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실 테이블에 책이 놓여있는 걸 보니
아마도 아침에 공부를 한 듯하다.
깨달음이 한글 공부를 하기 시작한 것은
약 두 달 전부터였다. 2년 후에 한국에
가서 살아야 할 확률이 높아지면서
본격적으로 시작한 한국어인데
좀처럼 외워지지 않는다며 투덜댔었다.
자음, 모음을 습득하고 나서 하나씩 단어를
알아가는 걸 즐거워하다가 받침이 붙으면서
연음화 되는 과정이 너무 어렵고 복잡해서
머리를 쥐어뜯더니 며칠은 책을 덮고
펼치지 않았었다.
그래도 주말이면 내가 전체적으로
봐주기도 하고 어려워하는 부분을 쉽게
설명하거나 생략해도 되는 것들을
정리해주는데 많이 어려워한다.
숫자, 날짜, 요일 등,, 공부할 게 많다는 걸
알기에 되도록이면 깨달음이 즐겁게 할 수 있게
그림이 많은 책으로 한글 기초과정은 일단
마쳤는데 돌아서면 잊어버리는 게 외국어여서
생각만큼 학습효과가 나타나지
않고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주는 오랜만에 테스트처럼 자신이
자주 사용할 것 같은 단어와 문장을
정리해서 적어보고 싶다길래
받아쓰기식으로 평가를 했는데
그 결과가 아주 참담했다.
놀아요가 노라요
이것은이 이고순으로
서울역이 서울엿으로
양념이,,, 양년으로,,,
아파요는 아빠요.,,로 되어있다.
적는 걸 보고 있으면서 총체적으로
처음부터 다시 해야할 것 같다는
생각이 지배적이여서 무엇부터
다시 시작해야할지 생각에 잠겨 있는데
자기 점수가 거의 빵점에 가깝다는 걸
눈치 챈 깨달음이 하소연을 해왔다.
파와 빠, 찌와치도 도통 구별을 못하겠고
일본에는 ㅓ 와 ㅡ 발음이 없어서
어머니가 오모니로 들린단다.
그리고 받침에 있는 갈비탕의 탕이 탄으로
들린다며 일본에 표기된 한국어 발음이
일본식으로 적힌게 많아 지금껏
그렇게 알고 지내왔던 탓에 더 헷갈린단다.
일본식 표기는 비빔밥을 비빈파
나물은 나무루
삼겹살은 삼겨프사루
깁밥은 기무파브로 되어 있어
머릿속이 복잡하게 엮혔단다.
그걸 해결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발음으로
연음화 되는 것을 생각해가며 단어를
똑바로 외우려 하는데 어렵단다.
발음과 표기법은 전혀 다르다는 걸
알면서도 외워지지 않는다는 깨달음..
그냥 외우는 방법뿐이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국어가 제일 어려워 언어영역
점수가 항상 최하였다는 깨달음에게
좀 더 이해하기 쉽고
암기할 수 있게 알려줘야될 것 같았다.
자기 점수가 실망스러웠는지 풀이
죽어있는 깨달음에게 그래도 아직
2개월밖에 지나지 않았으니
천천히 여유를 갖고 해 보자고 했더니
식당 메뉴판뿐만 아니라 티브이에 자막들도
술술 읽고 싶은 욕망이 생겼는데
버벅 거리는 자신에게 짜증이 나 있었다.
원래 한국 식당에서 메뉴판을 자연스럽게
읽고 주문할 정도를 목표로 삼았는데
점점 말하고 싶은 욕구가 생긴 듯했다.
그래서 쓰기는 굳이 잘 할 필요가 없으니
읽기와 말하기에 포커스를 맞춰보자고 했다.
그리고 듣기는 날마다 2시간, 주말이면
기본 5시간 이상 한국드라마를 본 덕분에
잘하니까 걱정말고 지금처럼
열심히 드라마시청을 하라고 했다.
이번 주부터 본격적으로 조사를 넣어
문장을 구사할 수 있는 교제로 바꾼 깨달음이
내가 했던 첫 문장이
[ 집에는 고양이가 없어요 ]였다.
너무 서두르는 감이 없지 않아 있지만
난 아낌없는 응원과 원어민으로서의
서포트를 열심히 해 줄 생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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