날리면 돼 ]

약한 불을 켜 놓고 깨달음이 주문을 외우듯

주걱으로 돌리기를 한참 했는데 먹고 

싶어하는 한국식 볶은밥은 되지 않았다.

[ 깨달음,이건 볶은밥이 아니라 

오지야 (おじや-밥알이 그대로인 죽종류)야,,

그래서 한국식으로 안 되는 것 같애,

 일본사람들이 오지야를 좋아하잖아,

그니까 안 미카도 맛있다고 했겠지... ]

[ 나는 오지야가 아니라 볶은밥처럼 밥이 

고실고실하고 누룽지도 긁어 먹고 싶은데..] 

[ 알아,,무슨 말인지 아는데 여기서는 당신이

원하는 게 안 만들어질 것 같애,

그리고 깨달음, 여긴 한국이 아니야,, ]

그렇지 않아도 쳐진 깨달음 눈꼬리가 

맥없이 더 추욱 쳐졌다. 더 이상 설명을 해도

 상황에 변화가 없을 것 같아서 

얼른 계산을 하고 나왔다. 

(아주 개인적인 입맛에 의한 의견이니

오해없으시길 바랍니다)


가게를 나와 곳곳에 있는 한국식당 간판 

앞에 멈춰서서 메뉴들을 하나씩 읽어가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렸다.

[ 깨달음, 한국마트에서 뭐 좀 살까? ]

[ 음,,,나 참외 먹을래 ]

[ 그래 참외 사자 ]

 참외와 젓갈을 몇 가지 사서 집으로 돌아왔다.

아삭아삭한 참외를 먹으며 갑자기 고맙단다.

[ 뭐가? 아 퇴원 축하해 줘서? ]

[ 아니. 지금까지 집에서 맛있는 거 많이

만들어줘서.오늘 다시 한번 당신한테 감사함을

느꼈어, 그리고 장모님께도 감사하게 생각해 ]

지금껏 자신이 결혼을 하고 당연하게 생각하며

먹었던 한국음식들이 얼마나 맛있고 

얼마나 많은 수고가 들어간 것인지 새삼 고맙게

느껴졌다며 뭐니뭐니해도 집밥이 최고란다.


[ 콩나물 무침 하나만 있어도 고추장 넣어

비벼 먹다가 김에 싸 먹으면 완전 맛있잖아,

그걸 이제야 알았어.. 집에서 먹는게

얼마나 감사한지...여러가지 반찬 먹고

 싶다고 해서 미안해 ]

[ 미안하긴, 나도 반찬 많은 게 좋아서 했어]

그렇게 깨달음은 다시한번 집밥에 감사,  

그 집밥을 만든 이에 대한 경의를

 동시에 표했다. 자신이 먹고 싶다는

 한국요리를 별 어려움 없이 만들어 내주기

 때문에 감사함을 잊어버렸다고 한다.

[ 맛도 중요하겠지만 음식을 하는 사람의

 마음과 정성이 고스란히 들어가서 

집밥은 특별한 가 봐, 그래서 좋아 ]

확실히 집밥의 정의를 알게 된 깨달음은 

  한국에서 먹었던 모든 음식맛을

 온 몸이, 온 세포가 다 기억하고 있다며

너스레를 떨었다.

도저히 일본인 입맛이라 볼 수 없는 깨달음은

이젠 내 손맛에 익숙해져서도

 집밥이 최고라 하는 것 같다.

[ 깨달음, 내일은 떡국에 만두 좀 넣고

떡만두국 해줄까? ]

[ 응, 좋아요, 좋아요~ ] 

가끔은 한국사람보다 더 까다롭게 굴 때가 있어

귀찮았던 적도 있었지만 매 한끼, 한끼,

일주일의 반이상이 한국음식인데도 감사의 

마음으로 맛있게 먹어주는 깨달음에게

고맙다는 말을 해야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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