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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인

한국 설날에 우리 부부가 찾아 간 곳

by 일본의 케이 2019.02.05

한국은 설날인데 우린 특별히 갈 곳이 없었다.

 매년 신정이 떡국을 해 먹어서인지

구정의 의미가 점점 엷어져 가고 있는 듯하고

더 솔직해지면 냉장고에 떡국이나 만두 등,

설음식에 필요한 재료들도 없었다.

깨달음은 내가 말을 하지 않아도 오늘이 한국의

명절이라는 걸 알고 있었고 아침부터 

가족들에게 사진(음식사진)올라온 게 없냐고

친정에 아직 다 모이지 않았냐고 두어번 물었다.

그리고 오후쯤 코리아타운 신오쿠오(新大久保 )

에서 만나자는 연락이 왔다.

[ 가서 뭐 하게? ]

[ 떡국도 없다며? 이것 저것 사야 되지 않아? ]

[ 굳이 안 사도 될 것 같은데.]

[ 그래도 한 번 가보자, 설 분위기 나는지 ]

설 분위기?가 뭔지 알고 얘기를 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뭔가 북적거리며 들뜬 특유의 

명절분위기가 있을 거라 생각하는 듯 했다.

약속 시간에 맞춰 신오쿠역에 도착하자 사람들은

 참 많았다. 설을 쇠기 위한 한국사람들이 

아닌 치즈핫도그를 먹기 위해 줄을 선 

일본사람들로 이 골목, 저 골목까지 북적댔다. 


[ 깨달음, 뭐 사고 싶은데? ]

[ 응, 사고 싶은 건 결정했는데 저 핫도그에

 저렇게 줄을 서 있으니 먹을 수가 없네,

나는 한국에 가서 먹어야겠어 ]

아쉬운 발걸음을 돌려 깨달음은이 주저없이 

찾아간 곳은 짜장면집.

[ 설날에 짜장면 먹어? ]

[ 응, 우리는 짜장면 먹으면서 설을 보내는 거야 ]

[ ................................... ]

짜장면을 오랜만에 먹는다는 건 알지만 설날에 

웬 짜장과 짬뽕, 탕수육인지 약간 거부감 속에

빠져있는데  와중에도 깨달음은

주문한 음식이 나올 때까지 단무지를 아삭아삭

씹다가 양파에는 춘장을 발라

번갈아서 먹었고 동시에 3종류의 음식이

나오자 폭풍흡입에 들어갔다.


[ 탕슈~맛있어 ]

[ 응,,탕슈가 아니고 탕수육, 입 닦고 먹어 ]

손님들이 계속해서 들어오는 걸 보고는

우리 말고도 설날을 이렇게 짜장면으로 

외식하는 사람들이 많다며 내게 눈으로

 입구쪽 사람들을 가르켰다. 


배 불리 먹은 다음은 코리아타운을 구석구석

가게라는 가게는 모두 들어가보는 깨달음.

 특별히 살 것도 없으면서 뭐가 있는지 둘러보는

그만의 구경방식을 하도록 내버려뒀다.


한국슈퍼에 들어가 내가 떡국을 고르고 있는

 동안 깨달음은 코리아타운에 온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냉동만두코너에서

 신중하게 뭔가를 고르고 있었다.

[ 깨달음, 그거 사면 돼, 그게 군만두야, 

 당신이 좋아하는 브랜드 ]

[ 알아, 근데 아무리 봐도 찐만두가 없어,

동그랗게 생긴 거,,,]

옆에 다른 브랜드 것을 권했더니 싫단다.

그럼 없다고 그냥 군만두만 사라고 했더니

점원에게 물어봐 달란다. 찐만두가 없으면

물만두라고 이 브랜드 게 있는지.

[ ................................... ]


없다는 점원의 얘기를 듣고는 급실망한 표정을

하고서는 군만두를 들었다 놨다, 들었다 놨다를

수차례,,왜 그러냐고 물으니까

이 만두를 물만두로도 사용할 수 있는지

조리방법을 나한테 읽어달라고 했고 찐만두가 

없으면 이 군만두를 두봉지 사고 싶다고 했다.

[ 안 돼, 그건 안 돼, 이 달말에 한국 가서

많이 사줄게, 하나 내려 놔 ]

내려 놓으라는 내 말에도 갈등과 미련을 떨치지

못한채 나를 한 번 쳐다보고 꼭 잊지 않고 한국에서

이 브랜드로 물만두, 찐만두 모두 사주겠다는

약속을 다시 받고나서야 한 봉지를 내려놓았다.

아이와 흥정하는 것도 아니고,,깨달음과

이런 대화를 나눈다는 게 참 웃길 때가 있다.  

그렇게 만두거래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려는데

역 근처 백0원씨의 사진과 함께 맥주간판이 

걸려있는 걸 발견하고는 잠시 쉬었다 가자며

 2층으로 성큼성큼 올라갔다.

[ 여기 생맥주집인데? ]

[ 응, 치맥하러 갈려고 ]

[ .................................... ] 


양념치킨과 생맥주로 건배를 하고 

난 솔직히 전혀 들어가지 않았는데 

깨달음은 냠냠 잘 먹었다.


[ 깨달음 좋아? 맛있어? ]

[ 한국보다 좀 덜 하지만 그래도 먹을만 해 ]

[ 정말 구정 잘 쇠고 있네, 우리 ]

[ 코리아타운 오길 잘했어. 내 생각엔 꼭 떡국 

안 먹어도 될 것 같애, 신정때 먹었으니까, 

이렇게 자기가 먹고 싶은 거 찾아 먹으면 

그것도 명절을 보내는 나름의 방식이 아닐까

 싶어, 다 똑같을 필요없잖아 ]

[ 당신, 풍습이나 전통문화를

 중요시 하는 사람 아니였어? ]

[ 그니까 이렇게 치맥으로 즐기고 있잖아 ]

[ .......................... ]

입으로는 열심히 닭 뼈를 발라내가면서

 치맥을 명절에 먹어도 괜찮다고

 합리화를 시키는 깨달음은 정말 

설연휴를 즐기는 듯 싶었다.

지금껏 구정 설을 쇠 왔던 나에겐 약간의

위화감이 있었지만 신정을 제대로 보냈으니

괜찮지도 않을까라는 깨달음 생각에

동의하고 있는 내가 있었다. 

 * 여러분,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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