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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

해외에서 병마와 싸우고 계시는 분들

by 일본의 케이 2017. 10. 22.


아침일찍 병원에 들렀다.

내년까지 예약이 들어가 있는 예약표를 보고

있으니 괜시리 한숨이 나오긴 했지만

내 번호가 다가오자 마스크를 한채로

미소짓는 연습을 했다. 

[ 오늘 무슨 좋은 일 있으세요? ]

[ 네..비가 와서 좋네요 ]

[ 케이씨 비 좋아하시나봐요? ]

[ 아니요, 싫어하는데요, 4일째 내리니까

그냥 좋아하기로 했어요,

짜증 낸다고 안 내리는 것도 아니고해서..]

[ 완전 긍정모드네요~]

[ 네..]

늘 하는 정기점검이지만 좋은 기분은 아니다.

항상 긴장하게 되고, 불안한 게 사실이다.

재발하지 않았을까, 다른 조직에 문제가 생긴 건

아닐까,,사람을 초조하게 만드는 시간이다. 


별 문제없이 순조롭다는 얘길 듣고 

신주쿠에 나갔다. 아로마향을 사기 위해서이다.

지하 2층으로 내려가는 에스칼레이터부터

로즈, 허브, 라임, 라벤다, 민트, 오렌지가

뒤섞인 향이 가득 메웠다. 내 얼굴을 기억하고 있는

 직원이 반갑게 맞이해준다.

[ 잘 지내셨어요?] 

[ 네 ]

[ 이번에도 같은 제품 보시러 오셨어요?]

[ 네..]

[ 지난달에 사가셨던 것 같은데...]

[ 네,, 좀 많이 자극을 주고 싶어서...

양을 늘렸더니 금방 떨어졌네요..]

아무말 없이 그녀가 씩 웃어준다.


4년전, DNA로 알아보는 치매검사에서

치매에 걸릴 확률이 40%가 넘는 유전자가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결과를 보고 상당한 쇼크를 받았는데

아빠, 할머니, 그리고 고모까지 치매였으니

나도 그 유전자를 물려받는 건 당연하다고

받아들이고부터 치매에 걸리지 않게

 나름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2년전, 일본에서 붐처럼 일어났던 게 치매예방에 

좋은 향기요법이 인기를 끌었고

후각신경 자극이 치매와 밀접한 관계에 있다는

연구발표를 여러 정보방송에서 다루었다.




난 아침에 눈을 뜨면 먼저 한쪽 콧구멍을 막고

반대편 콧구멍으로 숨을 크게 쉬었다 뱉는

운동을 10번씩 한다.

이 운동은 편도행 부분을 자극하여 짜증이나

불쾌감, 분노를 억제하며 신경을 안정시켜주기

때문에 편안한 하루를 시작할 수 있다.

이렇게 후각과 치매는 텔래야 뗄 수 없는 관계임이

증명되어 가고 있고 이런 운동및 아로마자극은

지금의 내 나이인 40대에서 50대 사이에 

시작하면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했다.

아로마향 치료는 세계 각구에서 임상 연구및

효과의 검증이 확인된 실험이었기에 믿을 수 있었고

내가 직접 해보니 기분탓인지 머릿속이

상쾌해지짐을 실감했기 때문에 지금도 

계속하고 있다.

많은 향 중에서도 오전에는

[ 로즈마리와 레몬향] 오후에는

[라벤다와 스위트오렌지향]이 좋다고 해서

지금껏 그걸 사용하고 있다.

오전향은 교감신경을 확장시켜 활력은 높여주는

역활을 하고 저녁향은 진정작용과 신경안정및

숙면을 도와준다.

집으로 돌아오는 길에 깨달음에게 검사결과를

말해줬더니 다행이라며 일찍 들어갈테니

따끈한 국물을 해달라고 했다.


전철을 타고 집에 가다가 문뜩 3년전

 내가 치료중일 때가 떠올렸다.

그 때도 병원에 다녀오면 깨달음에게 이렇게

결과보고를 했었다. 

참 많이도 아팠던 시간들,,,,

통증으로 인해 한시도 편하게 잘 수 없었고

진통제도 듣지 않고,그저 몸이 견디어 줄 때까지

달래고 달랬던 하루하루였다.

부정하고 싶어서 분노하기도 하고 또 어느날은

자신과 타협하며 병을 받아들이자고

다독거리고,,그러다 또 심하게 우울해지고,

암흑같은 외로움과 침통함 속에서도

  마지막엔 진심으로 내 병을 수용하는

단계에 이르렀던 것 같다.

지금 생각해 보면 나도 나였지만 깨달음이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원래 긍정적인 깨달음이 좋아질 거라고 

잘하고 있다고 말을 걸어주었지만

난 누군가를 원망하고 싶어 깨달음에게

내가 고통스러운만큼이나 아픈 소릴 

하고 말았다. 이 아픔을 모르면서 

속 편한 소리 하지 말라고,

왜 하필 내가 이렇게 아파야 하냐고,,

새벽에도 일어나 울다가 악을 쓰다가,,

또 쓰러져 자다가,,,


특히, 나처럼 해외에서 병마와 싸우는 경우,

외로움과 두려움이 두배, 세배로 컸던 것 같다.

그리고 몸을 지탱해 줄 음식섭취가 원활하지

못해, 입맛이 없는 와중에 

간절히 먹고 싶은 한국음식을 제대로 

구할 수 없어 먹을 수 없었던 것도

정신적인 스트레스로 한 몫을 했던 것 같다.

가끔, 메일을 통해 병마와 싸우고 계시는 

환자의 가족으로서 어떻게 해야하는지

조심히 물어보시는 분들이 계신다.

환자가 자신의 병에 대해 부정에서 분노,

분노에서 타협을 하고, 우울감에서 벗어나

모든걸 수용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

그걸 바라보는 가족들은 그저, 옆에서 말없이 

웃어주며 아무일도 없던 것처럼 일상의 대화를

나누는 게 제일 마음이 편했던 것 같다.

그 당시 나는 평정심을 찾는데 꽤나 오랜 시간이

필요했지만 깨달음은 마지막까지 흔들림없이

날 지쳐 봐주고 지탱해 주었다.

그래서 지금에 이런 날이 있는 거라 믿는다.

 그렇게 지켜주고 보살펴 준 깨달음을 위해서 

앞으로도 건강한 삶을 유지하고

치매에도 걸리지 않게 계속해서

 노력 해 나가야할 것같다.

지금도 병마와 싸우고 계시는 모든 분들이

조금은 덜 아프고, 조금은 더 편안한 시간들을

맞이하시길 기도드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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