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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이야기

일본살이를 그만 두고 싶은 이유

by 일본의 케이 2020. 8. 3.

깨달음이 출근하며 현관문을 닫자마자

 난 설거지를 후다닥 해치우고 잽싸게

 청소기로 거실만 대충대충 밀어냈다.

그리고 전날 챙겨둔 사진과 여권을 다시한번

확인하고, 물 한병, 책 한권을 밀어넣고 집을 나섰다.

출입국관리국에 가기 위해 서두른다고

서둘렀건만 도착했을 때는 10시 20분이였다.

버스에서 내리자마다 눈에 들어오는 풍경이

너무 낯설어서 잠시 어리둥절했는데

바리게이트가 쳐져있는 곳으로 졸졸 따라갔더니

건물 입구에서 번호표를 한장씩 나눠주었다.


코로나로 건물 안에 들어갈 수 있는 인원수를 

15분 간격으로 들여보낸다고 한다. 나는 1시에 

들어갈 수 있다는 번호표를 받고 

2시간 반을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잠시 멍했다.

집에 다시 다녀올까,,아니 커피숍에 가 있을까,,

여러 생각하며 일단 번호표를 부여잡고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보이는 거라고는

 콘테이너 창고들뿐,,,상업시설은 거의 없고

편의점에는 나처럼 관리국에 볼 일이 있어 온

외국인들이 삼삼오오 모여앉아 잡담을

하기도 하고 아침인지, 점심인지 모를

식사를 하고 있었다.


마침, 깨달음에게서 전화가 와 상황을 

설명했더니 집에 다시 돌아가서 쉬었다가

시간 맞춰가라는데 나는 그러고 싶지 않았다.

 다음주에 다시 오는 방법도 있었지만

 난 오늘 밖에 시간을 낼 수 없었다.

[ 그냥,,여기서 기다리다가 하고 갈래 ]

[ 그럼, 끝나고 전화 해 ]

[ 알았어 ]

지난주, 은행에 서류를 제출할 일이 있어

 제류카드를 제시했다가 유효기간이 다음주면 

끝난다는 걸 직원이 알려줘 알게 되었다.

 그래서 날을 잡고 왔는데 기다릴 거라 계산했던 

시간보다 더 많이 소요될 거라 예상 못했다. 


건물 앞,텐트로 마련해둔 임시대기실?에 앉아

가방에서 일단 책을 꺼냈다.

그런데 글자가 눈에 들어오질 않는다.

20분간격으로 버스에서 내리는 외국인들이 

앞 다퉈 번호표를 받으러 뛰어오는 모습들이

유학시절 매번 비자연장을 하기위해 왔던 내 

기억들과 오버랩 돼서 괜시리 아련해졌다.

15분 간격으로 대략 30명씩 건물 안으로 들여보내고

있지만 좀처럼 사람들은 줄어들지 않았다.


물을 한모금 마신 뒤 자세를 가다듬고 

이어폰을 낀다음 책읽기에 몰입하길 한시간쯤,,

그리고 걷기운동을 30분정도 했던가, 그러다보니

 내가 들어갈 수 있는 1시가 되어 

건물 안으로 들어갔는데 꽤나 붐볐다.

시간차를 두고 인원제한을 했지만 별 효과가

없는 것 같아 난 벽에 붙어 사람들과의 거리를 뒀다.

다행이 영주권과 재입국코너는 다른 업무처보다

대기자가 적어 바로 재발부 신청을 마치고,

재입국허가신청서를 작성하면서 직원에게

 이 허가신청서가 어디까지 효력이 있는지

 궁금했던 것들을 물었다. 


 나처럼 질문하는 사람이 많아서인지 직원은

먼저 재입국허가증이 발급되어도 재입국이 

허용된다는 게 아니라는 점을 몇 번 강조했다. 

일본이 코로나로 인해 외국인 입국, 재입국을

(몇개국 제외)허가하지 않는 상태인데 

 이 재입국허가증을 받아두면 혹 내가

 일본을 떠나 1년안에 들어오지 못하더라도

영주권이 취소되지 않지만, 1년 안에 일본에 

들어오지 못하면 영주권이 자동으로 없어져

 버린다고 했다. 일본이 언제 외국인에게 재입국을 

조건없이 허락할지 지금 상태론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한국에 갈 일이 생길 것 같은 

사람들(영주권자)들은 받아두는 게 안심이

 되는 건 사실이라고 덧붙혔다. 즉, 지금의

 재입국허가증은 재입국을 허가한다는 게

아니라 단지, 이 허가증을 받아두면 1년안에 

일본에 다시 돌아오지 못하더라도

영주권이 박탈되지 않고 

5년간 유지될 수 있다는 의미일뿐이였다.

 


그리고 영주권자에게 재입국이 완화 된 것은

긴급사태선언을 하기 전에 일본을 떠난

영주권자들에게 해당되는 사항이며

그 이후에 일본을 떠난 사람은

 영주권자여도 재입국이 되지 않는다고 했다.

이미 알고 있는 사실이였지만 직원에게 

명확한 현실을 재확인 받으니 왠지모를

 막막함이 더해진 듯했다.

설명을 듣고 약 30분쯤 지나 여권을 돌려받고 

건물을 빠져나오며 깨달음이 기다린다는

 커피숍을 가기 위해 택시를 탔다.

시계는 2시 10분을 향해가고 있었고 뱃속에선

꼬르륵 소리가 났다.

커피숍에 도착했더니 깨달음이 간단한

샌드위치와 코코아를 가져다주었다. 


[ 꼬박 4시간을 거기 있었네..일은 다 봤어?

 새로 카드도 받았어? ]

[ 응,,재입국허가도 받았는데 이게 있다고

재입국이 되는 게 아니래 ]

[ 그럼, 이건 뭐야? ]

직원에게 들었던 얘길 간단히 설명해주고

샌드위치를 먹는데 좋아하지 않는 햄샌드도

무척이나 맛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 2027년까지네...]

[ 응,,재류카드 유효기간이 7년이래..]



깨달음은 27년까지 일본에서 살아라는 

신의 계시인 것 같다며 혼자 쓸데없는

 소릴하는 동안 나는 허기진 배를 채워나갔다.

 7년만에 가는 출입국관리국은 코로나 때문에

인원제한을 하는 것 외에는 변한 게 없었다.

2027년 7월 31일,,7년후,,나는 또 이렇게

카드갱신을 하기 위해 그곳을 찾아가

몇시간씩 기다릴까..

당장 내일 일도 모르는 세상인데 7년후를

어떻게 예측할 수 있겠는가,, 괜시리 깊게

 생각해봐야 머리만 아플 것 같아 생각을 멈췄다.

어느 블로그 이웃님이 나에게 아이가 없어서

 귀국하는 게 더 편할지 모르겠지만 자신들은 

아이의 미래를 생각하면 쉽게 귀국을 

못하겠다는 말을 했었다.

이방인으로, 외국인으로 각자가 선택한 나라에

 살아야할 이유를 대자면 끝도 없을 것이다.

나는 나대로, 그들은 그들대로,,


내가 귀국을 생각하는 건 아마도 일본에 살아야할

 이유가 더 이상 없어서인 게 아닌가 싶다.

공부도 마쳤고, 지금 하는 일도 굳이 일본이

아니여도 할 수 있는 일이며,

 남편이 일본인이기 때문에 남편의 

나라에 살아야한다는 논리도 나에겐 통하지

않아서인지 명확한 이유, 구실이 없어졌다.

혐한들이 기승을 부리고 한국때리기에 전력을 다 할

시기에도 난 목표가 있었고 해야할 일이 있었기에

차분히 일본에서의 삶을 계속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더 이상 내가 할 일이 없고, 좀 더 솔직하자면

일본을 위해 무언가를 하고 싶지 않아서이다.

아직 50대초반이지만 더 늙기전에 한국에서 

남은 여력을 펼쳐보고 쉬엄쉬엄 노후대책을

해가며 즐기고 싶은 마음에서도

 슬슬 귀국준비를 하려는 것인데 

주위사람들은 이런 내 결정에 많은 궁금증을 

품고 있는 듯했다. 

 깨달음 말처럼 2027년까지, 아니면 더 오랜세월,

이곳에서 살게 될지 누구도 알 수 없는 일이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살아야 할 이유가

생기고 살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면

 또 그에 순응하며 살아갈 것이다.  

삶은 내 생각대로 움직여주지 않으니...

하지만, 난 자꾸만 이곳을 정리하고 싶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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