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부터 초인종이 바쁘게 울리며
각종 선물들이 들어왔다.
한 해를 마무리하면서 평소 신세를 진
분들에게 감사의 마음을 담아 보내는
오세보( お歳暮 연말 선물)를 받다 보니
한 해가 저물어 가고 있음이 실감 났다.
깨달음도 회사로 도착한 선물들을 직원들과
나누고 인기가 없는 것들을 집으로 가져왔다.
난 과일이나 생선이 좋은데 올 해는
유난히 달달한 과자류
스위츠(sweets)가 많았다.
[ 근데,, 깨달음,, 이 파운드 케이크랑
버터 샌드는 직원들이 싫대?
그 여직원이 좋아하지 않았어? ]
[ 그 얘도 좋아하는데 나도
좋아하니까 내가 가져왔어 ]
[ 아,, 그래.. ]
[ 이 연어는 우리 와이프가 좋아하니까
가져갈 거라 말하고 가져온 거야 ]
[ 그래.. 고마워..]
나는 습관처럼 버터 샌드를 하나 꺼내 들고
칼로리양을 체크하면서 밥 반공기가 넘는
고칼로리라고 일부러 깨달음이 듣게
얘길 했는데 예전이나 지금이나 전혀
신경 쓰지 않고 자기 방으로 가져갔다.
두 달 전부터 체중이 줄지 않는다며
체중계에 올라갈 때마다 간헐적 단식을
더 빡세게 해야 될 것 같다고
중얼거리면서도 이런 주전부리를
끊을 생각은 아예 없는 듯 보였다.
내가 저녁을 준비하는데 또 초인종이 울렸고
후배가 보낸 국제소포가 도착했다.
깨달음이 자기 선물이 들어있는 거냐고
물었다
[ 응 , 당신이 갖고 싶어 한 그 비누야 ]
[ 그래? ]
작년, 가을 무렵 후배가 천연재료로 만든
샴푸와 린스, 목욕비누를 보내주었는데
그게 깨달음 피부에 너무 잘 맞았는지
또 구할 수 없냐고 했었다.
한정판매다보니 쉽게 구매할 수 없어
후배가 기다리고 기다려 보내준 것이다.
원래 깨달음은 피부가 약해 천연비누만
써 왔기 때문에 이런 오가닉 세제를
좋아하는 게 당연한데 지금까지
써 본 것 중에 단연 톱이라고 했었다.
[ 이거 다 내 것이지? ]
[ 응, 당신 다 써 ]
[ 이거 향도 진짜 좋다 ]
[ 알았어 , 그니까 다 써 ]
우리는 저녁을 먹으며 한국에 보낼
연말 선물은 뭐가 좋은지 그런 얘길 했다.
형부가 좋아하는 니혼슈(日本酒),
엄마가 좋아하는 과일들은 국제우편으로
절대 보낼 수 없는 것들이어서 우리가
보내고 싶은 것과 보낼 수 없는 것으로
구분해서 선물을 골라야 한다.
깨달음은 엄마를 포함, 자매들 모두가
요리를 좋아하니까 일본 조미료세트
같은 게 좋지 않겠냐고 했다.
된장, 간장, 쯔유, 참기름, 소금 같은 걸
골라서 세트로 만들어 보내드리면
일본의 양념 맛도 다양하게 보시고 여러 요리에
써 보면 멋진 퓨전 레시피가 나오지
않겠냐며 좋을 것 같단다.
내가 대답 없이 생각 중이었더니
드레싱 세트 같은 것도 있으니까
섞어서 보내드리는 방법도 있다고 했다.
[ 그것도 괜찮네 ]
우린 항상 요리를 할 때 자주 쓰는
다시마를 보내드렸는데 그 맥락에서 보면
깨달음 아이디어가 좋은 것 같았다.
우린 내일 퇴근길에 백화점에서 만나기로 하고
저녁상을 치우고 각자 방으로 들어갔다.
연말이 왔다. 올 해를 마무리할 준비를
슬슬 시작해야 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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