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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2년만에 시부모님을 뵙던 날.

by 일본의 케이 2021. 10.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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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년전, 부동산에 내놓았던 시댁 집에서

  연락을 받았다. 시부모님이 요양원으로

들어가신 후, 매입자를 찾기 힘들었는데

이번에 팔리게 되었다.

다음 주에 매매계약을 하고 10월 30일엔

집을 철거 할 거라 했다.

서방님에게 이 소식을 전해 들은 우린

집이 철거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한 번

가볼 생각으로 스케줄을 조절 중이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긴급사태도 해제되고 했으니

시부모님과의 면허가 허락될 거라 믿고

미리 전화를 드렸던 어제, 어머님이 계시는 

요양원 측에서 어머님 상태가 썩 좋지 않으니 

되도록이면 빠른 시일 내에 오셔서 얼굴을

보시는 게 좋을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  

 

신칸센은 빈좌석이 없을 정도로 승객이 가득했다.

[ 깨달음,, 지난번 집 때문에 서방님이랑

통화할 때 어머님 얘기했었어? ]

[ 아니.. 별말 없었어 ]

[ 근데 갑자기 안 좋아지셨을까? ]

[ 90넘은 노인이어서 하루하루 다르겠지..]

이번 달을 넘기기 힘들 것 같다는 간호사의 말을

들었음에도 깨달음은 초조해하지 않았다.

두 분 모두 어떻게 변하셨을지 궁금했지만

코로나로 꼬박 2년을 찾아뵙지 못했다.

시골에 도착해 택시를 대기시켜놓고 먼저

어머님이 계시는 요양원으로 향했다.

깨달음이 방문지를 적고 있는데 요양사분이

내려오셔서 바로 안내를 하며

어머님의 상태 알려주셨다.

다행히 오늘은 젤리식을 잘 받아 드셨고

미음보다는 젤리로 만들어진 걸

더 좋아하신단다.

이곳에 오시고 두어 달 되던 때부터

음식을 씹는 걸 불편해하셔서 미음이나

죽처럼 만들어 드렸는데 그것도 점점

버거워하셔 지난달부터 젤리식을

위주로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방에 들어서자 너무도 작게 웅크려 계신 어머님.

깨달음이 조심히 다가가 살며시 손을 잡고

고개를 묻어 [ 오카아상(お母さん)

오카아상(お母さん)  ]을 연달아

부르는데 목소리가 떨려왔다.

나를 알아보겠냐고, 내가 누구냐고 하자

눈을 한 번 뜨시고는 고개를 끄덕거리셨다.

계속 눈을 감고 계시는 걸보고 졸리느냐,

춥지는 않냐, 왜 음식을 안 드시냐,

뭐 먹고 싶은 거 있느냐며 하나씩

물어보는데 어머님은 눈을 한 번씩

떴다 감았다만 반복하셨다.

젤리식 이외는 거의 못 드신다는 걸 모르고

우린 어머님이 좋아하시는 율란을

사왔다고하자 요양사가 믹서에 갈아서

간식으로 드리겠다고 달달한 것은 그래도

잘 받아 드신다고 했다. 

어머님께 내가 율란을 사 왔으니 맛있게

드시라고 하자 나를 찬찬히 쳐다보시더니

[ 오아요 おはよう]라고 하셨다.

내게 대답을 해주시는 걸 듣고 요양사와

깨달음이  많이 놀라 했다. 

[ 아들인 내가 그렇게 말을 걸어도 한마디도

안 하더니 당신한테는 인사를 하네...]

요양사도 거의 말씀을 안 하시는데

오랜만에 목소리를 들었다고 반가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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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달음은 예전에 찍은 아버님 사진을

보여주면서 아버지도 잘 버티고 계시니

엄마도 기운을 내라며 인사를 했다.

우린 방을 나와 요양사와 얘기를 좀  나누고 

아버님이 계시는 곳으로 떠났다.

아버님은 미리 면회실에서 기다리고 계셨고

아크릴 사이로 깨달음과 손을 맞추시며

좋아하셨고 오랜만에 내가 같이 와줘서 너무

고맙다며 기뻐하셨다.

먼저 다녀온 어머님의 상태를 얘기해드리고

집이 팔렸다는 것도 깨달음이 차분이 말씀을

드리는데 귀가 잘 안 들리시는 아버님이

못 알아들어서 답답해하셨다. 

그래서 서로 핸드폰으로 통화를 하며

 우린 번갈아가며 아버님과 

전화기를 통해 대화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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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eijapan.tistory.com/1454

 

시아버님이 전화를 하셨다.

퇴근하고 온 깨달음이 오전에 아버님과 통화를 했는데 내 목소리가 듣고 싶다고 하셨단다. [ 무슨 일 있어? ] [ 아니, 별 건 아니고 당신이 보낸 소포가 잘 도착했다는 거였어 ] 일주일에 3번씩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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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님은 집 판 돈을 형제 둘이서 똑같이

나눠라고 하셨고 깨달음이 두 분한테

쓸 거라고 하자 요양원 한 달 경비가

얼마냐고 또 물으셨다.

[ 아버지, 그런 건 걱정 말고 지금처럼

먹고 싶은 거 있으면 언제든지 말하세요 ]

 [ 아니다,, 내가 너무 오래 살아서. 안 죽고

이렇게 오래 살지 나도 몰랐다.. 그래서

돈도 들고,, 너희들한테 볼 면목이 없다 ]

[ 아버지, 곧 100살 되면 파티해줄게요.

그러니까 건강하게 잘 지내세요 ]

아버님과 얘기하는 깨달음 목소리가

한층 밝아져 있었다.

 

마지막 면회실을 나오며 깨달음이 포옹을 했고

나도 아버님과 긴 인사를 나눴다.

그리고 우린 시댁에 들러 아버님이 부탁한

것들을 몇 가지 챙겨두고 호텔로 들어왔다.

호텔내 레스토랑에서 투명 아크릴 사이로

건배를 하고 간단히 식사를 했다.

[ 아까, 왜 엄마가 당신한테만 대답을 했을까? 

나한테는 고개만 끄덕였는데, 참 신기했어 ]

[ 내가 너무 오랜만에 와서 반가워서

그러셨겠지..]

[ 근데, 당신, 엄마랑도 얘기하면서 울고

아버지랑도 서럽게 울던데 왜 울었어? 

당신이 우니까 나도 눈물 날 뻔했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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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eijapan.tistory.com/1416

 

이젠 시댁 일은 남편에게 맡기기로 했다

깨달음이 시댁으로 향했다. 6시 40분에 집을 나서 아침으로 규동을 먹고 신칸센을 탄 시각은 7시30분이였다. 한시간쯤 달려 후지산이 정상까지 보일 때면 습관처럼 사진을 첨부해서 보내는 깨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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뼈만 앙상이 남은 어머님 손을 잡았는데

나도 모르게 죄송하다는 말이 나왔다.

지금껏 코로나 때문에 못 온 거라 자신을

합리화하며 지냈던 게 송구스러웠고 이렇게

작아지고 쇠약해졌을 거라 생각지도 못했던

내 어리석음에서 나온 후회같은 눈물이었다.

친정아빠가 돌아가시기 전에 보였던 모습과

거의 흡사한 어머님과 오버랩되면서

어쩌면 그렇게 길지 않겠다는 아픈 예감들이

들어서도 눈물이 나왔던 것 같다. 

 아버님은 면회실을 나오며 포옹을 하면서

 건강하시라고 했더니 오래 살아서 미안하다고

케이 짱한테 너무 부담을 줬다시며  

미안하다고 내게 고개를 숙이셨다.

그러지 마시라고 내가 눈물을 흘리자 민폐만

끼쳤다며 내 눈물을 닦아주셨다.

https://keijapan.tistory.com/1408

 

돈 앞에서는 일본인도 똑같았다

2주전,아니 올 해를 시작하면서부터 우리 부부에게 머리 아픈 일이 생겼다. 시부모님의 모든 재산을 두분이 요양원으로 들어가셨던 3년전부터 서방님께 맡겨 모든 걸 관리하셨다. 서방님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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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keijapan.tistory.com/1500

 

아내로서 책임과 의무

골절되었던 뼈가 완전히 붙었다는 기쁜 소식은 들었지만 걸을 때마다 통증이 가시질 않았다. 골절 부분이 아닌 발바닥, 발등, 그리고 쪼그려 앉지를 못할 정도로 발목이 뻣뻣해져 있어 집 근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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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한 건 지금껏 아무것도 없다고

말씀드려도 미안하다시며 울먹이셨다.

3일에 한 번씩  소포를 보내는 것만으로

내 할 일은 다하고 있는 거라고 자만했던

스스로가 부끄러워 반성하는 눈물이었다.

2년 만에 뵌 두 분은 아주 많이 약해져 계셨다.

돌아가시면 얼마나 참회의 눈물을 흘릴까..

살아계실 때 잘하자라는 말은 수없이

내뱉지만 실천하지 못하는 자식들..

오래살아서 미안하다고 아들, 며느리에게

사과하는 부모의 심경을 감히

 헤아릴 수 있을까..

내 부모, 남의 부모 할 것 없이

모두가 기다려주지 않으시니

정말 살아계실 동안 잘해드려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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