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인종이 짧게 한 번 울리고 문 여는 소리가 들렸다.
깨달음인 걸 알고 얼른 국냄비에 가스불을 켰다.
그런데 현관에서 날 부르길래 가봤더니 쇼핑백에서 뭔가를 꺼내더니 뿌리란다.
장례식 갔다왔냐고 물었더니 그렇단다.
소금을 머리부터 발끝까지 뿌리고 거실에 들어와서는 쇼핑백을 건네주었다.
녹차와 오차쯔케 세트가 들어 있었다.
선배가 돌아가셔서 급하게 다녀왔단다. 올 들어 장례식 참가가 두 번째이다.
1월초에는 친구 어머님이 돌아가셨고, 오늘은 대학선배였단다.
친구 어머님 장례식 답례품으로 가져 온 것은
답례품 목록이 정리된 카다로그였다.
온천 이용권, 피부 맛사지권, 주방용품, 간단한 식품류, 아기용품,
욕실용품까지 선택의 폭이 다양하다.
결혼 답례품으로만 이런 카다로그를 사용하는 줄 알았다고 했더니
요즘은 장례식 답례품으로도 사용하는 것 같다며
둘이서 뒤적거리다가 주방용품이 무난하지 않겠냐는 의견통합에 의해
카다로그과 함께 넣어진 엽서에 상품번호와 집주소를 적어 넣었다.
주문엽서를 적고 있는 날 보던 깨달음이 우리도 부모님이 돌아가시면
답례품으로 뭘 준비하는 게 좋겠냐고 물었다.
한 번도 생각해 보지 않아서 모르겠는데,,, 보통 이제까지 우리가 받은 답례품으로는
녹차, 김을 많이 하는 것 같던데 그게 좋지 않겠냐고 그랬더니 한국은 뭘 하냐고 물었다.
우린 아빠가 돌아 가셨을 때는 각자 자기 조문객에서 따로 인사를 했었는데
다른 가족들은 어떻게 하는지 잘 모르겠다고 인터넷을 검색해 보았다.
(다음에서 퍼 온 이미지)
타올, 비누, 세재세트. 그리고 떡,,,그런게 많은 것 같고,,,
49제때 드리는 것도 같고,,, 아직 일본처럼 장례식 답례품 주는 게
보편화 되지 않은 것 같다고 그랬더니 한국도 일본처럼 타올을 준비하는 모양이라며
일본에서 녹차나 김을 답례품으로 많이 선택하는 이유는
들고 가실 때 편하게 가벼운 상품을 선호하기 때문이라고
우리도 그냥 녹차를 준비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말했다.
장례식을 2주 걸러 다녀와서인지 그렇게 말하는 깨달음 목소리에 힘이 없었다.
다들 나이를 먹으면 가야할 길인데... 그걸 준비하고 떠올릴 때마다
마음이 차분해지는 건 비단 나 뿐만은 아닐 것같았다.
결혼 답례품과는 달리 종류도 적고
선택의 폭이 좁은 게 사실이지만 감사를 표하는 마음은 같기에 가져 가실 때
부담없고 편한 것으로 준비를 해야 할 것 같다.
한국에서는 형식적인 인사치레가 많아진 경조사 문화의 문제점들을 많이 다루는 것 같았다.
아주 옛날엔 순수한 마음으로 초상집에서 밤을 새며 슬픔을 함께 나누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래서 먼 길 와주셔서 고마운 마음으로, 아픔을 함께 해 줘서 고마운 마음으로
육체의 수고를 나눠 주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덕분에 잘 보내드렸다는 따뜻한 마음으로 전하는 장례식 답례품...
주고 받음이 확실한 나라여서인지 마지막 갈 때까지 돌려주는
그 마음 자세가 참 일본스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오늘은 괜히 힘이 빠져 있는 깨달음에게
아무런 위로의 말을 건네주질 못했다.
*공감을 눌러 주시는 것은 글쓴이에 대한 작은 배려이며
좀 더 좋은 글 쓰라는 격려입니다, 감사합니다.
'지금 일본은..' 카테고리의 다른 글
일본의 신형 영양실조와 식습관 (21) | 2015.03.04 |
---|---|
일본 재류 외국인을 위한 피난처. (11) | 2015.03.02 |
일본의 장례식 답례품 (10) | 2015.02.17 |
한국의 방화 사건을 바라보는 일본의 시각 (14) | 2015.01.25 |
그곳이 어디든 사람 사는 모습은 다 똑같다 (20) | 2015.01.23 |
치매예방에 좋다는 일본의 후각신경 자극법 (40) | 2015.01.22 |
한국에서는 장례식때 답례품을 본적이 없습니다
그나저나 장례식 다녀와서 소금뿌리는데서 놀랐어요
한국에서만 그러는줄 알았더니 일본도 그렇군요
저희 부부는 안하지만. . .
어쨌든 저도 작년에 주변 지인들이 갑자기 하나같이 친정엄마가 돌아가시고 제 큰 이모도 돌아가셔서 참 머릿속이 어지러웠답니다. . .
답글
비밀댓글입니다
답글
아직은 답례품에는 익숙하지 않는 것이 한국입니다
삼오 지내고 간단한 감사의 글로 대신하더군요
답글
일본문화~잘보고갑니다^^
답글
관리자의 승인을 기다리고 있는 댓글입니다
답글
알수없네
장례식에답례품이라는문화
문화적충격입니다 ㅎㅎ
답글
6년전 아버지를 보내드리고, 죽음에 대한 생각이 바뀌었습니다.
세상과 영원한 단절이라고 생각할땐 두렵고 무서웠는데, 먼저 가 계신다고 생각하고 돌아가면 만날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어요.
시간이 지나면 다 만나겠구나라고 생각하면 그리 슬프거나 고통스럽지 않더라구요.
답글
장례식 답례품은 처음 들어봐요. 4년전 시어머니 돌아가시고나서 문상 오신분들께 감사의 문자는 보내봤는데...
답글
장례식 답례품이 있었군요
처음 들어봅니다.
답글
답례품이라..하고 놀랐는데 생각해 보니 작년에 아버님 돌아가셨을때 어머님께서 집안 어른께 부탁해서 시골 동네 분들께
농협에서 사용 가능한 상품권을 돌리고,식사 대접까지 했던게 생각 납니다. 장례식에 온 모든 분들에게 했던것이 아니라는게
좀 틀리기는 하지만 함께 살아가는 공동체 분들께는 이렇게 답례를 하나보다 하고 지금 생각이 납니다.~~
답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