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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한국식당에서 남편이 가지고 온 것

by 일본의 케이 2018.11.19

늦은 아침을 먹고 호텔을 나오기 전,깨달음은 

오늘 우리가 움직여야할 동선을 체크했다.

첫번째 코스는 이번에도 인사동, 20년전의

 모습은 사라졌지만 그래도 인사동을 안 가면 

왠지 허전하다는 깨달음.


안국역을 빠져나오면서부터 기합소리와

국악이 흘러나왔고 깨달음은 당연하다는 듯이

 소리가 나는 쪽으로 발길을 서둘렀다.

그곳엔 무술, 무예, 기공? 같은 시범을 보이는

예술단들이 모여있었고 외국인 관광객들이

줄서서 사진 찍는 곳에서 기웃거리던  

깨달음도 얼떨결에 한장 찍었다.


[ 저거, 너무 무거웠어. 나는 가짜인 줄 알았거든,

근데,,진짜 인가 봐.. 전쟁 때 장군들이 

사용하는 칼이겠지? ]

태어나 처음 만져보는 한국 무기가 신기했는지

그 분들이 펼치는 무술시범을 30분가량 

찬바닥에 앉아 조용히 관람했다.

그리고 우리는 인사동 뒷골목을 빠짐없이

돌았고 발길이 멈추는 곳에서는 이것 저것 

만져보기도하고 예전에는 한옥집이 많았네,,

한복 입은 어르신이 많이 있었네..

동동주가 맛있는 집이 있었네..등등

항상 인사동에 올 때마다 같은 소리를 하는

깨달음 얘기를 난 잠자코 들어줬다.

세월이 변하고 시대가 바뀌어도 변하지

말아야할 것은 그대로 두어야 하네...

옛기억들을 보존하는 게 중요하네..등등

결론은 이렇게 변해만 가는 인사동 거리가

안타깝다는 말로 마무리를 하는 깨달음.

옛정취를 느끼고 싶어서 골목 깊숙이 가 보지만

20년전의 인사동의 정취를 찾는 게 쉽지

 않다는 걸 깨달음도 알고 있기에

 더 서운해 하는 것 같았다. 


구석구석 인사동 거리를 모두 둘러본 깨달음이

 배가 고프다며 나에게 묻지도 않고 자기가 가고

 싶은 가게로 성큼성큼 걸어나갔다.

한국인 보다는 외국인관광객이 줄을 서 있는 걸 보니

처음 때와는 맛이 달라졌을 거라는 생각이 스쳐서

다른 곳을 추천했지만 깨달음은 이 집이 좋다며

20분 이상을 비가 오는데 기다렸다.

만두와 만두굿,,,만두를 좋아하는 깨달음에게는

최고의 메뉴여서 아주 맛있게 단무지와 함께

콧물까지 흘리면서 먹었다.

[ 뜨거운 국물을 마셨더니 몸이 풀리는 것 같애..

한국은 역시,,일본보다 추워....] 


다음 목적지로 가기 위해 밖으로 나왔을 때는

 비가 그쳤고 역으로 향하는 길목의

호떡집에 줄 서있는 걸 보고는

또 얼른 가 줄을 서는 깨달음.

[ 배 안 불러? ]

[ 호떡하고 배 부른 거 하고 무슨 상관이야?

아까 만두도 1인분밖에 안 먹었잖아,

만두국은 당신이랑 나눠 먹었고,,. ]

[ ................................. ] 

그렇게 호떡을 사서 뜨거운데도 한입 먹더니

입천장이 데였다고 호들갑을 떨면서도

고개를 흔들어가며 호떡을 먹는 깨달음을

나는 그저 바라봤다.

물론 나에게는 한입 먹어보라는 소리도 안 하는

깨달음이기에 먹을 생각도 없었지만

입천장이 데일정도로 열심히 먹는 깨달음이

귀엽고 대견스럽게 보였다. 

그 때, 깨달음 옆으로 농약단이 지나가자 따라가고

 싶어했지만 손에 든 호떡먹기를 포기 못하고

 그냥 그들이 떠나는 걸 지켜보았다. 


 종로로 이동하는 택시안에서 깨달음은

꾸벅꾸벅 졸며 잠꼬대처럼 한국말로

[ 아,배부러요(불러요) ]라고 중얼거렸다.

종로거리를 오랜만에 둘러보는 깨달음은 이렇게 많은

가게가 생긴 줄 몰랐다며 시골 사람처럼 

형형색색의 간판과 반짝이는 네온으로 둘러쌓인 

건물에 서서 한참을 올려다보며 좋아했다.

[ 신주쿠 카부키죠 같애,종로가 이렇게 변했는지

몰랐네...맛집도 진짜 많겠어..]

계속해서 감탄을 하며 천천히 청계천쪽으로 

내려가다보니 즐비하게 늘어선 포장마차가 

깨달음을 또 흥분 시켰지만 선뜻 자리에

 앉으려 하지 않았다.

 술 한잔 안할 거냐고 물었더니 잔치국수랑 오뎅,

 먹고 싶은 게 너무 많은데 지금 이상태로는

안 들어갈 것 같으니 좀 더 걷자고 했다.


그렇게 저녁 8시가 넘도록 소화를 시키는 위한

 산책?을 하고 김치찌개 전문점에 들어갔다.

먼저 계란말이를 주문하고 김치찌개가 끓기를

기다리는데 아주머니가 가마솥밥을 각자에게

 가져다 주셨다,



내가 밥을 푸고 있는데 깨달음은 솥밥을 물끄러니 

쳐다보다가 뭔가 생각하는 듯 하더니 자기 

가방에서 휴대용비닐을 꺼내 가마솥밥을

 누룽지까지 싸서 담았다.

[ 그냥,여기서 먹지 그래? 따뜻하게 누룽지해서

먹으면 맛있는데..]

[ 당신 것으로 둘이 나눠 먹으면 돼. 이것은 내일 

일본으로 돌아가서 먹으려고....]

솥에 붙은 밥알 한톨까지 비닐에 넣고

있는 깨달음을 보고 있자니 이 사람의 정체는

무엇인지..도대체 어느 나라 사람인지..

알다가도 모르겠다는 생각에 한마디했다.


[ 깨달음,보통,,아저씨들은 이렇게 식당에서

음식 남은 것, 특히 솥밥을 통채로 챙기는 사람,

그것도 외국인이 이런걸 가져가려고 안 하는데 

당신은 아주 자연스러워..그렇게 맛있어? ]

[ 응, 가마솥밥은 일본에도 있지만

한국 솥밥은 쌀의 고소함이 그대로 살려서

밥을 지어서인지 풍미가 좋아..왜? 이상해?

 이렇게 맛있는 걸 안 가져가는 사람이

더 이상하지 않아? 이거 내일 일본가서 

따끈하게 누룽지로 해먹으면 진짜 맛있을 거야,

 내일 오후에 도착하면 집에 반찬도 없으니까 

이걸로 누룽지 해서 김치만 있어도 맛있잖아, 

지난번에 어머님이 주신 깻잎장아찌랑 먹으면

 더 맛있을 거야 ]

깻잎장아찌라는 말을 했을 때 난 그냥 두말 없이

내 솥에 밥을 반 퍼서 깨달음에게 건네줬다.

물론 따끈따끈한 누룽지도 반으로 나눠 줬고

깨달음은 끝까지 무우말랭이 무침을 리필해가며

냠냠냠 아주 맛있게 잘 먹었다.

  한국 식당에서 이렇게 가마솥밥을 챙겨가는 

외국인, 아닌 일본인 아저씨는 극히

찾아보기 힘들 것이다.

어쩌면 이렇게 한국 음식을 잘 이해하고

먹는법까지 다 꿰고 있는지,,,,

가방 속에 넣어 온 가마솥밥이 호텔에 와서까지도

여전히 뜨거웠다. 별난 외국인 남편이지만

그대로 항상 고마운게 많은 깨달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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