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가 조카 태현이 생일이였단다.
나도 깜빡 잊고 있었다.
옆에 있던 깨달음에게 말했더니
내 전화기에 입을 갖다 대고
특유의 발음으로 생일축하를 해줬다.
[ 태현이~ 샌 추카 하미다~~]
뭐가 갖고 싶냐고 물었더니 이제 초등학교
5학년이여서 장남감도 필요없단다.
고학년이니 뭐가 좋을까 둘이 고민을
좀 하다가 서점으로 향했다.
태현이는 어릴적부터 그림 그리기를
좋아했고 그림도 썩 잘 그린다.
크고 작은 대회에서 상도 많이 받아 오고 있으며
태현이 꿈은 카 디자이너이다.
(모 신문사 주최 미술대회에서 최우수상 받은 태현 작품)
그래서 뭔가 그림 그리기에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찾아 둘이서 신중하게 책을
구입하고 다음은 화방에 들렀다.
집에 돌아와 나는 소포박스를 준비 중인데
깨달음은 책 한 권, 한 권을 다시 한번
체크하듯 보면서 자기가 대학 1년때 했던
수업과 같은 내용들이 많다고
우리가 참 잘 골랐다며 희뭇해했다.
입체감 표현방식에 관한 책.
사물의 명암, 농도를 스케치하는 책.
원근감을 익힐 수 있는 책,
그리고 스케치북과 연필..
어릴적부터 이렇게 텃치연습을 해두면
기초가 탄탄해져서
어떤 입시든 어렵지 않게 통과할 거라고
혼자 싱글벙글하면서 자기
초등학교 때 얘기를 꺼냈다.
초딩 때 꿈은 조각가였단다.
그래서 어릴적부터 찰흙으로 동물들을 만들기도
하고 중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조각도로
토끼도 파고, 비둘기도 파고 그랬단다.
그러다 고등학생이 되면서부터
인테리어에 관심이 생기면서
최종적으로 건축학과를 선택하게 되었단다.
자기경험으로 봤을 때, 태현이도
어쩌면 카 디자이너에서
점점 바뀔지 모른다고 혹 건축에 관심을 보이면
자기가 일본으로 불러 모든 걸 책임지고
멋진 건축가로 만들어 주고 싶단다.
난 깨달음의 얘길 들으며
태현이가 좋아하는 과자들도 넣고,
책과 스케치북 연필도 넣고,,,
내 옆으로 가까이 온 깨달음도 같이 과자들을
하나하나 넣으면서 불쑥 이런 소릴 했다.
태현이가 성장을 안 했으면 좋겠다고,,,,
유일하게 자기와 마음이 통했는데
태현이가 점점 크면 자기랑
놀아 주지 않을 것 같단다.
[ .......................... ]
사내아이들은 특히 사춘기에 접어들면
부모들도 무시하고 거부를 하는데
자기를 어떻게 따뜻하게 대하겠냐고 힘들거란다.
앞으로 10년이 지나면 태현이가 군대를 갈 것이고
또 10년이 지나면 결혼을 할 것이고,,
그러다 또 10년,,,학부모가 되어 있을 거라고,,,
자긴 그 때까지 살아있을지 모르겠다고
갑자기 이야기가 이상한 쪽으로 흐르길래
당신이 태현이 예뻐하는 마음이 충분히 느껴지고
태현이 역시도 당신이 자길 귀여워하는 것도
알고 있다고 그랬더니
그냥 태현이가 성장하는 모습이 좋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부쩍부쩍 커가는 걸 보면
점점 자기와도 멀어지는 느낌이 든단다.
[ .......................... ]
그래도 여전히 작별인사할 때,
태현이가 당신에게만 허그를 하거나
뽀뽀를 하지 않냐고
나한테는 잘 하지도 않는다고 그랬더니
아마 올 해부터는 자기한테도 안 해줄 것 같단다.
초딩 5년생이니까...
한국에 가면 태현과 깨달음은 늘 붙어있었다.
뭐 먹을 게 있으면 서로가 챙겨주고
어디에 앉을 때도 서로 옆자리에 앉은 경우가 많았다.
그런 모습들을 보며 태현이에게도 깨달음에게도
난 감사하는 마음이 들었다.
조카라고,,이모부라고 챙기는 모습도 좋고
대화는 안 통하지만 마음으로 상대를 위해
주는 모습이 고맙기만 했었다.
태현이가 크면 클수록 분명 점점 서먹서먹하고
대면대면해질 것이다.
거기서 오는 서운함을 모르는 건 아니지만
그게 순리인데 어쩌란 말인가.....
깨달음이 아무말 없이 소포박스에 테이프를
마져 붙히다가 나지막이 박스에 대고
[ 태현,, 샌 추카 하미다~~]라고
입김을 불어 넣었다.
다음에 한국 가게 되면 태현과의 둘만의
시간을 마련해 줘야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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