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일본인 신랑(깨달음)

월급날, 우리 부부가 나눈 얘기

by 일본의 케이 2019. 3. 27.

[ 건배 ]

[ 많이 시켜도 괜찮지? ]

[ 응, 많이 먹어 ]

결혼을 하고 우리부부는 월급날이면 

아내인 내가 한달간 수고한 남편을 위해

외식을 하는 날로 정했다.

처음엔 월급이 많은 깨달음이 사야 되는 거라

 생각했는데 주중에도 매번 계산을 하는 건 깨달음이고

한달에 한번쯤은 내가 멋진 곳에서 맛있는 걸

사는 것도 좋을 것 같아서 흔쾌히 

받아들인 둘만의 약속이다.

약소장소, 먹고 싶은 메뉴도 모두 깨달음이

 결정을 하고 예약을 한다.

[ 여기 지난번에 한 번 왔지? ]

[ 응, 3년전에 한 번 왔어 ]

[ 왜 이곳을 택한 거야? ]

[ 오랜만에 파스타가 먹고 싶어서 ]


[ 깨달음, 한 달간 수고 했어. 늘 하는 말이지만

당신이 고생이 많아..]

[ 나는 별로 고생 안했어. 우리 직원들이

지방출장 다니느라 힘이 많이 들었지 ]

작년에 결혼한 두명의 여직원 중에 한 직원이 

임신을 해서 이번 5월에 그만 둔다고 한다.

그래서 새로 직원을 모집하고 있는데 

괜찮은 인재를 찾는게 힘들다고 했다.

[ 월급을 두배정도 주면 실력이 좀 있는 사람을 

뽑을 수 있다고 하는데 그럴까 생각 중이야,,

괜히 일도 못하고, 배우는데 시간만 걸리면

그 돈이 그 돈일 것 같아서 ]

[ 좋은 생각이네.근데,,당신, 지금 결혼하고

 8년째인데 나한테 회사 총수입금 같은 걸

 한 번도 말 안하는 거야? ]

[ 당신이 안 물어봤잖아 , 근데 왜 갑자기 

궁금해진거야? ]

[ 아니. 작년부터 많이 바쁘고 일도 많다고 

그랬는데 월급 봉투가 똑같아서...]

[ 그래서 내가 보너스 두달에 한번씩 줬잖아,

이만큼 두꺼운 봉투 !!]

 엄지와 검지로 두께를 표현하며 내 눈앞에

몇번이고 내밀었다.


[ 아,,,그거,,,]

내년에 입주를 하게 되는 서울의 아파트

중도금을 내야한다는 걸 알고 있는 깨달음은

내 수입만으로는 힘들다는 걸 알고 있기에

나름 생각코 두달에 한번씩 두꺼운? 보너스봉투를

건냈다며 자기만큼 정직하게 월급을

아내에게 주는 남편도 없을 거라고 했다.

[ 아니지, 다른 남편들은 월급이 바로 통장으로 

들어오니까 속일래야 속일 수 없는데

당신은 사장이니까 얼마든지 조절 가능하지 

않을까해서..어느 정도 조절하는 건지

갑자기 궁금해지더라고,,

일도 많고, 바쁘고 하니까...]

[ 왜 월급이 적어서 그래? ]

[ 아니, 그건 절대 아니야, 충분해 ]


깨달음이 나보고 변했단다.

결혼하고 지금껏 한번도 월급에 관해 얘기하지

않더니 이제와서 왜 갑자기 회사경영에 관심을

갖는지 궁금하다고 했다.

실제로 이렇게 월급에 관해 언급을 한 것은 나도

 이번이 처음이다. 결혼을 하고 서로가 서로의

수입지출에 대해 일체 터치하지 않았고, 

내가 생활비를 어떻게, 어디에 쓰는지도 

묻지 않았을 뿐더라, 나역시 회사에서 발생된

순수익과 매출에 관한 관심을 전혀 

보이지 않았었다.

그런데 오늘 입을 열었던 건 솔직히

깨달음이 언제까지 회사를 경영할 것인지

좀 깊은 내막을 알고 싶었다.


왜냐하면 요즘들어 깨달음이 바빠서인지

 일하기 싫다는 소릴 몇 번 했었고, 

어디가서 며칠간 푸욱 쉬고 싶다는

말을 했었다.

난 깨달음이 내년 서울 아파트 입주를 

계기로 조금씩 회사경영을 제 3자에게

맡기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였다. 

앞으로 몇 년을 더 일을 할 것이며

언제 한국으로 귀국을 할지 모르겠지만

정말 귀국을 한다면 어떻게 생활을 하며

노후를 살아가야 할 것인지

내 나름대로 경제적인 계산이 필요했었다.  

그래서 회사 수익에 관해 물었던 것이다. 


[ 깨달음, 당신, 기분 나빴다면 미안해..

나는 당신이 좀 쉴 수 있다면 쉬엄 쉬엄했으면

해서 그랬던 거야, 그래서 수익이 어느정도인지

그렇다면 그것을 적당히 나눠서 당신이 

쉴 수 있는 시간을 만들어 주고 싶었어 ]

[ 나도 쉬고 싶은데,,직원들이 있잖아,,]

작년에 내가 제주도 한달살기를 할 때 잠시

왔던 깨달음은 너무 좋다고, 정말 휴식을 제대로 

했다며 지금껏 결혼하고 여러군데 다녔지만

 가장 행복한 시간이였다고 했었다.

그리고 지금도 쉬고 싶을 때면 제주도에서의

시간들을 회상하곤 한다.  


[ 그래서,,나는 당신이 또 그런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바람에서 그랬던 거야 ]

[ 좋았지,,아침이면 눈부신 태양이 쏟아지는 

팬션도 좋았고 바다를 끼고 산책하는 것도,,

 아침 일찍 생선조림에 묵은지를 먹은 것도, 

북적이는 시장에서 꽈배기 사 먹은 것도 좋았고

형님네 집에서 오리탕 먹으며 막걸리 

마신 것도 좋았고, 와인 마시러 다닌 것도,

당신이 운전해서 어디든 가고 맛있는 거 먹고

마시고, 웃고,,그랬지..]

[ 이번에 그럼 또 제주도 한달살이 할까? ]

[ 바빠서 못 가,,,]

[ 당신이 나한테 맨날 그랬잖아,

돈도 필요없다고 즐기면서 살아라고,,]

하지만 깨달음은 지금하고 있는 일을 잘 

마무리 해야하고 또한 직원들이 고생하고

 있는데 자기만 휴식을 취하는 게 

미안하다고 했다.

월급날이면 아직까지도 급료라고 적힌 누런 

월급봉투를 내미는 깨달음을 볼 때마다 

한달간의 수고함에 깊게 감사하고 있다.

세상 모든 남자들이 하는 수고이지만

매달, 잊지않고 고생했음을 알아주고

수고했다고 따뜻한 말한마디 건네주는 것도 

아내의 몫이 아닌가 싶다.

그래서도 더더욱 짧게나마 깨달음에게

 휴식을 줘야 될 것 같으니

제주행 티켓을 선물해야겠다.

댓글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