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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일본은..

히키코모리 자식을 둔 일본 엄마의 눈물

by 일본의 케이 2018.03.02

그녀는 내가 오기 전부터 울고 있었던 것 같았다.

뭘 마실 거냐고 물었더니 커피는 한 잔 했으니

다른 걸 마시겠다고 했다.

[ 많이 기다렸어요? 왜 우셨어요? ]

아무 대답이 없다.

그녀는 내가 임상미술치료를 할 때 알게 된 

50대 후반의 노무라상이다. 

내 수업에 빠짐없이 참석을 했었고 

항상 밝은 모습이였던 그녀가 내게 상담을 

하고 싶다고 조심스레 물었다.

자신의 일이 아닌 아들 문제로...

고교를 졸업하고 바로 결혼을 한 그녀는

슬하에 아들 둘을 두었고 올해 38살이 되는

 큰아들이 있는데 대학을 졸업하던 24살 때

바로 직장을 잡아 6개월정도 다니다 어느날부터

 직장도 그만두고 집에만 틀어박힌지

15년이 되어간다고 했다.

내게 상담을 원했던 것은 미술치료 같은 것을

개인적으로 해 줄수 있는지라는 것이였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가슴 속에 자리잡고 있는

무거운 응어리를 함께 풀고 싶다고 했다.

굳이 나에게 얘기를 하고 싶었던 이유는 

할머니가 한국인이였고 자신에게도 한국인의

피가 흐르고 있어서인지 내게 말하기가

웬지 편하게 느껴졌다고 했다.


히키코모리란 은둔형 외톨이로 직장이나 학교에 

가지 않고 가족 외 다른 사람과 교류도

 거의 하지 않은 채 6개월 이상 자택에 

틀어박혀 있는 상태의 사람을 일컫는다.

일본 내각부 통계를 보면 지난 2015년 12월 

기준으로 일본의 15~39세 남녀 가운데 

집에서만 생활하는 히키코모리가 무려 

54만 1,000여명에 이르렀다.

특히, 최근엔 히키코모리 생활이 장기화 되면서

40대 이상 중장년층에서도 경제활동을 

전혀 하지 않은 인구가 점차 늘어가고 있다.

민간단체인 전국 히키코모리 가족회 연합회 조사에

따르면 40세 이상의 히키코모리가 6만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 단체의 자체 조사(2016-2017년)에서 

히키코모리의 평균 연령은 33.5세로, 

10년새 4세 높아졌고 가족의 평균 

연령은 64.1세로 최고치를 기록 했다.


[ 식사는 가족분들과 같이 하시나요? ]

[ 처음 1년정도는 같이 했는데 그 뒤로는

아예 나오질 않아서,,내가 일 나가고 

아무도 없을 때 혼자 먹는 것 같더라구요 ]

[ 무슨, 불만이라던가 요구사항 같은 것은

없었어요? ]

[ 한번도 없었어요,,차라리 화도 내고 뭔가

불만을 털어놓는다면 조금이나마 아들의 상황을

알텐데..전혀 대화도 없고,,말을 걸어도 

응, 아니라고만 대답하니..

방 안에서 도대체 뭘 하는지 알 수가 없어요]

[ 남동생과도 대화를 하긴 해요? ]

[ 남동생에겐 대꾸도 안하고,,

내 말에만 겨우 대답을 하는 정도에..]

[ 무엇이 계기가 된 거라 생각하세요? ]

[ 방에 들어가 3년쯤 지났을 때 내가

하도 답답해서 무슨 일 때문이냐고

캐물었더니 회사에서 직장 상사에게

싫은 소리를 들었다고 하긴 하는데 그 이상은 

얘길 안해서 자세히 알수가 없었어요,

운전보조 같은 일을 했는데..초행길이라

길을 잘 몰라 헤맸던 모양이에요...]

이 얘기를 하던 노무라상이 무언가에 복받쳤는지

 수건으로 입을 막고 눈물을 삼키며

내게 자꾸 미안하다고 했다.


[ 대충 방에서 뭐하는 것 같아요? ]

[ 책도 보는 것 같고,그림도 그리는 것 같고,,

자기 방에 못 들어오게 하니까

뭘 하는지 자세히는 알 수가 없죠..]

[ 그림에 관심이 많았어요? ]

[ 어릴적에는 만화도 좋아하고, 그림도 

곧잘 그리고 조각에도 소질이 있었어요]

[ 아,,그래서 저한테 물어보셨군요..]

[ 그냥,,그림을 좋아하니까 조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데..어느 누구도 만나려고

하지 않으니..답이 없는 것 같아요 ]

[ 제가 어떻게 해드릴까요? 댁에 가면 

만나주실까요? ]

[ 아니에요, 그냥 제 욕심이에요. 정 상이 

집에 와도 만나지도 않을 건데..

앞으로 남은 인생이 답답하기만 하네요 ]

오늘 이렇게 내게 얘기를 털어 놓은 데는 

또 다른 걱정이 있었다.

자신의 건강이 썩 좋지 않아 아르바이트도

 줄여야하고해서 앞으로 큰 아들을 자신이 

죽을 때까지 지켜 볼 수 있을까, 죽고 난 후에 

그 아들은 어떻게 살아갈지가 막막하다고 했다.

[ 어디가 많이 안 좋으세요? ]

60이 가까워지니까 여기저기 아프네요

좀 쉬고 싶은데,,쉴 수가 없어요.. ]

그녀가 헛헛한 미소를 내게 보여준다.

나는 내가 알고 있는 모든 정보와 

임상미술사로서의 어드바이스를 해드렸다.

[ 이렇게 정 상에게 말하고 나니까

조금은 홀가분하네요.]

[ 언제든지 말씀하세요..]

[ 다음에,,기회가 있을지 모르겠지만

한국에 한번도 안 가봤으니까  

정 상이랑 함께 가보고 싶네요 ]

[ 네,,제가 안내해 드릴게요 ]

내게 모든 걸 털어놓고 나서인지 그녀의 

표정이 한결 부드럽게 보였다.

노무라 상의 가슴에 묻어둔 15년이라는 시간을
감히 내가 헤아릴 수 없지만 그녀에게 
미약하나마 도움이 되었으면 하는 바람에 
앞으로도 자주 만남을 갖기로 약속을 했다.


2017년, 일본 정부가 히키코모리등을 대상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들의 취업지원 활동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검토했고 생활 곤궁자

 자립 지원법에 따라 경제적 문제로 최저한도의 

생활마저 유지하기 어려운 사람에 대해 지자체가

 취업준비 지원사업을 할 수 있도록 하고 있지만, 

현재는 의무사항이 아니여서 참여 지자체가 

전체의 44%수준에 머물렀다.

각 지자체의 사회보장비 지출이 커질 수 밖에 없어

상대적으로 재정 형편이 넉넉지 않다는 문제점과

히키코모리 생활자 스스로가 이 사업 자체에 대해

거부감을 느끼는 경우가 많아 제도의 실효성 

확보를 위한 과제가 많이 남아 있는 상태이다.

내각청에서 실시한 히키코모리의 이유에서는

직장생활이 익숙해지지 않아서, 

병약해서 23.7%, 등교거부 11.9%로

전체의 약 10%를 차지했다.

가장 많은 대답은 그 외 25.%로

 취직활동이 잘 되지 않아서, 인간관계가 

원만하지 않아서, 대화가 서툴러서, 

혼자가 좋아서라는 다양한 이유들이 있었다.

(히키코모리 대책 사이트 참조)


이들이 고령화가 되어가는 원인으로는

히키코모리가 되어버린 사실이 트리우마가 되어

장기화로 연결되었다는 분석을 하고 있다.

어릴적부터 혼자서도 충분히 놀 수 있는 환경이

(TV, 게임, 온라인게임, 인터넷 등)

 만들어졌기에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생활과 

인간관계가 서툴고 필요성을 절실히 못느끼고

자신의 세계 속에서만 살아가게 된다.

히키코로리가 장기화하면서 가족들은 
부모의 사망 후 자녀의 거취에 대해
 고민도 깊어가고 있다.
부모가 고령화하면서 수입이 끊기거나 병치료를
 하게 되면 가족 전체가 고립과 빈곤의 연속으로
 부모 사후, 히키코모리 자식들도
생활의 곤궁문제에 빠지게 된다.
이래서 이러한 곤궁상태를 표현하는 
8050위기라는 용어가 나왔고 80대 노부모가
 50대 자식을 부양하는 노노(老老)문제가 
새롭게 떠오르고 있다.
사는 게 쉬운 듯 쉽지 않는게 세상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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