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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신랑(깨달음)

한국에 가면 남편이 젊어진다

by 일본의 케이 2019. 7. 23.

서울에 도착한 시각은 오후 6시 30분,

전철을 타고 호텔에 짐을 던져놓고

우린 바로 종로3가로 달렸다.

기내에서 어디를 갈 것인지 정해둔 덕에

 계획대로 움직일 수 있었다.

더 어두워지기 전에 익선동 한옥마을에 가야

된다던 깨달음이 사진을 몇 장 찍더니

여기저기서 맛난 냄새를 맡고서는

배가 고프다며 저녁을 먹자고 한다.

[ 뭐 먹어? ]

[ 여기 줄 서 있는 거 보니까 맛집인가 봐]

[ 보쌈 먹는다고 하지 않았어? ]

[ 그건 내일 먹어도 되고, 오늘은 이거 

먹을래, 얼마나 기다리는지 물어봐 줘] 


30분쯤 기다려 모듬만두와 새우완탕면을

먹고 있는데 옆테이블 짜장떡볶이를 보고는

먹고 싶다길래 주문을 하는데 직원분이

매운데 괜찮겠냐고 물었고 괜찮을 거라

생각해 한입씩 먹었는데 깨달음이 갑자기 

눈물을 쏟아냈다.

[ 왜? ]

[ 맛있는데 너무 매워....]

[ 음,,좀 맵긴 매웁다..]

[ 맛있어서 먹고 싶은데 눈물이 계속 나와.

혀가 삐리삐리 아파,,..]

혀가 아프다면서도 다시 당면에 떡을 말아 먹어

보고는 아예 침을 질질 흘렸다. 완탕면으로

 매운맛을 달래보는데도 잡히지 않고

 아파해서 직원분에게 얼음을 부탁해 받아 

혀를 차갑게 마비시켰지만 깨달음의

눈물 콧물 범벅은 쉽사리 멈추지 않았다.

그래도 남은 떡볶이를 호텔에서 먹겠다고

  포장을 부탁하는 깨달음이 참 대단했다.


밖으로 나와 아이스크림으로 혀를 진정시키고 

예쁜 한옥 가게를 빠짐없이 구석구석

 사진을 찍으면서 감탄을 했다.

이렇게 좋은 곳을 왜 이제야 왔는지,

인사동, 북촌과는 전혀 다른 느낌이 

좋다면서 돌고, 돌기를 세 번,,,

[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에서 봤던

가게가 많은 것도 깨달음 기분을 업시켰다.

 그 프로를 보면서 가고 싶다고 먹고 싶다고

했는데 그걸 실현하고 있다는 게 행복하단다.

수제 맥주집에서 맥주로 마지막 건배를 하고 

더 둘러보고 싶은 마음은 굴뚝 같았지만

 다음날 아침 일찍 광주로 내려가야해서

 호텔로 다시 돌아왔다.


다음날, 서울역에서 꼬마김밥과 샌드위치로

아침을 대신하고 광주에 도착해서는 제부의

 뜨거운 환대를 받으며 동생네 집에서 

깨달음이 선물가방을 풀었다.

그 속에는 애견간식까지 3종류가 들어있었고 

바로 그 자리에서 까서 몇 개 줬더니

 맛있게 잘 먹고 여기 저기 뛰어다니며

노는 걸 지켜본 깨달음이 귀여운데

역시 키우는 게 힘들 것 같다며 나보고 

키우지 말자며 고개를 옆으로 흔들었다. 


[ 왜? 이쁘잖아,,]

[ 보니까 손이 너무 많이 가..

똥고도 닦아줘야되고,,놀아줘야 되고,,]

깨달음은 어릴적 마당에서 키웠던 기억이

선명해서인지 사람처럼 강아지를 케어하는 걸

직접 눈앞에서 보고 나니까 생각보다

책임감과 위화감이 밀려왔다고 한다.

그렇게 강아지와 놀다가 엄마가 동생네집에

 합류를 하시자 우리는 일본에서부터 먹고

 싶어했던 황시리찌게(조기 새끼) 와

 보리굴비에 막걸리를 마셨다.


[깨달음, 맛있지? ]

[ 응, 진짜 맛있어, 반찬도 다 맛있어 ]

[ 제부가 여기 사장님께 부탁해서 황시리찌게를

준비했대, 금어기여서 구하기 힘든데 마침 

황시리를 구해서 이렇게 만들어 주신 거래 ]

[ 그래? 다 먹고 가야겠네 ]

내 설명에 기분이 더 좋아진 깨달음은

뚝배기에 국물을 계속해서 떠 먹었다.

[ 묵은지도 맛있고 이 갈치새끼(풀치)가

은근 매력적이야, 이 멸치젓갈무침도

최고! 파래김도 맛있어 ]

[ 많이 먹어,,]

 광주에서만 먹을 수 있어서 좋으면서도

서울에도 이런 가게가 있었으면 좋겠다며

 시원한 녹차에 밥을 말아 보리굴비를

한조각 올려 먹으니 세상 부러울 게 없단다.


식사를 마치고 양림동 역사문화마을에 들러

옛 한옥들을 꼼꼼히 찍고 텐션이 올라간 

깨달음은 동생네가 안 보일 때 엉덩이를

흔들거리면서 까불었다.

최고로 기분이 좋다는, 너무 행복하다는

깨달음의 몸부림이 웃겼다.

조선말기에 지은 이장우씨의 전통가옥에는

안채와 사랑채, 행랑채, 곳간채, 대문간으로 

구성이 된 전형적인 양반의 집이였다. 

왼편에 쪽문을 통해 들어가 두루두루 탐색을 하고

나와서는 옛날부터 부자는 스케일이 달랐다면서

서민들과는 이렇게 다른 삶을 살 수 있었던

그 시대를 상상해 본다고 했다.

근사한 한옥 카페에서 따끈한 생강차를 주문한 뒤,

내가 시킨 모과차, 엄마의 대추차, 동생의 커피까지

한 모금을 떠 먹어본 깨달음이 자기 것이

제일 맛있다며 식구들에게도 자기 것을 맛보라며

찻잔을 내미는  깨달음을 보고 엄마가 

깨서방은 뭐든지 잘 먹고, 뭐든지 

허물없이 같이 하려고 하는 것이 영낙없이

한국사람 같다면서 흐뭇해하셨다.   


그리고 근처 양동시장에 들러 역사가 깊은

양동통닭으로 마무리를 하고 우린 다시 

 케이티엑스를 타고 서울로 향했다.

 작은 언니네와 만나기 전에 잠깐 호텔에

 들러 이번에는 조카들 선물을 챙겨 바로 나와

 강남으로 옮겼다.

깨달음이 한우갈비와 갈비탕이 먹고

싶다는 요청이 있어서 언니네와 가게에서

만나기로 했다.


만삭인 몸을 하고 온 조카와 논문 때문에

정신없는 조카까지 나와서 깨달음과

식사를 함께 해주는 게 얼마나 고맙던지..

 깨달음은 오랜만에 맛보는 한우갈비를 뜯느라고

뜨거운 뼈를 붙잡고 고군분투했다.

[ 맛있어? ]

[ 응, 뼈에 붙은 살이 진짜 맛있어 ]

식사는 돌솥 꼬리곰탕으로 주문해서 꼬리뼈의

 살을 쪽쪽 빨아먹는 깨달음을 보고 

잘 드셔서 다행이라고

언니가 한마디 했다.

[ 응, 한국에 오면 나보다 더 잘 먹어 ]

[ 깨서방도 많이 먹고 싶었겠지,,] 

언니네와 저녁을 마친 뒤, 우린 가로수길을

걷다가 커피숍에서 잠시 휴식을 취했다.


[ 아침부터 계속 달렸네..깨달음 안 피곤해?]

[ 전혀]

[ 더 놀고 싶은데 배 불러서 못 움직이겠어 ]

[ 내일은 뭐 할 건지 결정해 뒀지? ]

[ 응, 근데 벌써 내일만 놀면 다시 일본 가네.

어떡하냐,,시간이 너무 빨리 가,

자는 시간도 아까워.. ]

[ 또 오면 되지..]

[ 오전부터 왔어야 하는데 오후비행기여서

하루를 손해본 것 같애 ]

[ 그래도 오늘 광주에서 엄마랑 동생네 보고

서울에서 언니네까지 만났으니 시간은

 유용하게 잘 썼어 ]

[ 그랬네. 바삐 움직였네. 내일은 마지막 

날이니까 모든 에너지를 불 태워야지 ]

[ 불태워서까지 놀거야? ]

[ 응, 후회없이 열성적으로 먹고 보고

즐기고 느낄 거야 ]

[ 당신은 왜 안 지친다고 생각해? ]

[ 음,,음식이지..맛있으면서도 몸에

좋은 요리를 먹으니까 전혀 안 피곤해,

이상하게 한국에 오면 젊어지는 것 같애 ]

[ ....................... ]



일본에 있을 때는 저녁만 먹으면 바로

꾸벅꾸벅 졸았던 당신은 어디가고

여기서는 이렇게 팔팔하냐고 했더니

한국이 가지고 있는 활기찬 기운이 

자기 몸에 들어와서란다. 무엇을 근거도 

얘기를 하는 건지 알 수 없지만

깨달음은 계속해서 흥분상태였다. 

한국에 처음 온 것도 아닌데 깨달음은 늘

이렇게 하루 하루를, 매시간을

아낌없이 알차게 보내려고 애를 쓴다.

맛있는 것도 먹고, 가고 싶었던 곳도 가고

가족들도 만났으니 자신이 하고 싶었던 

모든 일을 해냈다는 성취감에 취해

깨달음은 호텔에 돌아와서도 혼자 까불며

매운 짜장떡볶이에 다시 도전한다며

떠들면서 좀처럼 텐션이 가라앉지 않았다.

한국에 오면 깨달음은 자신의 나이를 

잊어버린 사람처럼 참 젊게 즐긴다.

내일은 얼마나 돌아다닐지 쬐금 걱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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