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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일커플들 이야기

9월엔 한국에 갈 수 있을까..

by 일본의 케이 2021. 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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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런타인데이였던 지난 14일, 초콜릿도 선물도

없이 그냥 지나쳤다. 매년 작은 초롤릿이나

초코케이크로 기념했던 것 같은데

해가 갈수록, 아니 나이를 먹을수록 이젠

우리처럼 노년을 향해가는 부부들에겐

점점 거리가 멀어지는 기념일처럼 느껴졌다.

그런데, 깨달음이 출근을 하려다가 문득 생각이 

났는지 왜 올 해는 초콜릿을 안 주냐고

그래서 젊은 층에는 의미 있는 날이겠지만

우리는 해당되지 않는 것 같아서라고 했더니

자기는 받아야겠단다.

[ 알았어. 무슨 맛 초콜릿으로 사줄까?

위스키가 들어있는 거? 아님 블랙 초코? ]

[ 아니, 그냥 나 밥 사 줘..]

초코에서 밥으로 왜 넘어갔는지 모르겠지만

너무도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밥을 사달라는

깨달음의 말투에 나도 모르게 알겠다고 했다.

4시에 조기 퇴근을 할 예정이니 내게 미리 예약을

해줬으면 한다는 말을 남기고 출근을 했다.

 왜 초콜릿이 아닌 밥인지 묻지도 못한 채

뭐에 홀린 듯 나는 예약전화를 넣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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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리에 앉자 마치 미리 준비한 듯이 일사천리로

주문을 하고 니혼슈(日本酒)도 한 병 시키는 깨달음.

[ 깨달음, 내가 여기 예약할 거라 어떻게 알았어? ]

[ 여긴 코로나 대책이 잘 되어 있어서

당신이 안심할 수 있고 우리 둘이 다

좋아하는 메뉴니까 선택할 거라 생각했지 ]

[ 그것도 그렇지만 당신이 지난번에 간장게장 먹고

싶다고 해서 여기로 한 거야, 여긴 비록

간장게장을 팔진 않지만  ]

[ 간장게장은 한국에서 먹어야 돼, 여기서는

이걸로 충분해, 고마워 ]

니혼슈를 들고 건배를 하며 물었다.

[ 근데 왜 갑자기 밥 사달라고 했어?  ]

[ 코로나 때문에 계속 외식도 못했잖아,

그래서 이렇게라도 나와 바람도 쐬고

오랜만에 외식도 하고 싶어서 ]

우린 게살을 발라 먹으며 밸런타인데이가

젊은 층들만이 즐기는 기념일이 되어가더라도

나이 든 사람들도 이런 날만큼은 그냥

젊은 분위기를 즐기며 서로의 마음을

표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얘길 나눴다. 

[ 이런 날조차 없으면 심심하잖아 ]

[ 그건 그래...]

[ 더 나이 먹으면 점점 사는 게 재미없어질텐데

이런 날에 맞춰 즐기면 좋잖아 ]

[ 맞아,,]

스테이크 철판에 게를 굽던 깨달음이 간장게장을

일본 스타일이 아닌 오리저널 한국식으로

하는 가게가 없다며 작년에 한국에 

갔을 때 많이 먹어둘 걸 지금 와 생각해보니

후회스럽단다. 그때만 해도 코로나가 이렇게

길어질 줄 누가 알았겠고. 한국에 못 갈 거라

꿈에도 생각을 못했다며 푸념 섞인 말을

털어놓는 깨달음이 게를 집어 먹었다.

간장게장을 딱 한 번 만들어 본 적이 있었다.

살아있는 꽃게를 어렵게 구해서 해봤는데

전문점만큼 맛있지 않고 뭔가 부족했었고

무엇보다 깨달음이 큰 꽃게가 아닌 여수 돌게처럼

작고 알이 꽉 찬 게장을 좋아해서인지

내가 만든 게장에 후한 점수를 주지 않았다.

 [ 당신은 너무 많은 걸 먹어봐서 웬만한 건

맛없다고 하잖아 ]

[ 그건 인정해.. 어머님, 처형, 처제 집에서

먹은 음식들이 진짜 맛있잖아, 그리고 식당도

맨날 최고로 맛있는 곳만 데리고 가니까

내 입이 알아버린 거지. 그래서 맛없는 것은

용서를 못해 ]

[....................................... ]

입맛도 길들이기 나름이라고 하는데 깨달음은 내가

생각해볼 때, 한국에서 우리 가족들이 버릇을

잘 못 들인 게 분명하다. 

[ 아,, 한국엔 언제나 갈 수 있을까....]

[ 다음 주 아빠 추도식에 형제들도 다 모이지

못하고 따로따로 할 거래 ]

[ 그래? ]

또다시 침묵이 흐르고 우린 게살을 

발라 먹는데 집중했다.

keijapan.tistory.com/1310

 

3박4일, 한국에서 남편이 즐긴 음식들

첫째날 김포공항에 도착하고보니 12시전이였다. 호텔로 가서 우선 짐을 풀어놓은 우린 바로 홍대입구로 향했다. 젊음의 거리가 어떻게 생겼는지 궁금한 것과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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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머님 생신도 있지? ]

[ 응,,2월 말이야,,]

[ 선물이라도 보내드려야겠네..]

[ 엄마가 아무것도 필요없다셨어 ]

[ 그래도 보내드려야지, 아,,, 그 집 케이크

진짜 맛있는데.. 그 케이크 사서 생일 축하하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고 그럴텐데..]

[..................................... ]

깨달음은 다시 작년 이맘때 아빠 기일에 맞춰

한국에 갔을 때 일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서울까지 갔지만 광주에 내려가지 못하고

언니와 동생도 잠깐 얼굴만 보고 헤어졌던

작년 2월,,, 이젠 아예 가지를 못하고

이렇게 멀리서 기억들만 꺼내

그 시간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keijapan.tistory.com/1347

 

한국에서의 3박4일은 이러했다.

깨달음은 생각보다 일찍 입국장에 나타났다. 지난 12월엔 입국심사를 하는데 1시간이상 걸렸는데 이번에는 바로 나왔다. 호텔에 짐가방을 두고 서촌 한옥마을을 갔다가 경복궁으로 옮겨 조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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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올 9월에도 못 갈까? ]

[ 깨달음,그냥 마음을 비워... 가면 가는 것이고

못 가면 못 가는 것이야,,]

[ 결혼식에 나도 가고 싶은데...]

조카 결혼식이 아닌, 더 큰일이 생겨도

지금으로서 우린 자유롭게 움직이지 못한다.

이렇게 가족 행사가 있는 달이 찾아오면

깨달음은 더 애타 하는 것 같다.

[ 깨달음, 우리는 우리대로 여기서 이렇게

당신이 말한 것처럼 밸런타인데이를

즐기며 지내는 거야,, 어쩔 수 없잖아,,]

[ 그러긴 하는데.. 매년 2월이면 가서 그런지

더 생각나네..]

이곳은 코로나 백신을 이번 주부터

의료관계자를 선두로 접종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9월에도 왠지 하늘길이 자유롭게

열리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자꾸만 든다.

 깨달음 바람처럼 예전처럼 한국에 언제든지

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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