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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오래된 친구,,그래서 좋다.

by 일본의 케이 2017. 4. 21.


모든 검사가 끝나고 3층 레스토랑으로 옮겼다.

병원측에서 내 준 식사를 앞에 두고 

천천히 녹차를 마셨다.

벽에 걸린 벽시계는 12시를 막 넘어가고 있고

어제 저녁, 8시부터 물 한모금 먹지 못하고

아침부터 종합검진을 했다.



 갈증으로 말라가던 몸을 따끈한 녹차로

진정을 시키고 흰 죽을 입에 넣었더니

목이 아파서 삼키기가 거북했다.

매해 하는 위내시경인데 난 참 버겁다.

그래도 어젯밤 친구 미현이랑 약속했으니 

잘 먹고 건강해야한다는 생각에 

천천히 아주 천천히 식사를 하는데

미현이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았다.


[ 케이야,,나 다음주에 너 만나러 가려고,,]

[ 응? 뭔일이야? 왜 그래? 갑자기? ]

[ 그냥 니가 보고 싶어서~]

[ 음,,오는 건 괜찮은데,, 무슨 일이야? ]

[ 그냥,,갑자기 휴가가 생겨서~]

[ 아니..저번주 통화할 때 그런말 없었잖아,

느닷없이 왜 그래? 뭔 일이야? ]

[ 아니야,,정말 그냥 니가 보고 싶어서 그래

내가 티켓 알아보고 다시 카톡할게 ]

[ 응,,,]

중학교 동창 미현(가명)이였다.

지난주, 소포 잘 받았다는 통화를 할 때만해도

전혀 그런 기색이 없었는데 느닷없이

일본을 온다고 하니 적잖게 당황스러웠다.

[ 케이야,,,어느 공항으로 가야 된다고?]

[ 응,하네다,,근데 미현아~ 왜 그래? 갑자기?]

[ 너 보러 갈 거야, 보고 싶어서 그런다니깐 ]

[ 남편분은? ]

[ 혼자 갈 거야. ]

[ 아니,,,니가 오는 건 나는 좋은데 너무 

갑작스러워서 이상하다~]

[ 알았어, 하네다 공항으로 내가 알아보고 

다시 통화하자 ]

전화를 끊으면서 난 바로 알수 있었다.

항상 침착하고 이성적인 미현이가 이렇게 

조급해하는 것은 책에 실었던 내 투병생활을 

읽었음이 분명했다.


미현이는 내 중학교 동창이다.

중학 3년동안 너무너무 친하게 지냈고

고등학교는 달랐지만 계속해서 사회인이 되어서도

 참 많이 친하게 지냈다.

나보다 늘 어른스럽고, 늘 배려심이 깊었던

미현이를 우리 엄마는 친구들 중에서

 제일 좋아하셨다.

 내가 일본으로 유학을 오고 이 친구가

서울에서 직장을 옮기는 과정에서

서로 엇갈려 잠시 연락을 못했던 때가 있었다.

그런데 이 친구가 날 찾기 위해

어렴풋이 기억하는 우리집(엄마집) 아파트에 와서

201동과 202동, 두 동을 돌아다니며 

한 집, 한 집, 초인종을 눌러 확인을 하다가 

우리집을 찾았고 지금 니네 엄마집이라며

이렇게 다시 널 찾아서

다행이라고 일본으로 전화가 왔었다.

핸드폰 분실과 이사를 하면서 내 전화번호를

잃어버려 찾을길이 없이 막막했는데

마침, 고향에 내려올 일이 있어 

기억을 더듬어 우리집을 찾았다고 했다.

얼마나 고맙고, 얼마나 가슴이 찡하던지...

그 더운 한 여름날, 친구를 찾겠다고 100가구가

 넘은 곳을 일일이 찾아헤맸다니...



저녁늦게까지 몇 번의 통화를 더 했다.

휴가내서 남편분이랑 차분히 같이 오라고, 

그 동안 내가 건강하게 잘 있을거라는 

약속을 하고나서야

미현이는 조금 진정을 하는듯 했다.

나에겐 참 많은 걸 배우게 하고, 

항상 겸손함이 뭔지 가르쳐주는 친구였다.

이 친구를 포함해 내 가족들 그리고 선배, 후배들

모두에게 내가 투병한 사실을 알리지 않았다.

굳이 알릴 필요가 없었던 게

가장 명확한 이유였다.

책이 출간되고 조금 주저는 했지만

내가 살아온 일본에서의 생활을 정리한 글들이니 

괜찮을 거라 보냈는데 주위의 반응들은 

많이 놀라워했다.

이제는 많이 좋아졌고 계속해서 관리를 하는 

중이라고 설명을 하지만 다들 걱정하고

염려스러워 해주었고

미현이는 더더욱 가슴아파했다.

난 항상 미현이에게 이렇게 말한다.

날 좋아해줘서 고맙고,날 찾아줘서 고맙다고,

같은 동성이여도 좋아하는 마음이 있어야만이

지속적인 관심이 가고 챙기게 되는 건데

잊지 않고 날 위로해 주고 있다.

남녀간의 사랑은 아침 그림자와 같이 점점

작아지지만, 우정은 저녁나절의 그림자와 같이

인생의 태양이 가라앉을 때까지 계속된다는

 말처럼 진정한 친구는 늘 계속되는 것 같다.

인디언 속담에서 친구란 

내 슬픔을 등에 지고 가는 자라고 했다.

고난과 불행이 찾아올 때 비로서 친구가 

친구임을 안다고 한다.

친구의 아픔과 슬픔을 함께 나누지 못해

미안해 하는 미현에게 도리어 내가 더

미안하고 감사하다.

역시, 오래된 친구일 수록 

가장 좋은 거울이 아닌가 싶다.

더 건강해지도록 노력해야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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